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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전거 추월, 독일과 프랑스 운전자들은 이렇게 한다

유럽은 말 그대로 자전거 천국입니다. 도시가 작든 크든 가릴 것 없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죠. 봄 가을이 되면 길거리로 수 많은 자전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따라서 자동차 운전자들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긴 하지만 자동차와 차로에서 뒤섞여 달리는 곳도 많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사고 나지 않도록 서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내

처음 독일에 와 운전을 하면서 우리나라 도로 상황, 교통문화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걸 느꼈는데요. 자전거를 대하는 독일 운전자들의 모습도 인상적인 것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외곽도로 등에서 추월하는 경우 정도 이상으로 차들이 자전거를 피해 운전했습니다. '안전을 위한 배려가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상당히 엄격한 법규정이 마련돼 있더군요.


자동차와 자전거의 간격 법으로 규정

일단 자전거를 추월하는 자동차는 법에 따라 간격을 둬야 합니다. 만약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해 사고가 나면 자동차 운전자가 100% 잘못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간격은 얼마나 둬야 할까요? 독일 도로교통법에 보면 자전거를 추월할 경우 자동차는 최소 1.5미터의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또 시속 90km/h 이상으로 속도를 낼 땐 2미터 이상 떨어져야 합니다. 물론 정확하게 이 간격을 지키긴 쉽지 않지만 중요한 건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였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자전기 추월 시 간격 / 출처=adfc.de

그런데 이 안전거리 규정은 자동차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자전거가 자동차를 앞지르는 상황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심지어 자전거는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옆을 지나갈 때도 자동차 도어가 열릴 때를 대비해 80~150cm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죠. 주차 후 차에서 내릴 때 뒤쪽 상황을 운전자도 꼭 살펴야 하지만 자전거 운전자 역시 사고를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자전거 등이 주차된 자동차 곁을 지나갈 때 / 출처=adfc.de

이와 같은 법규정은 면허학원 등에서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대체로 독일 운전자들은 잘 알고 있고, 또 자전거 면허를 취득하는 초등학생들 역시 이 점을 배우고 있어 자전거 운전자들도 충분히 이해가 된 상태에서 도로에 나오게 됩니다. 독일 외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시내에서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할 땐 1미터, 외곽 지역에선 1.5미터를 떨어지도록 이미 1958년 법으로 정해놓았습니다. 


브라질 역시 프랑스와 비슷한 간격을 법으로 규정해 놓고 있고 미국은 3피트(90센티미터)를 떨어지도록 한 자전거 보호법이 주별로 적용이 되고 있는데 대략 미국 주의 절반 정도가 실제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 역시 법에 안전거리를 확보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를 아는 운전자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얼마나 떨어져야 하는지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정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아 이 부분은 사고 시 책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보행자와 자전거, 보행자와 자동차의 간격도 규정

얼마 전 독일에선 법원의 판결 하나가 작은 화제가 됐습니다. 주택가에서 벌어진 일로, 길을 걷던 여성이 한 명 있었고 그 옆으로 제한속도에 맞춰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곳이었죠. 그런데 길을 걷던 여성이 짖는 개에 놀라 몸을 피하는 순간 자동차에 부딪힌 것입니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보행자와 운전자 사이에 책임을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결론은 자동차 운전자의 100% 과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게 판결의 이유였죠.


보행자 도로와 자동차, 자전거의 간격 / 출처=adfc.de

이처럼 자동차와 자전거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거리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규정이 되어 있는데요. 자동차와 자전거 등은 인도에서 75~80cm의 간격을 두도록 했습니다. 또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곳에서는 보행자로부터 최소 1미터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구체적 규정이 있음에도 독일 자전거 관련 단체 등은  철저하지 못하고 미흡하다며 세부적인 안전거리 확보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갈수록 느는 자전거 사고와 보행자 안전 위해

안전거리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돼야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서 차이가 느껴집니다. 일단 정확하게 보행자와 자동차,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의 안전 규정이 보강되어야 할 것이고 또 이에 대해 면허 취득 과정에서 강화된 교육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전거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죠. 그렇다면 늘어나는 자전거 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따라주는 게 당연한 정부의 할 일입니다. 차와 자전거와 보행자가 훨씬 더 안전하게 어울리는 도로환경이 되는 것, 이게 국가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닐까요?


자전거 전용도로가 끝나 우회전 도로와 연결되자 자전거 운전자가 왼팔을 들어 직진할 거라는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이 경우 자전거에게 우선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