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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이태리 삼지창, 마세라티 도전은 성공할까?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독일 메이커들이죠. 수입차 판매의 80%에 육박하는 비중이라니까, 또 다른 현기차 점유율이 한국시장에서 독일 메이커들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전 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수입차 지나가면 그걸 좇아 고개가 한없이 돌아가고는 했는데 지금 서울 강남 같은 곳에선 흔하디 흔하게 만날 수 있게 됐고, 그 중에서도 독일 차들은 도로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작용도 일어납니다. 오히려 독일 메이커를 피하려는 움직임들도 있다는 건데요. 남과 다른 무언가를 원해 수입차를 타고자 하는 이들에겐 이제 독일 차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고, 그래서 재규어나 랜드로버와 같은 비 독일산 자동차로 시선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쨌든 요즘 분위기가, 비싼 독일 차 조차도 이젠 만족이 안되는 상황이 돼 버린 겁니다. 그런데 이런 쏠림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태리 자동차 브랜드 하나가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이태리산 삼지창, 마세라티가 그 주인공입니다.

 

마세라티 기블리에 박혀 있는 로고

 

 

 

마세라티 삼지창은 엉뚱한 형제가?

마세라티 집안의 성(姓)에서 따온 이 자동차 브랜드는 다섯 명이나 되는 형제들이 힘을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1914년에 설립됐으니까 올해로 만 100년이 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네요. 재밌는 것은, 마세라티의 상징이라는 저 삼지창은 정착 자동차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화가의 길을 간 마리오라는 형제가 지인의 제안을 받아 만든 것이었습니다.

 

회사 앞에 모인 4형제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엔지니어에 테스트 드라이버와 정비사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직업을 갖고 있던 마세라티 형제들이 똘똘뭉쳐 자신들만의 스포츠카로 경주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큰 형인 카를로가 일찍 죽고, 가장 핵심 멤버라 할 수 있는 세 째 알피에리도 젊은 나이에 죽으면서 세 명의 형제만으로 회사를 꾸려가게 됩니다.

 

결국 1937년에 아돌포 오로시 집안에 주식을 넘기고 자신들은 엔지니어 등으로 남게 됩니다. 오로시사는 마세라티의 본사를 모데나로 옮기는데, 이 모데나는 바로 페라리의 본거지이자, 나중에 람보르기니도 이 곳에 본사를 두면서 이태리 스포츠카의 성지 같은 도시가 됩니다. 인구수 고작해야 20만 명도 안되지만  모데나는 이태리를 대표하는 그런 자동차 도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로 버티던 마세라티, 도전이 시작되다

마세라티는 2차 대전 이후부터 양산형 모델을 비로소 만들게 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회사로 자리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성능의 차를 만드는 회사들이 늘 그렇듯 시대의 변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구조조정이 되는 등 압박을 일선에서 맞게 되는데요. 마세라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 시트로엥으로 팔렸지만 석유파동의 어려움 속에서 마세라티를 구매하려는 소비층들은 프랑스 양산 메이커의 색깔을 입은 마세라티에 호응하지 않았고, 다시 이태리의 업체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1993년 결국 현재 모회사인 피아트가 마세라티를 사들이면서 운명같은 외줄타기 세월에 종지부를 찍게 되죠. 

 

페라리의 산하 브랜드로 자리한 마세라티는 페라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를 만들게 되고, 2000년대 들어서 콰트로포르테 5세대를 통해 드디어 브랜드는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2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마세라티는 2003년에 2900대 정도를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판매할 정도로 아주아주 판매량이 적은 회사였죠. 그러다 신형 콰트로포르테를 내놓고 중국 시장을 두들기기 시작한 2004년에 4877대를 팔면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콰트로포르테 2003년형

 

그리고콰트로포르테는 그란투리스모라는 고급 GT 모델이 나올 때까지 고군분투를 하게 됩니다. 그란투리스모는 콰트로포르테 보다 차체는 작지만 배기량은 더 크고 가격은 유럽 기준으로 비슷한 모델입니다. 콰트로포르테가 배기량이 최대 3.8리터급의 엔진을 단다면 그란투리스모는 최대 4.7리터급 엔진이 여전히 달려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녀석의 출시로 마세라티는 그 해에 7469대를 판매하면서 성공하게 됩니다.

