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좀 현실 감각이 없는 편이라고들 합니다. 이 놈(?)의 자동차 블로그 분위기 오랫동안 봐온 분들은 대충 어떤 성향인지 감을 잡으셨을 텐데요. 오늘 얘기는 어쩌면 이런 현실감 떨어지는 이의 넋두리, 혹은 바람 정도라 해두고 싶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를 투자하십니까?" 뭐 자동차 블로그이니까 자동차와 관련된 것으로만 이야기를 한정지어 다시 여쭙습니다. "당신은 자동차의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를 투자하십니까?"
좀 뜬금없죠? 자동차 블로그가 얼마나 많고, 자동차 관련한 온라인 전문지는 또 얼마나 많으며, 거기다 일간지나 경제지들이 전해주는 자동차 소식은 또한 얼마나 많습니까. 포털들이 운영하는 자동차 섹션만 가도 자동차 정보는 홍수처럼 넘쳐납니다. 돈을 지불하고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죠. 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정말이에요. 요즘은 어지간한 자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어낼 수 있습니다. 시승기만 하더라도 신 모델이 나오면 수십 개의 정보가 쏟아지죠. 또 전문가들은 왜 그리들 많은지. 각 종 커뮤니티에만 가도 매우 디테일한 정보들까지 어렵지 않게 공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정보들 잘 모아 메타분석만 해도 대략 차에 대한 원하는 답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1. 정말 좋은 정보를 찾긴 찾으셨나요?
이런 질문을 또 한 번 드려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혹은 찾은 정보들은 어느 정도 신뢰를 하고 계시나요?" 라고 말이죠. 정보가 많다는 거, 정보가 손쉽게 구해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정보의 가치측면에서 최상의 것이 담보 된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일이 많다는 얘기도 될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많이 찾고 좋아들 하는 시승기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는 포털에 올라오는 자동차 관련 기사들에 자주 달리는 얘기들은 일간지(경제지 포함)에 실린 시승기가 '기준 미달'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지면의 한계성, 또 일간지 경제부에서 자동차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비전문성이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 어떤 신모델 관련한 시승기는 도입부나 전개가 언론사 마다 차이가 거의 없는 걸 보게 됩니다. 이건 누가 봐도 같은 보도자료를 인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죠. 사실 이런 이유로 일간지에서 나오는 시승기 보다는 온라인 자동차 매체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전문기자나 저널리스트의 시승기, 그리고 유명 블로거의 시승기를 찾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하십니까?
2. 과연 자동차 전문매체는 어떻게 수익을 내나?
어찌 되었든 전문화된 시승기도 요즘은 거의 무료로 손쉽게 볼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러면 궁금한 것이요. 일간지를 포함해서 자동차 전문지의 경우 어떻게 무료로 정보를 제공하고 운영을 해나가는 걸까요? (블로그는 일단 예외로 하죠.) 당연히 광고수익을 통해 운영됩니다. 특히 오프라인 매체, 그러니까 종이 신문이나 종이 잡지가 아닌 경우는 광고 수익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온라인 자동차 전문지의 경우 일방문자 수, 또는 포털에 노출되는 사이트냐 아니냐 등으로 광고가 붙고 안 붙고가 결정됩니다. 사실 종이 신문 종이 잡지도 큰 차이는 없다고 보이는데요. 그 이유는 매월, 혹은 매일 신문이나 잡지를 사서 보는 유료 독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잘나간다는 자동차 전문지 월간 발행부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자세한 건 논란의 여지가 있어 언급 안하겠습니다.)
