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디젤 차의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산 자동차들이 유럽에서 얼마나 배출가스를 내뿜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들었습니다. 이미 독일이나 영국 등지에서 발표된 자료를 소개해드리긴 했지만 한국 자동차만 따로 보여드린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간의 자료,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또 다른 자료 속 현대와 기아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모아 보여드릴까 합니다.
여기서 결과를 보기 전에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테스트는 유로5와 유로6 모델들이 대상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유럽의 공인 배출가스 측정법이 아닌, 실제 도로를 달리며 측정한 RDE(Real Driving Emission) 방식에 따른 결과라는 점, 그리고 제가 자료를 가지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3개국의 정부 및 민간 기업과 자동차 매체의 자료라는 점 등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테스트 차량들은 유럽 내에서 판매량이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는 것들이라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결과를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죠.
영국 결과
영국은 정부와 영국판 컨슈머리포트라 할 수 있는 <Which?>의 테스트 자료 두 가지에 모두 현대와 기아의 자동차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우선 정부의 경우 유로5 모델 19개, 유로 6 모델 18개가 RDE 방식으로 배출가스가 측정됐고, 유로5와 유로6 모두에 현대와 기아차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영국 정부 유로6 디젤 차량 질소산화물 배출 테스트 결과
푸조 3008 : 1100mg/km
메르세데스 A180 : 1020mg/km
르노 메간 : 900mg/km
복스홀 인시그니아 : 750mg/km
포드 포커스 / 포드 몬데오 / 재규어 XE : 650mg/km
기아 스포티지 : 575mg/km
혼다 CRV : 450mg/km
BMW 320d : 425mg/km
복스홀 모카 : 400mg/km
현대 i30 : 375mg/km
마쯔다6 / 토요타 아벤시스 : 300mg/km
아우디 A3 / 스코다 옥타비아 : 200mg/km
폴크스바겐 골프 / BMW X5 : 175mg/km
미니 컨트리맨 : 150mg/km
테스트 모델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진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 사진=기아
우선 유로6 모델인 기아 스포티지는 현재 유로6 기준치인 킬로미터당 80mg의 7.18배가 넘는 양을 실주행 테스트에서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현대 i30의 경우 기준치의 4.68배가 넘는 양을 보였습니다. 이번엔 유로5에 해당되는 모델들의 결과입니다.
영국 정부 유로5 디젤 차량 질소산화물 배출 테스트 결과 (유로5 기준치 : 킬로미터당 180mg)
복스홀 인시그니아 : 1900mg/km
레인지로버 스포트 : 1700mg/km
볼보 V40 : 1550mg/km
닛산 캐시카이 1.6 : 1440mg/km
닛산 캐시카이 1.5 : 1425mg/km
현대 산타페 : 1300mg/km
레인지로버 스포트 : 1250mg/km
메르세데스 E250 : 1200mg/km
복스홀 아스트라 : 1200mg/km
랜드로버 프리랜더 : 1150mg/km
복스홀 코르사 : 1100mg/km
기아 스포티지 : 1000mg/km
현대 i30 : 980mg/km
현대 iX35 : 850mg/km
혼다 CRV : 800mg/km
스코다 옥타비아 : 650mg/km
푸조 208 : 600mg/km
포드 몬데오 : 580mg/km
시트로엥 C4 : 500mg/km
현대 산타페의 경우 유로5 기준치의 7.22배의 질소산화물을 도로에서 배출한 것으로 나왔고 기아 스포티지가 5.55배, 현대 i30가 5.44배, 그리고 현대 투싼 iX35가 4.72배였습니다. 이번엔 위치(Which?)의 조사결과를 볼까요? 유로와 유로6 결과를 더해서 발표를 했고 총 153대 중 가장 배출량이 심한 모델들 10개의 이름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했습니다.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디젤차 상위 10 (유로5 기준 : 180mg/km / 유로6 기준 : 80mg/km)
지프 그랜드 체로키 3.0리터 (유로5 모델) : 2700mg/km
스바루 포레스터 2.0리터 (유로5 모델) : 1190mg/km
닛산 X-Trail 1.6FLXJ (유로6 모델) : 1050mg/km
닛산 캐시카이 1.6리터 (유로5 모델) : 990mg/km
기아 스포티지 2.0 사륜 (유로5 모델) : 930mg/km
현대 산타페 2.2 (유로5 모델) : 900mg/km
레인지로버 스로트 3.0 (유로5 모델) : 870mg/km
볼보 S60 2.0 (유로6 모델) : 870mg/km
볼보 XC90 2.4 (유로6 모델) : 840mg/km
싼타페 / 사진=현대차
위치가 뽑은 워스트 10에 현대의 싼타페 (기준치의 5.16배)와 기아 스포티지 (5.0배)가 이름을 올리고 말았네요. 다만 테스트에 따라 배출량의 편차가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보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엔 지난달 프랑스 환경부가 발표한 공식 자료에 나타난 결과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 결과
프랑스 정부는 디젤 게이트 이후 대대적인 조사를 역시 벌였고 자국 제조사들은 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총 52개의 디젤 차가 RDE 방식으로 테스트 됐고 이 중 한국 자동차로는 기아 스포티지(유로5)가 유일하게 포함이 됐습니다.
