현대자동차그룹에 몸담고 있던 한 직원의 고발이 있었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계속해서 여러 언론을 통해 현대와 기아차 복수 모델들에 이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 문제점을 제대로 회사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내부고발자의 양심선언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 것입니다.
그동안 자동차의 결함 의혹 등은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제기했거나, 아니면 공개되지 않은 루트를 통해 나온 내용을 토대로 언론에서 다루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내용과 방식은 이전의 것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바로 현대에서 25년간 근무한 50대 중반의 엔지니어가 회사 대응에 문제가 있다며 직접 나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리콜 된 2011년형 YF 쏘나타 / 사진=현대자동차
김 부장의 의혹1 : 엔진 손상
제일 처음 김 부장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명칭을 기준해 이하 김 부장으로 부르기로 합니다)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이 내용을 공개한 곳은 지난 금요일 경향비즈였습니다. 1991년 현대에 입사했고 작년 2월 품질전략팀에서 일하기 시작한, 정년을 6년 남긴 이라 그는 소개됐습니다. 오래전부터 공익제보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음도 함께 전했죠. 그가 전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우선 YF 쏘나타에 들어간 세타2 엔진에 소음 이상 및 엔진 손상 결함 의혹이었습니다. 실린더(기통) 내부에서 왕복운동을 하는 피스톤 머리 부분과 실린더 내부 면이 설계 결함으로 소음과 함께 엔진이 손상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 엔진을 공식적인 리콜했지만 같은 엔진 같은 부품을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외면했다는 것이 김 부장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미국 공장의 일시적 불량률에 의한 것일 뿐이며 소음에 대한 서비스 차원의 리콜이지 안전과 상관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벌어진 리콜 이력서에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고속주행 중 차량이 멈춰 설 수 있다고 한 경고를 받아들여 리콜을 했음이 명시되어 있다고 경향은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는 경향을 통해 공개된 내부고발자 김 부장이 다시 등장합니다. 프로그램을 보면 YF쏘나타는 물론 그랜저 HG, 기아 K7 등, 여러 모델에서 이상한 소음과 실린더 내부 면의 긁힘 현상, 그리고 피스톤을 잡아주는 커넥팅 로드가 부러져 엔진벽을 부수기까지 한 실제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경향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영상을 통해 다시 한 번 많은 분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 부장의 의혹2 : 에어백 미전개 및 이상 전개
김 부장은 에어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기아 쏘렌토, 프라이드, 현대 아반떼 등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 상당수 에어백이 미전개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실무진은 리콜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경향비즈는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 이후 테스트를 통해 모두 예외 없이 에어백이 전개됐다며 김 부장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죠. 현대는 올봄 에어백 결함에 따른 이상 전개 가능성을 확인, 아반떼를 리콜했습니다. 하지만 김 부장에 따르면 같은 에어백 제어 유닛을 쓰고 있는 i30 (FD)는 리콜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대는 이에 대해 자체 테스트에서 i30의 경우 에어백 이상을 찾을 수 없었고, 같은 부품을 쓰더라도 차체 구조의 차이에 따른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아반떼 / 사진=현대자동차
김 부장의 의혹3 : 현대 버스 구동벨트 결함
연합뉴스TV 역시 김 부장의 제보로 현대자동차가 만들어 파는 버스에도 안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시내버스용으로 현대가 만든 그린시티는 2015년 유로5에서 유로6에 대응하는 엔진으로 변경이 됐는데 그 후 구동벨트가 끊어지거나 이탈하는 증상이 다수 발생했다고 매체는 전했습니다. 현대 내부 문건에서도 기술적으로 잘못 계산해서 발생한 결과로 돼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도대체 왜?
