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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왜건이야 SUV야?' 멋쟁이 크로스오버들


SUV가 각광을 받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온오프로드를 겸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물론 요즘 대세를 이룬 도심형 SUV로는 산악길을 달리는 정통 오프로더의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승용차 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자동차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SUV만큼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고,  더 좋은 승차감과 주행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보장되고, 여기에 짐도 많이 싣고 달릴 수 있습니다. 흔히 크로스오버 자동차로 불리는 녀석들인데요. 과연 어떤 점이 일반 승용차와 다른지 한 번 깔끔하게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기준


크로스오버 승용차, 혹은 크로스오버 세단이라고 불리기 위해선 먼저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요. 우선 기본형이 승용차이어야 합니다. 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은 성격이 불분명해서 쟝르를 넘나드는 그런 차들을 흔히 부를 때 사용하죠. 종류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될 녀석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단에서 파생된 모델들이라는 것이죠.



오펠 아담 Rocks. 사진=netcarshow.com


폴크스바겐 크로스 업. 사진=netcarshow.com


위에 사진들은 오펠의 소형차 아담에 오프로드 드레스를 한 오펠 Rocks와 폴크스바겐의 경차급 업의 크로스오버형 'Cross UP'입니다. 이런 차들도 크로스오버 승용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조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내놓았는데요. 얘들은 몇 가지 자격 조건에 들지 않아 오늘 주인공 그룹에 들지 못할 거 같습니다. 


우선 네바퀴 굴림이 아닙니다. 또 지상고가 기본형 모델에 비해 15mm 정도 높은 게 고작인지라 이 부분에서도 다소 미흡합니다. 거기다 작은 차라는 이유에서 어쩔 수 없이 공간이 적어 레져용으로는 상대적으로 밀린다고 하겠습니다. 나름 휀더와 범퍼 하단에 보호대를 대고 이미지를 보강했지만 그냥 아담과 업의 변형 스타일 정도로 봐야 할 거 같네요.


자 그러면 지금 말씀드린 내용들 안에 조건이 모두 나왔죠? <지상고가 기본형 보다 높아야 하고, 네바퀴 굴림이 가능해야 하며, 짐을 싣는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가 되겠습니다. 당연히 세단이 기본이라는 점도 포함되어야겠고요. 그렇다면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크로스오버 세단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1. 오펠 인시그니아 컨트리 투어러


오펠 인시그니아 왜건. 사진=netcarshow.com


오펠 인시그니아 컨트리 투어러. 사진=netcarshow.com


오펠의 중형 세단은 인시그니아라는 모델입니다. 한 때 이 차가 한국에 들어가니 마니 하는 얘기들이 있어서 아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유럽에서만 판매가 되는데요. 세단에 왜건이 있고 여기에 최근 크로서오버인 인시그니아 컨트리 투어러가 합세를 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조건에 맞춰 따져 볼까요?


기본형 : 인시그니아 중형 세단

최저 지상고 : 기본형에 비해 약 20mm 더 높음.

구동방식 : 사륜구동 선택 가능

적재량 : 540리터에서 최대 1530리터까지


모든 것이 조건에 들어 맞습니다. 다만 이 차의 지상고가 기본형에 비해 2센티미터밖에 높지 않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 정확하게 지상고가 어느 정도인지 홈페이지에 나와 있지 않고 검색해도 잘 찾아지지 않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어쨌든 플라스틱 가드와 앞뒤 범퍼 하단에 덧댄 금속 범퍼가드가 붙어 있는 등, 구색은 일단 다 갖췄다고 하겠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오프로드에서 잘 달릴 수 있느냐는 건데, 이건 역시 얼마나 지상고가 높느냐, 진입각과 진출각이 어느 정도이냐, 또 램프각이라는 건 어느 정도이냐 등의 세부적인 내용도 따져야 할 겁니다. 뭔 소리냐고요? 요건 이따가 따로 간단히 정리를 해드리도록 할게요. 다름 모델을 일단 보시죠.




2. 폴크스바겐 파사트 올트랙


폴크스바겐 파사트 올트랙. 사진=netcarshow.com


파사트의 온오프 겸용인 올트랙입니다. 뭔가 사진상으로만 봐도 차체가 노면에서 좀 떠 있는 게 느껴지시죠? 그러면 이 차는 조건에 얼마나 맞는지 한 번 보겠습니다.


