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아우디 SUV Q2 등장이 말해주는 두 가지

제네바모터쇼가 열렸습니다. 유명 자동차 브랜드가 없는 작은 나라에서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모터쇼라 할 수 있는데요. 굉장히 의미 있는 자동차들이 선을 보이는 알짜배기 모터쇼로도 유명합니다. 올해는 시작부터 부가티 베이론의 후속인 시론 같은 엄청난 자동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지만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한 곳에서 설문 조사를 해본 결과, 현대 아이오닉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성격의 신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관심이 갔던 것 중 하나는 아우디의 소형(B세그먼트급) SUV Q2였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막상 공개가 되고 보니 디자인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고, 차량의 성능이나 고급스러움 정도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과연 가격이 어느 정도에서 시작될 것인지 등, 나름 관심을 끄는 데에 성공한 듯 보였습니다.

사진=아우디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면요. 우선 Q3 보다 차의 길이에서 약 20센티미터 정도 짧은 전장 4.19미터이고, 높이는 Q3보다 7센티미터 낮고, 폭은 4센티미터 정도 좁은 수준입니다.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Q3가 460리터이고 Q2가 405리터이고 무게는 가장 가벼운 모델 기준으로 1,205kg으로 Q3 가벼운 모델의 1,460kg 보다 대략 250kg 정도 가벼운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신차 발표 현장 사진에서도 분위기를 알 수 있듯 이 SUV는 젊은층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요. 멀티미디어와 인터넷 연결 등에 신경을 많이 썼고 형 Q3도 아직 달지 못한 12.3인치 버츄얼 콕핏이라는 디지털 계기반을 옵션으로 적용 가능합니다. 거기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긴급제동 기능이 들어간 '프리 센스 프론트'라는 장치도 선택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또 지상고를 높여 오프로드에서도 달릴 수 있고, 취향에 맞춰 차를 다양하게 꾸밀 수 있게 인디비주얼 파트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Q2에 들어가는 6가지 엔진

1.0리터 터보 가솔린 3기통 116마력 앞바퀴굴림

1.4리터 터보 가솔린 4기통 150마력 앞바퀴굴림 (사륜 콰트로 옵션 가능)

2.0리터 터보 가솔린 190마력 콰트로 듀얼클러치 변속기 기본 장착

1.6리터 터보 디젤 4기통 116마력 앞바퀴굴림

2.0리터 터보 디젤 4기통 150마력 (사륜 콰트로 옵션 가능)

2.0리터 터보 디젤 4기통 190마력 콰트로 듀얼클러치 변속기 기본 장착


아우디 A1처럼 C필러가 처리됐습니다 / 사진=아우디


사진=아우디


사진=아우디

역시 가격이 문제일 텐데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서는 그다지 싸게 나오진 않을 걸로 보입니다. 기본가가 약 2만 유로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면 유럽 기준으로 Q3 보다 1만 유로 정도 더 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터쇼에서 이 차를 본 독일 자동차 기자들은 뛰어난 실내 품질과 견고한 느낌의 바디 등을 칭찬했습니다. 일단 직접적 경쟁 상대로는 미니 컨트리맨이 될 것이고, 그 외에는 이번에 오펠에서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모카X'가 될 걸로 보입니다.


모카는 쉐보레 트랙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나오는 쌍둥이 같은 모델이지만 전체적으로 트랙스 보다 더 고급스럽게 꾸며진 한 급 위 수준의 소형 SUV입니다 / 사진=오펠

그러고 보니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는 기아도 니로를 선보이며 소형 SUV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니로의 경우 다른 유럽 소형급 SUV (혹은 CUV)가 시도하지 않은 하이브리드형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아우디가 공식적으로 언급은 아직 안 했지만 2~3년 후 Q2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E 트론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 약간 큰 사이즈이긴 하지만 도요타 역시 C-HR이라는 하이브리드 SUV를 공개했죠. 이 차는 닛산 쥬크와 경쟁할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경쟁이라면 그 어떤 브랜드들 보다 심한 독일 프리미엄 3사인데, 아우디의 소형 SUV 소식만 있고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가 않는 것입니다. 과연 BMW와 벤츠도 소형 SUV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되는 걸까요? 만약 참여를 한다면 언제쯤 공개가 되는 걸까요?