3곳 언론을 통해 드러난 김 부장의 제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한다면 제조사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리콜해야만 했는데 이를 완전히 외면한 게 됩니다. 오히려 운전자의 관리 소홀 등 여러 기타 이유를 들어 리콜이 아닌 문제로 해결하려 한 것처럼 보입니다. 리콜 외면이나 축소는 기업이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 또한 필사적으로 김 부장의 주장에 반박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현대차는 어느 의혹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해가 있었거나 잘못된 내용이라는 식으로 김 부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김 부장의 발언들을 보면 회사 내부적으로 리콜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어떤 강한 분위기가 자리잡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리콜 회피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온 흐름이죠. 제조사들은 리콜보다는 무상수리를 통한 해결을 원해왔습니다. 그들은 왜 무상수리를 더 원하는 걸까요? 리콜과 무상수리의 차이점을 한 번 보도록 하죠.
리콜
자동차를 제작할 때 결함이 발생해 이것이 안전운전에 지장을 주거나, 과다한 배기가스 등의 문제에 대해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제조사가 수리, 교체, 또는 환불 등을 하도록 시정 조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콜 명령이 떨어지면 법적으로 이를 언론에 공지해야 하며, 해당 차량 소유주들에게 연락을 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대략 개시일로부터 1년 정도 안에 수리받을 수 있으며 정부에 얼마나 수리가 됐는지 그 결과 등을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조사 스스로 하는 자발적인 리콜과 정부의 시정명령에 따른 강제적 리콜로 나눕니다.
무상수리
자동차 관리 법령에 규정된 결함이 아닌(안전 관련) 품질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취하는 것이 무상수리입니다. 이 경우는 법적으로 공지를 하지 않아도 되고, 강제성도 없습니다. 따라서 해당 차량을 소유한 운전자에게 반드시 무상수리 받을 것을 권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가 있다 보니 제조사들은 정부에 의해 강제로 실시하는 리콜이 아닌 이상 스스로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게 됩니다. 2011년 현대와 기아 SUV들이 유독 다른 제조사의 SUV보다 에어컨을 켰을 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많게 나와 큰 문제가 된 적 있습니다. 출력이나 연비효율을 위해 에어컨이 작동할 때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작동이 멈췄고, 현대 기아 모델들은 최대 11배까지 당시 기준치를 초과했던 사건입니다.
2009년형 싼타페 / 사진=현대차
87만대의 엄청난 숫자의 SUV가 해당했지만 현대는 당시 법률에 에어컨을 켰을 때의 배출가스 기준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상수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무상수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수리가 얼마나 됐는지 제조사 외에는 그 결과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또 운전자에게 수리를 통보할 의무도 없습니다. 물론 출력 저하와 연비효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많은 운전자가 수리를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니 수리를 받아야 할 현대 기아 SUV 중 상당수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선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김 부장은 경향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리콜을 회피하는 분위기는 높은 리콜 비용에 따른 최고 경영진의 문책을 두려워하는 임원들의 결정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지지하고 관심 기울여야
50대 중반의 나이로 엔진 엔지니어와 리콜 담당 업무를 한 적 있는 김 부장은 정년을 6년 남겨두고 현대차의 내부고발자가 됐습니다. 수만 명의 엔지니어가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정도면 내부고발자가 누군지는 이미 회사 내에서 다 파악이 됐을 겁니다. 편안하게 남은 정년 다 채우며 회사에 다닐 수 있었던 그였지만 ‘이건 정말 아니지 않냐?’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어려운 길을 외면하지 않은 그에게 우리는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응원을 보내야 합니다.
어쩌면 긴 시간 진실을 다투는 싸움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두렵고 힘든 길을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그런 그의 곁에서 언론이 함께 달려가길 바랍니다. 단발성 [단독] 보도로만 그치지 말고, 거대한 공룡 기업과의 싸움에서 김 부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김 부장의 용기 있는 결단은 분명히 잘못된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를 바꿀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더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김 부장님, 힘내시죠! 응원하겠습니다.” 요즘 자율주행 관련한 현대 계열사 광고가 화제죠. 그 광고에 나온 문구로 마지막 말을 대신하겠습니다.
“사람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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