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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색상 추가 비용, '비싸다 비싸'


자동차를 선택할 때 색상은 무척 중요합니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기도 하고, 중고차 시장에 타던 차를 내놓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인기 있는 색상을 고려해 구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세차 잘 안 하고 차 타는 운전자들 계시죠? 그런 분들에겐 먼지나 때를 신경 안 써도 되는 컬러가 어울릴 겁니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자동차 컬러이지만 모든 색상을 동일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나 르노삼성 등, 국내 메이커들의 경우 한 차 종에 보통 10개 미만의 색상을 선택하게끔 해놓고 있는데요. 그 중 특정 컬러 한 두 개 정도는 추가 요금을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쏘나타는 총 8개 색상 중 아이스화이트를 선택하면 8만 원이 추가됩니다. 제네시스의 전용 컬러인 탠 브라운을 원할 경우 30만 원을 더 내야 하죠. 또 르노삼성 SM5는 백진주색을 선택하면 17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이처럼 추가 요금이 붙는 이유는 공정이 추가되었거나 페인트 자체의 가격 차이 등에 의해서입니다. 일부 비싼 차들의 경우 수작업으로 도장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가격에 반영된다고 하는데요. 사실 색상 가격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제조사만 알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색상 가격 너무 비싸

포르쉐 911 카레라S /사진=포르쉐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독일 등 유럽 지역의 제조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견적내기'를 해보면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차량 색상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는 점입니다. 폴크스바겐 골프를 볼까요? 총 11가지의 컬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무료는 우라노그레이 한 가지이고 나머지는 모두 추가 요금을 내야 합니다. 특히 흔히 기본 도료라고 하는, 펄이나 메탈릭 도료가 아닌 솔리드 도료의 경우도 추가 요금을 받고 있는데, 솔리드 색상인 퓨어 화이트와 검정색, 빨강 등은 141유로에 250유로까지 추가 요금을 내야 합니다.


여기에 알루미늄 입자가 포함되어 은색 계열 색상을 고급스럽게 꾸며 주는 메탈릭으로 넘어가면 가격은 더 껑충 뛰게 되는데요. 나이트 블루 메탈릭은 535유로, 레플렉스 실버는 535유로 등을 더 내게 됩니다. 한국에선 대부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 현대자동차도 유럽에선 이런 분위기를 따르고 있죠. 그리고 고급 브랜드로 가면 가격 상승은 더 심해지는데요. 


포르쉐의 경우 기본 솔리드 색상은 추가 요금을 내지 않지만 메탈릭 색상은 170만 원, 특별 색상은 380만 원까지 더 내야 합니다. BMW 3시리즈 인디비주얼 색상은 2800유로, 메르세데스 AMG GT의 '솔라빔' 색상을 원하는 경우 자그마치 천만 원을 더 내야 하죠. 이처럼 일반 메이커나 고급 메이커 할 것 없이 자동차 색상 선택에 돈이 더 들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부분은 현대차입니다. 한국과 독일에서 모두 팔리는 i40의 경우, 미네랄 블루 메탈릭 색상은 한국에선 추가 요금이 없고 독일에선 560유로를 더 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짐작이 가능한데요. 우선 한국에서 추가 요금이 없는 것은 이미 차 기본가에 색상 가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내수 고객들만을 위해 색상에 대한 추가 비용을 받지 않는 경우일 겁니다.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사실일지는 여러분이 각 자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i40도 대부분 추가 요금을 내게 되어 있다/ 현대차 독일 홈페이지 캡쳐



과연 적절한 가격인가?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이런 색상 가격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짚어보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공정이 추가되거나 페인트 비용이 상승해 더 돈을 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죠. 페인트 가격 자체만 놓고 보면 펄이나 메탈릭 도료가 기본 솔리드 도료 보다 크게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페인트 업계 관계자도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다.' 라고 확인해줬습니다. 문제는 도장 비용의 2/3를 차지하는 공정 부분인데요. 


이 역시 높은 추가 금액을 요구할 정도로 복잡한 차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우토빌트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한 제조사 입장을 포드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소비자들이 점점 더 메탈릭과 펄 효과가 들어간 색상을 선택하고 있고, 그들은 추가 비용을 지금처럼 내는 것을 받아 들이고 있다" 라고 답했습니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을 이용해 더 많은 마진을 남기겠다는 얘기이고, 소비자들이 이런 가격 정책에 별 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로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폴크스바겐은 흰색 차량 판매량이 17,400대 수준이었던 2006년에는 퓨어화이트 색상에 추가 요금을 붙이지 않았지만 흰색 모델이 13만 대까지 팔리는 요즘은 141유로의 추가 요금을 받습니다. 페인트 가격이 상승했거나 공정이 추가 되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오르는 부분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격이 정도를 넘어선 폭리 수준이라면 이는 분명 잘못입니다. 앞으로는 소비자들도 제조사의 이런 색상 가격 정책을 좀 더  꼼꼼히 따지는 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