Q2의 경쟁자들, 2년 후면 만날 수 있다?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그간 독일의 자동차 매체들이 전하는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BMW는 X1 (C세그먼트급) 아래에 변형된 크로스오버 모델 '1시리즈 스포트 크로스'를 2018년쯤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X1 아래 소형 SUV가 나오면 이름을 어떻게 지을 건지 궁금했는데, 엔트리급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아우디 Q2와 대결을 한다는 게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입니다. 

이미 2시리즈 스포츠 투어러를 통해 앞바퀴굴림에 3기통 엔진까지 적용한 BMW로서는 작은 크로스오버 모델을 만드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대신 이 작은 CUV에는 M과 같은 고성능 버젼은 없을 것이고, 변속기 역시 8단 자동은 안 들어갈 것이라고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전망했습니다. 아, 하이브리드 역시 적용하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메르세데스는 어떨까요? BMW는 미니라는 브랜드를 통해 소형 SUV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우디 역시 그룹 내 소형 라인업들이 많아서 Q2를 내놓는 데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벤츠는 다르죠. 스마트 같은 경차급 브랜드 외엔 달리 소형 SUV를 만들어 본 경험도, 라인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 문제를 르노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한 모양입니다.

르노의 소형 라인업이 클리오를 기본으로 하거나 닛산의 쥬크를 베이스로 해서 2018년 'X클래스'라는 아우디 Q2의 라이벌을 내놓게 된다는 게 복수 매체를 통해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경쟁 3사가 모두 소형(B세그먼트급) 크로스오버 차량 시장에 뛰어들게 되는 것인데요. 과연 얼마나 프리미엄 타이틀에 맞는 차를 만들지 기대 반 걱정 반 그렇습니다만, 올가을부터 판매에 들어갈 Q2가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벤츠와 BMW의 계획은 다소 변화를 맞을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폴크스바겐은?

두 번째 할 수 있는 질문은, 이처럼 아우디가 소형 SUV를 내놓았는데 폴크스바겐은 어떻게 된 거냐는 겁니다. 2012년부터 폴크스바겐측에서는 2016년, 그러니까 올해를 목표로 폴로를 베이스로 한 소형 SUV를 내놓을 것이라고 계속 이야기를 해온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아우디가 먼저 내놓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폴로 SUV는 계획에서 사라진 걸까요?

사진=아우디

이 사진은 Q2의 뒷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 안 드시나요?


사진=VW

이 사진은 폴로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후미등을 비롯해서 전체적으로는 폴로와 Q2가 닮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네요. 그렇다면 폴크스바겐은 소형 SUV 노하우와 이미지까지 아우디에게 내주고 그냥 없던 일로 덮어버린 걸까요? Q2가 공개된 날, 거의 동시에 폴크스바겐은 소형 컨셉 SUV를 소개했습니다. 이름은 T-크로스 브리즈입니다.


사진=VW


사진=VW

폴로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소형 컨셉 SUV로, 레인지 로버 이보크처럼 컨버터블 SUV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차는 말 그대로 컨셉카일 뿐이지만 컨셉카를 통해 폴로 SUV도 곧 등장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할 법합니다. 실제로 이 컨셉카는 공차 중량이나 차의 크기가 앞서 소개한 아우디 Q2와 흡사합니다. 약간 더 짧고 더 높은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구체적인 폴로 SUV 출시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우토빌트 같은 정보력이 좋은 독일 매체는 폴로 SUV 역시 2018년쯤 공개가 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티구안 아래급으로 골프 SUV가 등장할 예정인데 이 계획은 2017년, 그러니까 내년으로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골프 SUV 보다 더 작은 폴로 SUV가 그 다음 해에 공개가 된다는 게 알려진 내용입니다. (8세대 골프 역시 2018년 출시 예정)

그러니까 올해 우선 폴크스바겐은 티구안 2세대를 (유럽 4월부터 판매) 판매하고, 내년엔 골프 SUV를 공개하고, 후년엔 폴로 SUV를 내놓는다고 정리를 할 수 있겠는데요. 공식적으로 밝혀진 내용이 아니니까 일단은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아우디 Q2의 등장으로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급 차 브랜드들이 소형(B세그먼트) SUV 시장에 참여를 하는 것은 높은 마진을 통한 이윤 확대 보다는 시장을 경쟁 브랜드에 빼앗길 수 없다는 점유율 경쟁 측면이 더 크지 않나 싶고, 폴크스바겐은 전체 라인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소형 SUV 출시를 좀 더 늦춘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뭐가 됐든 좋은 차, 좋은 가격에 많이 내놓아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2 / 사진=아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