생각 보다 매우 적습니다. 그 정도 금액으로는 자동차 종이 잡지를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당연히 광고가 주 생명줄이 됩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동차와 관련한 매체들의 수는 많고, 이 잡지들은 어떻게 해서든 광고를 가져와야 하는데 자동차 잡지에 광고를 붙일 만한 업체나 그들의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나왔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다시 다른 매체들이 등장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오프라인의 경우 자동차생활이 한국 토종 잡지로 유지가 되고 있지만 예전 만큼은 아닌 것 같고, 그 외엔 모터트렌드나 탑기어 같은 외국 잡지의 한국판이거나, 아니면 역시 외국계 남성 월간지 안에 자동차 섹션 정도입니다. 이들 모두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독일 잡지 타령 좀 해볼게요
저도 계속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이런 이야기는 꿈도 못 꿨을 겁니다. 독일에 살면서 자동차에 관심을 갖다보니 이곳 자동차 잡지의 생태계와 한국 자동차 잡지 (온오프 모두 포함) 생태계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됐고, 이 곳 자동차 잡지사들이 얼마나 독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 또 독자들을 위해 이 잡지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자 그럼 어떤 면이 우리와 다른지 말씀 드릴게요. 우선 여긴 시승기라는 게 없습니다. 이건 자주 말씀을 드린 부분입니다. "아니, 시승기가 없는 자동차 잡지가 잡지요?" 라고 반박을 하실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방식의 시승기가 없다는 것이지 차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가끔식 전해드리는 '비교테스트' 있죠? 바로 그게 시승기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자신들의 주관적인 의견은 최종 평가에서만 간단하게 하고 대부분은 항목별 테스트의 결과를 그대로 공개합니다. 차체/ 구동력/ 안락함/ 주행성/환경성/ 가격 이렇게 크게 나뉘고, 여기서 다시 항목별로 세부 항복들이 10여개 정도씩 있어서 이를 평가해 점수화합니다. 평가항목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항목은 공히 같은 조건에서 테스트해 나온 수치로만 간단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가타부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전자장비들이 많아지고 자동차도 인터넷화 되다 보니 이와 관련한 테스트가 별도로 생겨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어쨌든 이런 비교 평가를 통해 비교 대상 모델들 간의 순위가 정해지게 됩니다. 1등을 한 메이커의 경우 이 비교테스트 1위 자료를 별책으로 만들어 자동차 직영매장 같은 곳에 쫘악~ 뿌립니다. 이것도 하나의 수입원이 될 수 있죠.
이 정도 정보는 귀여운 수준
그럼 꼴등을 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차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할까요? 독일 자동차 잡지들도 주요 광고주들이 다 자동차 메이커들인지라 광고를 빼버리면 그만이겠죠? 그런데 안 그렇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광고를 계속 넣어요. 왜냐하면 그 잡지들이 갖고 있는 신뢰도가 매우 높고, 무엇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잡지들을 돈을 주고 사서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기구독하는 아우토빌트라고 있습니다. 주간지죠. 1유로 70센트 정도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대략 2000원짜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 이게 한 주에 80만부 가까이 팔립니다. 유료로요. 한달이면 320만부죠. 한 달에 320만부가 팔리는 잡지라니. 그것도 자동차 잡지로. 물론 시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가치를 돈 지불할 만한 것이라 독자들이 여긴다는 얘기도 됩니다.
저부터도 내용이 부실했다면 벌써 정기구독을 해지했겠죠. 쉽게 말해 피가 건강하게 도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내는 독자들이 있고, 이 독자들을 위해 발에 땀나게 좋은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자동차 잡지들은 이런 구독자를 잡기 위해 더 경쟁적으로 고퀄리티 잡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잡지들이 노력하니 독자들은 계속해서 돈을 내고 그들의 정보를 구입합니다. 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보는 늘 생생합니다. 거기에 광고는 광고대로 또 붙죠. 물론 광고를 모든 자동차 잡지들이 원하는 만큼 붙이는 것도 아니고 아우토빌트만큼의 엄청난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잡지들이 좋은 정보를 만들어 내면 적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생태계는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아데아체(ADAC) 얘기는 너무 많이 해서 지겨우실 겁니다. 위 사진은 독일 운전자 클럽인 아데아체가 발행하는 월간지 내용 중 일부인데요. 여기는 별별 테스트를 다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정말 상상 그 이상의 정보들을 제공하죠. 물론 잡지는 회원들에게만 오지만 테스트 내용은 비회원들에게도 알권리 차원에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무료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라, 이건 무료네? 하실 텐데요. 회원들은 년 회비를 냅니다. 그 회비를 내면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 중 하나가 이런 월간지 구독입니다.1800만 명의 회원수를 가진 아데아체는 그 자체로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자동차 관련 정책을 정부가 세울 때도 아데아체가 반대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아데아체는 모든 것이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합니다. 입법기관 로비도 당연히 하죠. 로비가 우리에겐 부정적으로 비춰지지만 여기서 말씀드리는 로비는 소비자 권리의 일환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물론 아데아체가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 기관도 회원들의 회비가 모여 굴러가는 조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볼게요. 자동차 전문지나 자동차 클럽이나 모두 독자들, 회원들의 자발적 유료 참여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게 왜 불가능할까요?
4. 한국에서 유료화는 망하는 길?