 

그란투리스모

 

계속 성장할 거 같던 마세라티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판매량이 2008년의 8759대에서 절반에 가까운 4489대로 쪼그라 들게 됩니다. 하지만 거기가 최저점, 바닥이었습니다. 이후부터 마세라티는 다시금 판매량을 늘려가기 시작하는데요. 2010년 그란카브리오라는 오픈카의 등장으로 5675대의 판매가 이뤄졌고 다시 2011년엔 6159대, 그리고 2012년에 6288대의 판매량을 보였습니다.

 

그란카브리오

 

 

 

독일인 CEO, 마세라티 전통을 깨다

그 때까지 판매량의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더 이상 하락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오래 전부터 큰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2015년까지 판매량을 5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2천년대 들어서서도 판매 모델이라곤 달랑 하나 콰트로포르테로 버티던 회사가, 그것도 고작 연간 판매량에서 1만대도 턱없이 모자르던 회사가 5만대라니!!! 자가다 남의 다리를 긁는 소리로 들릴 법한 이 호언장담은 그러나 2013년 두 가지 모델을 내놓으며 반전을 이뤄냅니다.

 

V6 엔진이 V8 엔진 과거 4.7리터급의 사운드를 되살렸을까요? 어쨌든 마세라티 대표 모델이자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모델입니다. 판매량은 아마 조만간 기블리에게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기블리. 이집트 사막 폭풍의 이름인데요. 앞으로 나올 레반테와 함께 바람 이름을 자동차 명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가 또 한 곳 있죠? 폴크스바겐입니다.

콰로포르테 6세대와 그를 똑 닮은 막내 기블리를 내놓은 것입니다. 두 개의 사진 중 위에 것이 콰트로포르테 6세대고 아래 것이 기블리인데  얼핏 보면 구별이 거의 안될 정도로 닮아 있죠? 전장, 그러니까 차의 길이만 약 30센티미터 정도 짧지 폭이나 높이, 스타일에선 기블리가 콰트로포르테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수준입니다.

 

콰트로포르테가 마세라티의 젤 큰형이라면 기블리는 BMW 5시리즈나 아우디 A6 , 그리고 렉서스나 재규어의 준대형급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 태어난 모델인데요. "에이 말도 안돼! 어떻게 마세라티가 한 급 아래인 5시리즈나 렉서스랑 붙어요?" 라고 반박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기블리가 1억이 넘고 5시리즈나 아우디 A6이 그보다 아래라서 차급에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유럽만 하더라도 기블리와 경쟁할 엔진 라인업이 짱짱하게 버티고 있거든요. 간단히 비교를 해드리죠.

 

기블리 3.0S (사륜구동 Q4 모델)

3.0 리터 가솔린 엔진/ 6기통 트윈터보 / 410마력 / 제로백 4.8초 / 최고속도 248km/h / 기본가 82,470유로

 

아우디 S6 4.0 TFSI (콰트로)

4.0리터 가솔린 / 8기통 / 420마력 / 제로백 4.8초 / 최고속도 250km/h / 기본가 73,850유로

 

BMW 550i (xDrive)

4..4리터 가솔린 / 8기통 / 450마력 / 제로백 4.4초 / 최고속도 250km/h / 기본가 75,300유로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에서도 배기량이 더 큰 아우디나 BMW가 좋고 가격은  저렴합니다. 기계적 성능이나 각 종 옵션과 멀티미디어 기능 등도 독일 차들이 좋다는 것이 유럽 내에서의 평가죠. 하지만 마세라티는 이런 스펙 비교만으로 이해하면 곤란한 브랜드입니다. 현재까진 그렇습니다. 뭐랄까요, 이태리차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감성이 독일 차와는 다른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거든요.

 

어쨌든,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의 재등장 (3세대)으로 작년 마세라티는 15,400대라는 엄청난(?) 양을 팔아치웠습니다. 당연히 절반 가까이를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3800대나 팔았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유럽 등에서 소비가 됐고, 중동 역시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이런 성장과 계획의 중심엔 독일인 CEO '하랄트 베스터'가 있습니다. 그의 주도 하에 마세라티는 두 가지의 큰 변화를 꾀했는데요. 하나는 디젤 엔진을 넣은 것이고, 또 하나는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는 뒷바퀴 굴림 방식을 그대로 둔 채 볼륨 모델인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에 Q4라 이름 붙여진 네바퀴 굴림을 적용한 것입니다.

 

기블리는 현재 디젤 엔진을 장착한 것이 전체 판매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특히 디젤 엔진을 올리지 않고는 시장을 넓힐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보여지고, 우리나라 역시 디젤 세단의 붐이 일면서 기블리에 대한 관심도도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가장 강한 인상과 스포티함을 갖고 있는 마세라티의 GT카입니다.

