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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운전자 짜증나게 하는 6가지 타입의 동승자


차에 동승한 독일 사람들의 77%가 한 번 이상은 거친 표현이나 위험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 중 30%는 이런 운전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 못하고 그저 침묵으로 대응했다고 하는데요. 옆이나 뒷좌석에 사람 태우고 운전할 때는 혼자일 때 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네요.


그런데 오늘은 그 반대의 경우를 소개하려 합니다. 동승자 때문에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죠. 역시 독일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운전자들은 대체로 동승자와 잘 맞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는데요. 아무래도 혼자일 때 보다 불편하게 느끼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운전자들은 어떤 유형의 동승자를 불편하게 생각할까요? 


사진=오펠


독일 운전자 클럽 아데아체(ADAC)가 회원용으로 발간하는 월간지 모터벨트라고 있습니다. 회원용이라고는 했지만 1800만 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발송되는 거니 그 영향력은 엄청난 수준인데요. 여기에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6가지 유형의 동승자에 대한 내용이 있어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어떤 타입들인지, 그리고 그 속에 혹시 나는 포함되지 않는지도 한 번 체크해보시죠.



▶첫 번째 유형 : 잘난 척 하는 동승자


모든 운전자가 자신 보다 운전을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 유형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하는데요. '운전이 거칠다.' '브레이크를 왜 그렇게 밟느냐' '자동차는 말이다...' 등의 훈수가 계속됩니다. 모터벨트는 이런 경우 운전에 방해되고 있으니 조용히 해달라는 의사표현을 하라고 전했는데요. 보통 이런 류의 동승자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진 절대 포기하지 않으니 토론 같은 건 생각도 말라는군요. 


사실 운전깨나 한다는 많은 분들이 이런 유형에 들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가끔 훈장질(?)을 할 때가 있는데요.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면 운전할 때 그런 잔소리 계속 들어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모터벨트는 작년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폴크스바겐 팀의 드라이버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세바스티앙 오지에 선수와 그 아내를 인터뷰했는데 이 부부의 대화를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모터벨트 : 세바스티앙 오지에 선수와 아내분은 차 안에서 운전으로 인해 자주 다투시는 편인가요?

오지에 : 아뇨. 저희는 출발 전에 어떻게 갈지 대충 대화를 합니다. 그리곤 별 대화 없이 목적지까지 가는 편이죠.

모터벨트 : 아내께서 운전할 때도 그런가요?

아내 :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안 좋은 동승자예요. (웃음) 앞 차와의 간격을 더 둬라. 와이퍼를 빨리 켜라. 등의 잔소리가 계속되죠. 하지만 저희는 거의 싸우지 않습니다.

모터벨트 : 방법 좀 알려주시죠.

아내 : 그냥 남편에게 운전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돼요. 


오지에 선수 본인도 잔소리와 잘난 척 하는 점이 있다고 순순히 시인을 했다고 하는데, 이거 왠지 익숙한 느낌 들지 않으세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두 번째 유형 : 겁 많은 동승자


조금만 가속을 해도, 추월하는 순간에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에도, 모든 운전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과민 반응을 보이고 무서워 하는 동승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운전이 거친 경우 저도 모르게 머리 쪽 손잡이를 움켜 쥐게 되는데요. 비교적 안전한 운전 상황에서도 이렇게 겁에 질린 동승자라면 운전자 입장에선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을 겁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라면 동승자를 배려해 줘야 합니다. 속도를 좀 더 줄여주고, 앞 차와의 간격도 더 넓히고, 또 왜 그렇게 무서워 하는지 등 동승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을 보이는 게 좋겠죠. 사실 저희 어머니께서도 조금만 속도를 내면 겁을 내십니다. 신경을 쓴다고 하는데도 어머니께선 긴장을 하시는 편이라 급제동 급출발, 그리고 차간 거리 확보 등에 특히 더 주의를 합니다. 나름 효과가 있더라고요.



세 번째 유형 : 운전 방해형 동승자


혼자 뭐라고 계속 떠들거나 어떤 행동을 반복해서 하는 동승자들이 있습니다.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죠. 큰 소리로 누군가와 장시간의 통화를 한다거나, 혹은 어제 친구와 있었던 안좋은 일을 이야기하면서 친구 험담을 계속 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저녁에 무얼 먹을지 계속 의견을 묻는 등,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이럴 땐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걸 위험하다는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차라리 스마트폰 등으로 인터넷을 서핑을 하게 하든지, 아니면 라디오 등에 집중하게끔 유도를 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역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뭐 안된다면...