기본형 : 파사트(유럽형) 중형 세단

최저 지상고 : 165mm,  세단에 비해 30mm 더 높음.

구동방식 : 사륜구동 선택 가능

적재량 : 588리터에서 최대 1716리터까지

역시 조건에 잘 맞습니다. 하지만 올트랙도 지상고는 세단에 비해 생각만큼 높지는 않네요. 여기서 살펴 봐야할 게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진입/진출각, 그리고 램프각이라는 용어들인데요. 장황하게 말로 하는 것 보다는 그림이 잘 설명을 할 거 같아 준비를 해봤습니다.




이 그림은 파사트 왜건의 각 종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동그라미 원을 보시면 135라는 숫자가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상고, 정확하게는 최저 지상고입니다. 135mm네요. 지상고는 노면, 그러니까 바닥에서부터 차의 가장 낮은 부위까지의 간격을 말합니다. 이 수치가 낮은 스포츠카들의 경우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며 빠르게 트랙 등을 달릴 수 있습니다. 반면 바닥이 울퉁불퉁한 길에선 큰 일 나겠죠?


이 지상고가 높으면 높을수록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상할 확률은 덜하게 됩니다. 



랭글러 선댄서 컨셉. 사진=netcarshow.com


그래서 오프로드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랭글러 같은 차들은 도로면과 차의 바닥까지의 공간이 넉넉해서 산길도 걱정없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것이죠. 쇽업 쇼바를 조절해 지상고를 더 올릴 수도 있지만 너무 올리면 일상 주행에선 불편한 점도 많고 고속 주행도 쉽지 않을 겁니다. 암튼 이게 지상고였고요. 그 다음은 붉은 네모 표시를 보시기 바랍니다.


차의 앞과 뒤 (정확히는 앞 오버행 하단, 뒤 오버행 하단) 아래 공간의 꺾인 각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앞 부분을 진입각이라고 부르고, 뒤쪽을 진출각이라고 부릅니다. 이 각도가 클수록 오프로드에서 주행하기에 좋죠. 지금 사진에 나온 파사트의 경우와 파사트 올트랙과 한 번 비교를 해볼까요?


파사트 왜건 진입각:13.5도, 진출각: 11.9도

파사트 올트랙 진입각 : 16.0도, 진출각 : 13.6도


각도에서 차이가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램프각이라는 게 있습니다. 위에 사진 뒷바퀴 앞에 9.5도라는 숫자가 보일 겁니다. 이게 램프각이라고 하는 건데요. 앞뒤 바퀴 사이, 그러니까 휠베이스 중앙의 가장 낮은 바닥이 노면에 닿기까지의 각도를 말합니다. 아...이것도 설명이 어렵네요. 그냥 그림을 보시죠. 



램프각 설명도. 사진=위키피디아


경사면을 오를 때 그 모서리에 차의 하체가 닿게 될 경우가 있죠. 그 닿는 부분의 각도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역시 이것도 각도가 꺼야 불편한 길을 달리고 오르기 좋습니다. 바로 이런 각도가 크다는 것이 세단과 크로스오버 세단과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요. 폴크스바겐 독일 홈페이지에서 각 모델별 기본 제원에 보면 이런 지상고과 진입/진출각, 램프각 등이 모든 차마다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유일할 거예요. 엔지니어들이 지배(?)하는 회사답다는 생각을 이런 것에서도 다시 한 번 해보게 됐습니다.




3. 푸조 508 RXH


푸조 508 SW. 사진=netcarshow.com


푸조 508RXH. 사진=netcarshow.com


푸조도 크로스오버 세단 대열에 합류를 했네요. 역시 조건에 한 번 대입을 해보도록 하죠.


기본형 : 508 중형 세단

최저 지상고 : 184mm

구동방식 : 사륜구동

적재량 : 560리터에서 최대 1598리터까지


푸조 RXH는 독특하게 하이브리드 모델입니다. 스타일도 여성스럽고 (LED 등이 악세사리 같군효) 지상고도 충분히 높은 편입니다. 진입각 (15.6도)과 진출각(19.8도)의 경우는 파사트 올트랙 보다 조금 낮네요. 




