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세대 (Millennial generation)라는 표현을 들어 보셨나요? 1980년 이후에 태어난, 보통 18세에서 34세까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자식들이 여기에 든다고 하죠. 미국에서 처음 생겨난 표현으로, 그래서 미국의 어떤 사회지표, 경제적 지표 안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합니다.
이들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세대라고 할 정도로 아이폰과 구글은 생활이 된 지 오래고, 온라인 쇼핑과 유튜브를 마트나 TV 보다 자주 이용하고 경험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또 정치적으로 진보에 가깝기는 하지만 미국의 공화 민주 어디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절반 수준이나 될 정도로 새로운 정치적인 성향을 보이며 기득권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일어났던 월가 점령 시위 "우리는 99%이다"도 고학력의 저임금 밀레니엄 세대들이 일으킨 사회운동이었습니다. 그들은 소비의 새로운 주체이기도 하면서도 빚 걱정, 미래 걱정에 실용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독일의 경우도 기존의 정당 보다는 해적당이나 녹색당과 같은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고 책임감과 의무를 중시하는 정당의 주장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바로 밀레니엄 세대들이 그 주인공이죠. 또 탈 종교적이라서 교회나 성당은 이들을 어떻게 하면 불러 모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밀레니엄 세대를 이야기할 때 또 한 곳, 자동차 업계의 고민을 끄집어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진=netcarshow.com
최근 미국의 한 컬럼니시트는 앞으로 쇠퇴할 산업 중 하나로 '자동차'를 선정했습니다. 과거 부모 세대들이 자동차에 열광하는 것에 비하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 비중이 덜하다는 것이죠. 굳이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은 도심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그들에겐 자동차 외에 즐기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면허증 소지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오늘은 포드 미래연구소가 매년 작성하는 '자동차 시대정신 연구'라는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독일 일간지 디차이트가 작성한 기사를 여러분께 정리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요즘 젊은이들은 자동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자동차 미래가 어떠했으면 하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동차,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최우선 가치는 아니다
미국이 자동차 시장의 가장 중요한 곳이 된 이유는 그들의 자동차 소비력 때문인데요.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이끈 이들은 베이비 붐 세대, 그러니까 밀레니엄 세대 부모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겐 인터넷도 없었고, 집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로망은 오로지 자동차였죠. 하지만 그 자식들은 달랐는데요. 차가 있으면 좋지만 그들을 흥분시키는 비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91% : 우리의 삶에 있어 자동차는 생활을 편안하게 해준다
10% : 나에게 자동차는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차를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적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자동차의 기술도 마력이 얼마나 높고 안전 수준이 어떤지 보다는 자동차가 커뮤니케이션 (소통)이 가능한지 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요즘 커넥티브드 카에 대한 얘기들이 자주 나오고 있는데 (저도 한 번 다룬 적 있습니다) 점점 자동차에 흥미를 잃고 있는 밀레님엄 세대를 잡기 위해선 이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된 것이죠.
굴러다니는 인터넷이 되고 있는 자동차들. 사진=netcarshow.com
사진=bmw.co.kr
전통적인 브랜드 벤츠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는. 사진=netcarshow.com
어떤 자동차 회사도 이제는 인터넷이 안되는,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오락거리를 제공하지 못해서는 살아 남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는 미래사회를 맞이하는 방법론이자 밀레니엄 세대를 향한 구애인 것이죠. 바로 이전 포스팅인 '한국 차, 여자 마음 몰라도 너무 몰라' 에서도 슬쩍 언급했지만, 젊은 남녀들에게 자동차는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만족시킬 수 있고, 멀티미디어 환경에 최적화 된 도구가 되어 줘야 어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죠. "그렇다면 당신들에게 자동차는 꼭 필요한가요?"
답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2013년 대답 : 네, 있어야 합니다. (68%)
2014년 대답 : 네, 필요해요. (41%)
그렇다면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들의 자동차 보유 현황은 어느 수준일까요?
한 대 가지고 있다 : 59%
나는 차가 없다 : 31%
두 대 이상 가지고 있다 : 10%
또한 절반 이상의 미국 젊은이들은 일주일에 5번 정도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든, 옆자리에 앉든 이용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이 얘기는 자동차의 필요성을 아직까지는 느끼고 있다는 뜻이 될 겁니다. 어떻게 보면 바로 위의 반응과 상반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자동차의 절대적 필요성과 그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겁니다. 특히 이들이 자동차를 필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기성세대와는 좀 달랐는데요.
밀레니엄 세대 :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기 위해 차는 필요하다. 근무시간의 탄력 적용, 또 잦은 출장 등에 맞추기 위해서.
베이비 붐 세대 : (위 의견에 18%만이 동의) 자동차는 타는 사람의 경제력을 드러내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타자에게 드러낸다.
두 대답의 묘한 차이가 느껴지세요? 55세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사회 활동을 끝마쳤거나 끝마치는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고 밀레니엄 세대는 지금 현재 직장을 구하고 있거나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젊은이들에겐 차는 자신을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 활동에 필요한 도구라는 의미가 더 강한 것이죠. 이를 확인시켜주는 대답들이 이어졌는데요.