더모터스타 때도 숱하게 들은 얘기지만 유료화는 한국에선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누가 돈을 내고 정보를 사겠냐는 거죠. 앞서 얘기드린 그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돈을 내는 잡지, 돈을 내고 산 전문지는 우선 우리가 기대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게 됩니다. 안 그러면 독자는 끊기게 될 테니까요.
또한 광고주 눈치를 안 볼 수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비판을 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대 기아 같은 자동차 메이커가 특정 잡지에 광고를 싣지 않죠. 형평성을 고려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한마디로 광고의 가치를 매체에 두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포털에는 광고를 합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정말 독일식 잡지처럼 전문화되고 객관화된, 그리고 거기다 특화까지 된 잡지가 출현하고 성장한다면 현기차가 과연 그런 잡지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과연 수입차 업체들의 광고비 받아 특집 기사 다루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독자들이 만들어주는 수익구조가 안착이 되면 그런 짓들 하라고 해도 안 할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죠. 우리 신문사에 광고하라고, 광고 안한다고 타켓형 비판 기사를 쏟아내는 신문사들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어떤 신문사 어떤 내용이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제조사를 몰아부치는 경우입니다. 이것도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신문사이기에 가능한 협박질(?)이라 하겠죠.
잡지가 됐든 신문이 됐든 전문성과 신뢰성이 바탕이 되어 있고, 그런 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메이커들은 광고를 자발적으로 붙이거나 아니면 차량 제공에 더 적극적일 것입니다. 아우토빌트나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같은 곳에서 1등하면 그걸로 엄청 메이커들은 또 광고를 합니다. 이 역시 좋은 순환 구조라 하겠습니다.
이런 환경은 독일만큼 시장이 크지 않아도 얼마든지 한국 내에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머리 좋은 한국 사람들인지라 오히려 더 우리 입맛에 맞는 좋은 자동차 관련 정보들을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이쯤 되면 좋은 자동차 전문지 (오프이든 온라인이든) 한 두 개 정도는 독자들의 힘으로 키워낼 수 있지 않겠어요?
5. 포털사이트는 양날의 검
우리나라의 특이한 온라인 환경 중 하나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이 진짜 권력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독일 같은 곳은 해당 잡지 홈페이지로 들어가는데 우리나라는 해당 잡지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에 올라와 있는 해당 잡지의 (언론의) 기사만을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포털이 올려주면 대박이 나는 것이고 포털이 외면하면 끝이 나는 겁니다. 제 블로그도 최근 다음뷰가 개편을 하면서 그동안 많이 노출을 시켜주던 것에 비해 지금은 노출 빈도가 많이 떨어져 방문자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다음뷰를 통해 이 곳을 찾던 많은 분들이 이제는 거의 없어졌고 검색을 통해 방문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검색이라도 되니까 이나마 버티는 것이죠. 거기다 다음뷰가 자체적으로 자동차 관련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어서 더더욱 포털을 통한 메인에 노출되는 기회는 줄어들게 됐습니다. 검색에 의존을 해야 한다면 제목을 자극적으로 달거나, 아니면 내용을 자극적으로 가져 가야 하는데 그건 또 저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 사실 좀 고민입니다.
어쨌든 하잘 것 없는 이런 블로그도 포털에 의해 좌우되는 판인데, 언론은 오죽하겠습니까. 포털에 의해 결정되는 (꼭 나쁘게만 보고 싶진 않습니다) 구조가 아니라, 포털과 상관없이 좋은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자동차 전문지가 더더욱 필요해 보이는 요즘입니다. 이거 너무 제가 이상적인 바람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운전자 클럽을 만드는 것과 같은 큰 움직임은 지금 당장 어렵다고 해도, 정말 여러분이 원하는 합리적이고 전문화된 자동차 관련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그 가치를 단 돈 천 원이 됐더라도 사주겠다는 마음을 가져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환경만 구축이 된다면 좋은 잡지 많이 나올 겁니다. 그럼 독일 부러워하지 않아도 , 미국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오늘 포스팅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었습니다. 제목에서 시승기라고 한 부분은 좋은 고급의 정보라는 것의 상징적 표현으로 썼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 이렇게 말은 했어도 내심 불편한 분들도 계셨을 거라 봅니다. 하지만 욕을 먹더라도 솔직한 제 마음을 한 번쯤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두서 없이 얘기하고 나니 살짝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저라도 독일 잡지에서 다루는 고급 정보들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여러분들도 좋은 정보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주세요. ^^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일에서도 한국 자동차 잡지 내용이 정말 좋아 정기구독하는 날이 빨리 왔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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