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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가 삶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멋진 조명 아래 신차가 소개됩니다. 뛰어난 성능과 아름다운 스타일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죠. 여기저기서 터지는 플래쉬 세례 속에 오늘의 주인공은 수천만 원의 몸값을 자랑하며 존재를 세상에 알립니다. 자동차의 등장은 이처럼 화려함 속에서 늘 시작되죠. 저 또한 고급 자동차를 만드는 독일이란 나라에서 살다 보니 여기서 보내드리는 소식들 역시 비싸고 화려한 것들을 담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차가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기능들이, 얼마의 가격에 나오는지 궁금한 분들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를 찾고 원하는 답을 얻길 바랍니다. 저는 그런 갈증을 풀어 드리기 위해 노력하죠. 내용이 맘에 들었다고 "고맙습니다" 라는 대답을 들을 때면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가끔은 시키지 않아도 남들 보다 더 빠르게 양질의 정보를 전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게도 되죠.

 

 

하지만 이국적 풍경을 배경으로 자동차 사진을 찍어 올려도, 남들이 다루지 못한 나만의 정보를 보란듯 올려 좋은 반응을 받아도, 마음 속에 머무르고 있는 질문 하나가 저의 마음을 툭~하니 칩니다. '과연 자동차가 우리의 삶에,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죠.

 

오지랖 넓다고요? 자동차에 뭔 의미를 그리 거창하게 부여하냐 싶어 오버한다 핀잔을 줄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제게 있어 자동차 제1의 화두는 '삶과 자동차'입니다. 엔지니어링, IT, 디자인, 산업, 경제 등, 자동차를 읽는 직접적 영역들을 뒤로 하고 언제나 '문화로써의, 생활 속에서의 자동차' 가 우선순위였던 것이죠. 뭐 이런 태도는 나이듦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타고난 생각의 색깔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처럼 주변에서 "사는 게 힘드네요."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때면 아무리 멋진 자동차의, 최신의 뉴스가 손에 쥐어져도 가슴이 뛰지 않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지만 작은 가게 세내고 나면 쥐는 게 없다는 후배의 푸념이 슬프고, 은퇴 후 자신의 역할이 사라진 선배의 무력한 표정 앞에서 벤츠가 어떻네 BMW가 어떻네 하는 이야기는 머쓱할 따름입니다.

 

'굳이, 굳이 그렇게까지 연결지어 생각할 게 뭐 있나' 스스로에게도 반문을 해보았지만, 그래도 자동차라는 기계덩어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고, 그 이상의 것에는 이런 힘겨운 삶의 순간들도 포함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무엇을 함께 공유하고, 자동차를 통해 어떻게 그네들의 삶에 작은 위로라도 줄 수 있을까요? 계속되는 고민 속에서 몇 가지 방법을 그려봤습니다.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 서 있는 자동차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민의 마음으로 자동차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는 대기업이 만들어내는 물건이죠. 산업의 꽃 중의 꽃이 자동차 산업입니다. 기업은 수천수만 명의  인재들을 데리고 자동차를 만들어 팔고 그것에서 이익을 취합니다. 문제는 그 이익을 취하는 과정이 소비자들의 보편적 이해 정도는 넘는다고 판단되는 지점들에 있습니다.

 

최근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는 급발진 관련한 의혹이랄지, 또 돈벌이는 시원찮은데 차 가격은 나날이 올라만 간다든지, 혹 소비자를 속이고 비싼 가격에 부품을 팔거나 수리비를 과다 청구한다든지 하는 등의 행위를 저는 외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어떤 이에게 자동차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 자동차는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수단이 되기도 하죠. 특히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고 동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나눠고 싶습니다. 1톤 트럭에 고구마를 싣고 다니는 분에게 그 트럭은 더 튼튼해야 합니다. 택시를 운전하며 작은 월급이라도 손에 쥐어야 하는 가장들에게도 차는 더 안전해야 합니다. 한 푼 두 푼 어렵게 모아 자동차를 사려는 이들이 실망하며 돌아서지 않도록 너무 많은 이익을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에 자동차를 타야 하고 사야 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도록 저는 더 노력할 겁니다.

 

물론 칭찬받아 마땅한 이야기가 있다면 자동차 회사를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겁니다. 그런 칭찬에도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일 앞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그게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해 제가, 아니 자동차가 할 수 있는 작은 응원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자동차

예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자동차를 기호품 이상으로 바라보는 아이들, 청소년들, 젊은이들의 시선이 분명 주변에 존재합니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미래이며 삶의 목표죠. 그런 목표를 응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의 꿈을 돕는 자동차 이야기를 더 많이 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작은 노력이 기분좋은 긴장을 주고, 의미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비록 지금은 이룬 것 없는 어린 나이지만 그들이 십 년 이십 년 후에 멋진 자동차쟁이가 되어 다시 이 곳을 찾아 준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일상의 쉼표같은 자동차

출근 시간은 정해졌어도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은, 24시간 쉼없이 장사를 하며 먹고 살아야 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자동차가 가끔은 쉼표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음 좋겠습니다. 그런 휴식 같은 대상으로서의 자동차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욕심 없이 그저 일상에 감사하며 사는 소시민들에게, 그들의 자동차가 얼마나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것인지를 설명드리고 싶고, 감춰진 재미를 끄집어 내 소개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가끔은 부담없이 소주잔 기울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던 옛 포장마차의 느낌처럼 편안하게 자동차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어깨 떨구고 걷고 있는 당신에게, 힘없이 운전대 쥐고 오늘도 어딘가 달리고 있을 당신에게, 자동차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그리 될 수 있도록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힘나는 하루 되세요!  어깨를 펴는 그런 오늘이 되세요! 그리고 멋지게 내일을 향해 달려가십시오. 화이팅~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사진=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