46% : 차가 필요할 땐 가족이나 친구에게 빌린다
9% : 규칙적으로 카쉐어링을 이용하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자동차가 필요는 하지만 꼭 그 차가 내 차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과거에 비해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특히 41%정도의 응답자가 카쉐어링이 가능한 도시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사진=위키피디아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자동차는 필요합니다. 편하고 좋죠. 하지만 반드시 그게 내 차이어야 하는 건 아녜요. 일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하기 때문이지 좋은 차 타면서 나를 과시하는 그런 의미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카쉐어링도 되고, 대중 교통도 잘 발달이 된 대도시에서의 생활을 저희는 바라고 있고요. 그래서 사실 큰 차, 비싼 차 보다는 인터넷이 되는 커넥티브드 카가 더 중요합니다. 마력 높아봐야 도시에서 얼마나 쓸 수 있겠어요."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들이 가장 중요하게 획득하고자 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었습니다.
58% : 좋은 집이 제일 중요함
28% : 여행이 가장 중요
10% : 자동차가 우선 순위
4% : 멋진 자전거
또, 남들이 내가 무슨 차를 타는지 관심 갖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답변의 경우도 작년 보다 부쩍 늘어나 있었습니다.
2013년 : 65% (이들 중 58%가 자동차는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밝힘)
2014년 : 81%
독일의 미래학자인 토마스 후버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자동차는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앞으로 25년 동안은 가장 중요한 자리에 여전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에게 자동차는 신분을 드러내는 것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자신들만의 공동체에 속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거기서 소통하고 어울릴 수 있기를 더 바랍니다 "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들을 보면 확실히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젊은이들의 의식이 기성 세대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환경이 다르지만 이런 성향은 우리나라나 유럽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포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우린 먼저 사회에는 여러 그룹(다양한 젊은이들 공동체)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들과 접촉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계속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을 수 있다. 우린 변화에 발을 맞춰야만 한다."
밀레니엄 세대가 바라는 미래의 자동차 기술 5가지
어찌됐든 현재 보편적 젊은이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퍼포먼스 쪽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는 자동차의 미래상은 어떨까요? 다섯 가지로 대답을 해줬는데요.
55% : 기름을 지금 보다 덜 먹는 기술
43% : 자동차 스스로 주차장과 빈 주차공간을 찾아내는 기술
31% : 스스로 주차하는 기능
30% : 운전자의 건강을 체크해 컨트롤 해주는 기술
29% : 만약 운전자가 기름을 적게 소비했다면, 그 만큼을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현재 어느 정도 보편화 되어 있거나, 일부 적용이 된 기술, 그리고 앞으로 적용이 될 기술 등이 언급됐습니다. 마지막 내용이 재밌었는데요. 대답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주차 문제 해결과 연비 효율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를 바라고 있었는데요. 내비게이션이 길을 쉽게 알려주고, 막히는 구간과 공사 구간을 미리 알려줘 우회하는 기술을 선호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차에서 내릴 땐 스트레스가 풀려 있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확실히 자동차를 좋아하거나, 자동차가 어떻게 나아가길 바라는 기존의 전통적인 요구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계속 되거나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마지막 내용이었습니다. 유럽만 해도 젊은이들의 생활패턴이 대도시 중심으로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대중 교통이 잘 발달된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타블렛 PC나 스마트폰이 더 매혹적일 겁니다. 이런 세대에게 자동차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밀레니엄 세대는 과연?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 내용을 보면서 우리나라 젊은 세대를 떠올려 봤습니다. 과연 이들에게 자동차는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그네들과 같은 생각들일까? 자동차가 계속해서 소비된다는 건 그 국가 경제가 원활하게 순환이 되고 있다는 걸 의미할 것입니다. 그렇게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도 잘 유지되기 위해선 이런 젊은 세대의 마음을 읽는 게 중요하겠죠.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 대응하는 것 못지 않게 대한민국은 먼저 청년 취업문제부터 해결이 필요해 보입니다. 실업률을 낮추는 것 뿐이 아니라 양질의 취업 환경이 구축될 수 있는 것 말이죠.
취업을 해도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과연 그들로부터 제대로 된 소비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기업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팔고 싶다면, 그리고 정부가 내수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젊은층의 구매력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적어도 열심히 일을 하면 작은 차 한 대 정도는 뽑을 수 있다고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그런 환경 말이죠. 사고 싶고 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미래가 불확실해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접어버린다면, 결국 이건 국가와 기업에게 마이너스인 것입니다.
젊은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적극적 전략 수립은 물론 사회구조 마련
정리를 해보죠. 갈수록 젊은이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점도 전통적인 것과는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들의 요구, 이들이 만들어가는 트랜드를 제대로 읽고 대응하는 자동차 회사만이 앞으로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어렵지 않은 예측입니다.
지난 번에 이어 2회에 걸쳐서 젊은 층의 자동차 소비 패턴에 대해 글을 썼는데요. 미래 사회의 주역들이 자동차를 어떻게 보는지 아는 것은 자동차 회사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로 봐서도 중요한 문제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차원에서 이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당연히 해당 기업들은 더 치열하게 이 부분에 전략을 세워야겠죠. 또 기성세대들 또한 이런 젊은이들의 의식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들과 단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소통의 끊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자동차에 대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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