네 번째 유형 : 탔다 하면 잠만 자는 동승자


운전자 입장에선 사실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거리 주행을 하거나 초행길을 야간에 달려야 할 때는 오히려 동승자가 옆에서 대화를 계속 나눠주는 것이 좋겠죠. 오래 된 얘기인데요. 친구들 몇 명과 강원도로 일출을 보러 차를 몰고 간 적이 있습니다. 운전은 제 몫이었죠. 갈 때는 잘 몰랐는데 올 땐 거의 밤을 새고 운전을 해야 해서 무척 피곤했습니다. 중간에 혹시 졸음운전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죠. 


그런데 다행히 일행 중 막내 여동생 한 명이 옆좌석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덕분에 피곤한 줄 모르고 운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그 동생의 배려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저희 집사람 경우도 짧은 거리는 그냥 자는 편이죠. 그런데 좀 먼 거리를 가게 되면 끝까지 좋은 길벗이 되어 줍니다. 서로 운전을 바꿔 하기도 하면서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래저래 동승자 복이 좀 있네요. 어쨌거나 운전자 컨디션만 괜찮다면 잠자는 동승자 유형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다섯 번째 유형 : 성격 급한 동승자


싸움 안 나면 다행인 경우겠죠. 툭하면 과속하라고 다그치고, 신호등 노란불 들어오면 빨리 가속페달 밟아 통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운전자는 오히려 가만히 있는데 자기가 다른 차들을 향해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립니다. 옆에서 운전대 클락션을 누르며 육두문자를 날리죠. 


이럴 땐 분명하게 동승자에게 이야기 해야 합니다. 내 운전 스타일이 있으니 그걸 좀 존중해 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꼭 한 마디 덧붙이세요. 안전은 시간을 아끼는 것보다 우선된다고.



여섯 번째 유형 : 뒷좌석의 아이들


좀 큰 녀석들은 그래도 괜찮은데,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장거리를 가야 하는 건 운전자에겐 힘든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집에서 하는 행동이 차 안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모터벨트는 이야기하는데요. 장난감을 주워달라, 배가 고프다, 언제 도착하느냐 등, 집과 차 안의 상황을 동일시 하는 언행들이 나오기 쉽다는 겁니다. 


그래서 보통 아이들과 함께 먼 거리를 갈 땐,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는 걸 권하고 있습니다. 차 뒷좌석에 태블랫 PC가 장착될 수 있게 해 놓던가, 아니면 아예 매립형 모니터가 붙어 있는 미니밴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게 아이들 진정시키는 용도로 쓰기엔 딱 좋습니다. 그림책이나 평소 늘 안고 사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꼭 가져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죠. 무엇보다 자주 휴게소 등에 들리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운전지옥을 맛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분 좋은 동행이 되기 위해선 역시..


어떤 독일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라네요. "전 차 안에서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아내가 어떤 운전자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죠. 잔소리를 좀 하게 되면 전 결국 집까지 걸어가게 됩니다." 재미 있으라고 쓴 글이지만 실제로 부부 사이에 차 안에서 다투는 일이 많은데 대부분 거친 표현들이 문제가 된다고 독일의 가정상담 전문가는 얘기합니다. 


"무슨 운전을 그 따위로 햇!"이라고 하기 보다는 "운전 조금만 살살 해줄 수 있을까?" 등의 한층 부드러운 표현을 쓰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니까, 앞으로 혹시라도 차 안에서 목소리를 높일 일이 있다면 운전자이든 동승자이든, 서로 한 번만 호흡을 가다듬고 좋게 좋게 이야기하도록 노력하세요. 


실제로 혼자 운전을 할 때 보다 옆좌석이나 뒤에 동승자가 있을 때 사고율이나 범칙금 고지서 받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쾌적한 차안 풍경은, 결국 작은 배려와 한 호흡 쉴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됩니다.자, 끝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여섯 가지 유형 중 어디에 해당되시나요?


사진=피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