4.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아우디 A4 올로드 콰트로. 사진=netcarshow.com


아우디 A6 올로드 콰트로. 사진=netcarshow.com

개인적으로 꼭 한 번 타보고 싶은 차가 등장했습니다. 아우디 A4와 A6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올로드 콰트로입니다. A6 기준으로 해서 한 번 체크를 해볼까요?


기본형 : A6 준대형 세단

최저 지상고 : 최대 185mm

구동방식 : 사륜구동 

적재량 : 565리터에서 최대 1680리터까


올로드 콰트로는 지상고를 3단계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에어서스펜션 덕인데요. 초창기엔 4단계로 208mm까지 지상고를 높였지만 요즘은 3단계로 나눠서 최저 125mm, 중간 160mm, 최고 185mm까지 조절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A4 올로드 콰트로 지상고는 180mm까지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모델들 중 가장 지상고가 높습니다. 물론 보통 세단 보다 더 낮출 수도 있어서 고속 주행에서의 안전성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모델이죠. ORD라는 오프로드 감지 기능 같은 것도 있고 화려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 가격도 요즘 표현대로 어마무시합니다. 세단 A6에 비해 천만 원 이상 비싸거든요.


하지만 고속도로 주행에서의 발군의 실력 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주행의 맛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다재다능함에선 역시 가장 멋진 선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BMW X1의 지상고가 약 190mm 정도이니까 지상고를 최고로 올리면 x1 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게 되네요. 이 정도면 고급 세단과 SUV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5. 스바루 아웃백


스바루 레가시 왜건. 사진=netcarshow.com


스바루 아웃백. 사진=netcarshow.com


여러분들이 많이 헷갈려 하는 차 아웃백입니다. 레가시 왜건을 변형한 크로스오버 왜건인데 워낙 차체가 높고 그래서 SUV로 착각들을 많이 합니다. 역시 기준에 한 번 대입을 해보도록 하죠.


기본형 : 레가시 중형 세단

최저 지상고 : 200mm

구동방식 : 사륜구동 

적재량 : 526리터에서 최대 1726리터까지


지상고 높이 좀 보세요. 티구안 지상고와 같은 수준이네요. X1 보다도 높군요. 다만 SUV에 비해 시트 포지션이 낮은 것이 이런 크로스오버 왜건들의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스바루는 무게중심도 워낙 낮고 해서 안정적 주행성과 웬만한 비포장 도로 주행에서도 끄덕 없는 수준을 자랑하죠. 안팎에서 생긴 것만 좀 좋았어도 더 많이 팔릴 차인데 참 아쉽습니다. 




6. 볼보 XC70


볼보 V70. 사진=netcarshow.com


볼보 XC70. 사진=netcarshow.com


마지막 주인공은 역시 SUV로 많이 들 착각하시는 볼보 XC70입니다. 


기본형 : V70 중형 세단 왜건

최저 지상고 : 210mm

구동방식 : 사륜구동 선택 가능

적재량 : 575리터에서 최대 1600리터까지


지상고로만 따지면 아마 가장 높은 크로스오버 왜건이 아닐까 싶네요. 참고로 BMW X5의 지상고가 209mm입니다. 워낙 높다 보니 SUV로 이야기들을 하시는데요. XC60과 XC90은 SUV로 분류되는 게 맞고, XC70 크로스오버로 분류되는 게 맞습니다. 어쨌든 성실함과 신뢰라는 이미지에선 이 녀석 만한 크로스오버 왜건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바루 아웃백은 주행 안정감을, 볼보 XC70은 실용성을,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는 고급스러운 다재다능함에서 각각의 특색을 보이지 않나 싶고요.


그 외에 나머지 모델들은 아직 온오프 겸용의 이미지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보고 나니까 SUV만이 다가 아니란 생각이 드시죠? 승용차의 편안함, 왜건의 실용성(어지간한 SUV 보다 적재 공간이 더 넓다는)과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크로스오버로서의 오프로드 경험을 가능케 한다는 점 등은 '크로스오버 왜건'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혹은 팔렸던 모델들도 있지만, 여기 소개된 녀석들 모두 유럽처럼 판매가 된다면 아마 SUV의 대안으로 멋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세단 아니면 SUV로 양분된 대한민국의 도로 풍경이 이런 차들을 통해 좀 더 다양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괜찮은 크로스오버 왜건들과 함께 해봤습니다.  


A6 올로드 콰트로. 사진=아우디 독일 홈페이지


볼보 XC70. 사진=볼보 독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