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때문이든 아니면 그냥 좋아서 감상을 하기 위해서든, 참 많은 자동차 관련한 사진들을 보게 됩니다.
강렬한 스타일, 멋진 색감, 자연과의 아름다운 조화, 뛰어난 속도감 등,
자동차를 드러내기 위한 수많은 사진들을 보며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따뜻하고 여운 깊게 남는 사진이라고 한다면
이 1956년, 비틀과 함께 하는 피크닉 풍경 사진이 아닐까 싶어요.
배경이 멋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동차가 엄청나게 압도하는 성능의 모델도 아닌데,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사진이 저는 왜 이리 와 닿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일상이 주는 소박함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는 저들의 모습은 그 옆에 놓여 있는 비틀마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왠지 저들의 헛헛한 삶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함께 버텨온 녀석이 아닐까 싶어 괜히 기특하고 짠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설령 저 사진 속 사연이 제가 느끼는 감정과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어떤 것을 보고, 어떻게 느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말이 나왔으니 좀 더 해보자면 저는 영화도 블록버스터 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는 것들을 통해 더 많은 감동과
공감을 얻게 됩니다. 음악도 비슷해서요.
엄청난 가창력에 압도 당하는 것도 좋지만
그저 통키타 하나에 읊조리듯 부르는 진솔한 노랫말과 멜로디에 더 매료됩니다.
성향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거리를 찾을 때에도
소박하고 진솔한 소재를 만났을 때
그 여운과 깊이는 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문제의 해결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닐지도
문뜩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현대자동차가 지금 많은 비판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건 결국 사람들의 가슴에 무언가를 전하지 못해서 생긴 일은 아닐까 하고요.
어떤 이는 현대차에게서 '저 회사는 나를 위해 차를 만들려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차를 만드는 거 같다.' 라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그러실 거예요. "아니, 그럼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게 중요하지 무슨!"
그럼요. 이익을 내야겠죠. 하지만 그 이익이 기업의 최종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봐요.
좋은 차를 만들었고, 이 차를 이처럼 열심히 만든 건
당신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며,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는,
그런 마음에서 만든 것입니다. 라고 가슴으로 전할 수 있을 때, 그것이 동력이 돼
판매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수익으로 나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그런 마음으로 차를 만들까요?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고, 변속기 경쟁을 펼치며, 미래의 동력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들은 사실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이후의 와 닿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떤 도전을 통해 그네들이 원하는 자리에 도달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소비자인 나의 삶과 무관하게 여겨진다면, 그게 아무리 거창하고 화려하고 뛰어난 것이라고 할지라도
멀게만 느껴질 뿐이라는 것이죠. 좀 이기적이죠?
하지만, 소비자들이 마음을 풀고, 그들이 내 이야기에 다가와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하는 현대차
지금의 입장에서는 이 감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넋두리가 어쩌면 답이 될 수 있다는 걸
한 번쯤은 깊게 생각하고 고민을 해봐주었음 합니다.
어쩜 생각 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적인 답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해요.
처음에 소박한 사진 한 장을 걸어 놓고 소회를 읊조렸던 그 의미를,
자동차 회사들이 속뜻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좋거나 나빠도 술을 마시고는 글을 쓰지 않는 저이지만,
오늘은 맥주 한 잔 걸친 기분에, 논리적인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투박해도
가슴으로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툭하니 꺼내 보았습니다.
저는 자동차라는 기계덩어리는 그걸 만들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거라 생각합니다.
자동차를 통해 그 차를 만든 이들의 노력과 열정의 기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자동차를 소비하는 이들의 삶을 통해
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 주고 받음이 결국 소통이 아닐까요?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소비자들 한 명 한 명의 소박한 일상을 이해하고 그 삶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그걸 고민하는 회사가 되어만 준다면, 저는 기꺼이
뜨거운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겠습니다.
우리에게 자동차는 뭘까요?
저 녀석들은 지금도 묵묵히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와 함께 성장하고 늙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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