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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요?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 쓰세요"


"이 기자는 돈 안 받아 먹었나 보네?"

요즘은 스케치북다이어리뿐 아니라 Daum 자동차나 인터넷 자동차 매체(모터그래프) 등에서도 저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더 많은 분들이 읽기 때문에 그만큼 긴장하고 집중해 글을 쓰려 노력 중이죠. 그런데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다 보면 가끔 "이 기자는 돈 안 받은 거야?" 혹은 "기자가 돈 받아 먹었군!" 등의 반응을 보게 됩니다.'왜 저 분들이 나를 기자라고 할까?' 라고 처음엔 생각을 했는데, 글이 올라오는 공간 자체가 자동차 전문 매체나 언론들이 이용하는 곳이니 자연스럽게 기자로 인식을 하는가 보구나 라고 그냥 넘기게 됐습니다.


하지만 굳이 저의 정체를 이야기하라 한다면 자동차 블로거가 맞습니다. 제 글의 출발지는 이 곳 스케치북다이어리이고, 전략과 전술이 나오는 헤드쿼터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게 됐으니 호칭을 덧붙인다면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정도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제까짓 게 칼럼니스트씩이나...라고 여전히 피식 웃게 됩니다만,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책임감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젠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케치북다이어리가 제게 중요한 이유

사실 오래 전부터 이 블로그와 함께 하신 분들은 저의 글들이 그간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아무리 아는 척을 해도 여전히 갈 길이 먼, 배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아실 거예요. 때론 부끄러운 옛 글들 찾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틀렸으면 틀렸던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그냥 있는 그대로를 기록으로 남겨 두고 있습니다. 그 건 제게 무척 중요한 의미죠. 앞으로도 제가 자동차에 있어서 남을 무시하거나 잘난 척 하지 않을 수 있는, 또는 잘못을 인정해야 할 때 고개 숙일 수 있는 일종의 '겸손의 족쇄'가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 외에 또 한 가지 중요한 가치가 이 공간에 있는데, 바로 자유입니다. 누구의 눈치, 누군가의 기획 의도가 전혀 개입이 안된, 제 자신이 느끼고 고민하고 즐거워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중한 자유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이건 제 글쓰기의 진정한 동력입니다. 이 자유가 타의에 의해서든 자의에 의해서든 제한된다면 그 땐  저의 글쓰기는 막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자유를 누리는 것에 대한 책임 또한 저의 몫입니다. 비판도 온전히 저의 것이겠죠. 그런 비판 받더라도 평생 자유롭게 글을 쓰고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비판, 얼마든지 달게 받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스케치북다이어리 외에 Daum 자동차와 온라인 전문 자동차 매체 한 곳에서도 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곳과 계약하기 전 관계자분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대화에서 제가 건넨 조건은 단 하나였어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게 해주세요." 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모두 흔쾌히 그 조건을 받아주셨습니다. 


솔직히, 무언가를 써달라고 했을 때 그 요구에 충분히 맞춰낼 만한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의 글이, 제가 전하는 정보가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냥 저 같은 사람은 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밖에 없다는 걸 그 분들도 파악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간 몇 군데에서 제안이 왔었지만 모두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부분과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자유롭지 못하면, 내가 쓰고 싶은 걸 쓰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내공' 턱없이 부족한데 거기서 나오는 결과물 불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분이 제게 기레기 소리를 해도, 돈 받아 먹고 글 쓰는 거 아니냐고 해도, 1g의 부담감도 갖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자유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랙픽 끌어 올리기 위해 어뷰징 기사 작성 안해도 되는 블로거이며, 원고료에 충분히 고마워할 줄 아는 프리랜서 글쟁이입니다. 거금을 준다고 해도 (그럴 리도 없겠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제한한다면 그 돈에 자유를 파는 따위의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분별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약속처럼 각오를 다지며 이 넋두리를 정리해야겠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픈 이야기 눈치 안 보며 앞으로도 해나가겠습니다. 자유롭게 쓸 것이며, 더 겸손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를 좌우 축에 달고 열심히 달려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점, 문화적 자동차 담론이 이뤄지도록 늘 노력하겠습니다. 양질의 정보, 새로운 정보, 탐지견처럼 잘 찾아내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쓰게 만든 분께서도 저의 다짐을 확인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 마시고 응원해주십시오. 저는 칭찬에 약하고 격려에 힘 잘 받는 사람이랍니다. 


911 카레라/ 사진=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