프랑스 환경부 PDF 자료 일부
파란색으로 테두리를 한 부분이 실주행 테스트 결과를 통해 기준치를 몇 배 초과했는지를 나타내는 곳입니다. 기아 스포티지가 3.8배 초과한 것으로 되어 있네요. 영국에서 나온 결과와 비교하면 그래도 낮은(?) 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엔 독일 쪽 자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 결과
몇 차례 보여드린 내용이지만 독일 운전자 클럽 아데아체(ADAC)가 디젤 게이트 이후 공개한 결과인데요. RDE 방식은 아니고, 새롭게 적용될 연비측정법(WLTP)에 맞춰 시험실에서 측정한 결과입니다. 총 80개의 유로6에 해당하는 디젤 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검사했고 그중 한국 차는 두 대가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이 두 대는 가장 많은 배출량을 기록한 상위 10개 모델에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데아체 테스트에서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모델 상위 10개
1위 : 레인지 로버 스포츠 하이브리드 3.0 SDV6 (기준치 16배 이상)
2위 : 닛산 X-Trail 1.6 dCi (기준치 약 15배)
3위 : 볼보 S60 D4 (기준치 14배 이상)
4위 : 르노 에스파스 에너지 dCi 160 (기준치 11배 이상)
5위 : 지프 레니게이드 2.0 멀티젯 (기준치 10배 이상)
6위 : 르노 그랑 세닉 에너지 dCi 13 (기준치 약 9배)
7위 : 현대 i20 1.1 CRDi (기준치 약 9배)
8위 : 시트로엥 DS5 하이브리드 4X4 (기준치 7배 이상)
9위 : 현대 싼타페 2.0 CRDi (기준치 약 7배)
10위 : 피아트 500X 1.6 멀티젯 (기준치 5배 이상)
i20 / 사진=현대
다른 테스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현대의 소형 해치백 모델 i20이 이번에 등장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최다 배출 모델 7위에 해당되는 수준이었고 그 뒤를 현대 싼타페(9위)가 따르고 있습니다. 이번엔 역시 지난달 공개된 독일 정부의 53개 모델들 중 한국 자동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 정부의 테스트 방법은 실주행 테스트와 시험실 테스트 등, 여러 모드에서 테스트를 했고 이 중 하나라도 기준치를 초과하면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봤습니다.
53개 모델들 중에서는 아우디 A3 2.0 (유로6)이 질소산화물을 최대 79.4mg /km, 그리고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유로6)이 최대 75mg/km를 배출해 어떤 테스트에서도 기준을 만족시켜 유이하게 통과를 했습니다. 두 모델에 들어간 엔진이 동일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TDI 2.0의 실주행 테스트 결과는 다른 테스트에서도 만족스러운 편인 것으로 나타났고 전반적으로 폴크스바겐의 유로6에 해당되는 차량들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평균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차는 어땠을까요?
현대 i20 1.1 (유로6) : 최대 903mg/km (기준치 11.28배 초과)
현대 iX35 (유로5) : 최대 1118mg/km (기준치 6.21배 초과)
전체를 놓고 보면 현대 i20과 iX35의 실제 배출량은 평균 수준을 보였고 피아트와 쉐보레 (크루즈 2.0) 지프와 레인지로버 등은 특히 나쁜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피아트가 눈속임을 했다는 내용을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는데요. 일단 피아트 측은 인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끝으로 최근에 나온 결과를 하나 더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영국의 배출가스 테스트 전문 기업인 에미션스 애널리틱스 (Emissions Analytics)에 의뢰해 테스트를 한 것으로, 이미 지난 연말 가솔린 차량을 포함해 9개 모델을 테스트해서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었던 곳입니다. ( 관련 포스트 : 디젤 배출가스 토로 테스트해 보니, 뜻밖의 결과 <-클릭) 특히 당시 결과를 소개하면서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피아트 500X에 대해 의심이 갈 만한 결과라고 했는데, 독일 정부의 조사로 이게 어느 정도 입증이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요.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9대 테스트 이후 에미션스 애널리틱스와 함께 다시 5개 모델을 도로 위에서 테스트해 그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가솔린 모델 1개를 포함해 유로6에 해당하는 모델들로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트로엥 DS5 BlueHDI 180 : 627mg/km (기준치 7.8배 초과)
기아 쏘렌토 2.2 디젤 : 513mg/km (기준치 6.4배 초과)
메르세데스 E클래스 (새로 개발된 4기통 디젤 엔진) : 41mg/km (기준치 0.51배)
세아트 레온 2.0 디젤 : 209mg/km (기준치 2.61배 초과)
스즈키 비타라 1.4 가솔린 : 11mg/km (기준치 0.18배)
쏘렌토 / 사진=기아
가솔린 모델인 스즈키 비타라의 결과가 인상적입니다. 또 벤츠 E클래스에 들어간 신형 4기통 엔진의 경우도 기준치를 넘지 않고 안정적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기아 쏘렌토는 6.4배라는 비교적 높은 배출량을 보였는데요.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에서 실시된 질소산화물 배출량 테스트를 지금까지 확인해 봤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현대와 기아차가 실제 도로 위에서 내뿜는 질소산화물 배출량 역시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결코 과배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죠. 값이 비싼 SCR 등을 달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이걸 장착한다고 해서 무조건 된다는 보장도 없겠지만) 차 가격의 상승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과연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새로운 규제에 대응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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