 

 

 

과연 목표치 5만대는 가능할까?

마세라티는 2014년 올해, 35,000대를 판매할 수 있다고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의 두 배죠. 역시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콰트로포르테, 그리고 엔트리(?) 모델인 기블리 (작년에 전체 판매량의 약 20% 차지)가 있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벌써 두 차 종만 13,000대가 주문이 된 상태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35,000대를 달성했다고 해도 내년엔 15,000대를 더 팔아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요?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하지만 다시금 마세라티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쿠방이라는 SUV 컨셉카를 기초로 내년에 SUV 모델인 레반테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포르쉐 911의 경쟁 모델 '알피에리'도 내년에 양산될 예정에 있습니다.

 

SUV 컨셉카 쿠방. 이 차를 베이스로 레반테라는 SUV가 나올 예정에 있습니다. 레반테는 프리메라리가 축구팀 이름이기도 하고, 스페인 남부와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동풍의 이름으로, 지중해 동쪽 끝에 위치한 레반트라는 육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알피에리 컨셉카. 포르쉐 911을 겨냥한 모델. 그러고 보니 재규어 f타입을 필두로, 메르세데스가 내놓을 GT, 거기에 마세라티까지. 포르쉐 911을 향한 도전들이 거침이 없어 보이네요. 기회가 되면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한 번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911을 경쟁 상대로 삼은 알피에리는 앞서 설명드린 비운에 간 셋 째 '알피에리'의 이름에서 따온 컨셉카고, SUV 레반테와 911급 알피에리를 나란히 내놓게 되면 기블리의 선전과 함께 5만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예상입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16년부터는 6만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프다는 것이 바람이라고 하네요.

 

언제부터 마세라티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됐을까요? ㅎㅎ 암튼 대단한 계획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마세라티는 페라리에서 떨어져 나와 알파 로메오와 함께 다시 그룹지어져 있죠. 피아트 그룹은 마세라티가 알파 로메오와 페라리의 사이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데나에 있는 공장 말고 제 2공장을 마련해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피아트는 작업시간 감축과 본사의 해외 이전 등의 고충을 겪고 있지만 마세라티는 올 여름까지 쉼없이 달려야 주문량을 맞출 수 있는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 대조적입니다. 이태리 메이커 중 가장 성장세가 도드라진 곳이 마세라티입니다. 하지만  이런 급성장이 마냥 좋은 일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세라티 성장은 양날의 검?

마세라티는 스포츠카로 시작돼 페라리를 통해 계속 전통이 유지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럭셔리 세단 영역으로 이미 발을 많이 옮긴 상태입니다. 그리고 덜 대중적인 브랜드라는 신선함과 함께, 엔진음으로 대표되는 감성 영역은 레어 아이템(희소가치)을 가지고 있다는 즐거움을 오너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기블리 등이 등장하면서 이런 희소 가치는 일단 많이 희석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금액이 1억이 넘는 자동차인데 실내가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한국만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앞서 말씀 드렸듯 멀티미디어의 성능이나 옵션 등은 독일 차들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체적인 평가입니다. 많은 분들이 크라이슬러의 향이 여기저기 베어 있어서 아쉽다고 말을 합니다.

 

이 얘기는, 독일 차가 너무 많아져 감흥이 덜해졌듯 마세라티의 폭발적 성장 역시 감흥을 떨굴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부터는 감성이 아닌 현실적인 비교대상으로 여러 부분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또 마세라티 오너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눈물나게 많은 잔고장, 그리고고 너무 비싼 유지 관리비도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가끔 이곳에 글을 올려주시는 롱버텀님 이야기로는 미국에선 벤틀리 보다 훨씬 보험료가 비싸다고도 하는군요.

 

다만, 이런 양적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구성 강화나 유지비 등을 줄이는 노력을 마세라티가 보여준다면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나만의 마세라티'를 포기하고 '더 많은 이들이 타는 마세라티'가 되길 바란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만한 여러가지 필요조건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이를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이 이태리표 삼지창의 성공의 관건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엔진음에 매료되는 사람들에게 마세라티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마세라티를 구입하기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불편함들이 있습니다. 과연 이 이태리 브랜드는 자신들이 원하는 양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태 유지했던 특유의 감성을 성장과 함께 소비자들에게 계속 부여할 수 있을까요? 마세라티 도전의 결과가 궁금한 이유입니다. 

 

그란카브리오 스포츠

 

사진출처=netcarsh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