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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긴급차량 출동 때 독일에선 이렇게 합니다



늦게서야 서울 노량진 배수지에 수몰 사고가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네요. 그런데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던 구조차들이 한강대교에서 길을 터주지 않는 차량들로 인해 도착이 많이 늦어졌다는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좀 어이가 없더군요.

 

심지어 구조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우측 차로와 중앙차로를 어떤 분이 막았더니 "왜 길을 막느냐"며 헤드램프를 번쩍인 여성 운전자도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그 여성 운전자의 차는 구급차 앞으로 끼어들기까지 하는 막장 운전을 선보이고 말았다고 하는군요.

 

워낙 복잡한 곳이고 퇴근시간과 겹쳐 쉽게 길이 열리지 않았으리라 충분히 짐작을 합니다만, 아무리 차량이 많아도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면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 빠져나오는 일은 없지 않았겠나 합니다. 사실 이런 구급차 길터주기와 같은 얘기가 나올 때면 항상 독일이 언급이 됩니다.

 

저도 운전하다 보면 이런 일들을 겪게 되는데요. 괜히 "그래 독일 잘났다고 지금 비교하는 거야?" 뭐 이렇게 오해하는 분들 계실까봐 쉽게 이 얘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또 우리의 도로도 많이 개선이 되었다는 댓글들도 종종 보게 되어서, '아, 굳이 나까지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뉴스를 접하고 나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우선 독일은 비상차로 혹은 구급차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1982년에 이 개념을 법으로 아예 의무화해 놓은 것이죠. 그렇다면 구급차나 경찰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올 때 독일 운전자들은 어떻게 행동을 취할까요? 비상차로 개념을 잘 설명한 그림 한 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우토반에서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들이 취해야 할 행동인데요. 왼쪽처럼 3차선 도로에서는 1,2차로 중앙으로, 2차선의 경우는 중앙으로 구급차가 달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랬을 때 일반 차량들이 좌우 대각선 방향으로 차를 붙여야 합니다. 그럼 실제로도 이렇게 할까요?

 

100% 다 지킨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구급차나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릴 때는 이렇게들 비켜주는 편입니다. 또 큰 사고가 나서 차량이 정체되어 있을 때, 그 때도 차량들은 비상차로를 터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좌우로 차들이 빠진 채 중앙에 길을 만들고 정체가 풀리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 독일애들은 벌금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뭐. 우리도 한 돈 백만 원 벌금 물려 봐, 하지 마라고 해도 할 거요!" 라고 말이죠. 근데요. 독일에서 응급차량 진로 방해 시 물리는 벌금이 얼마인 줄 아세요? 

 

  20유로! (약 3만 원)


 

에게~ 3만 원. 물론 심한 경우 고발을 할 수 있습니다만, 벌금 때문만은 아니라는 거죠. 이쪽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비상차로는 생명차로' 라는 의식이 매우 분명하게 들어 있습니다. 또안 이를 면허학원에서 정확하게 교육하고 있죠. 그럼에도 잘 안 지키는 차량들이 있기 때문에 뉴스나 TV 프로그램들을 통해 이 점을 국민들에게 틈틈이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작년 1월부터 독일 이웃국가인 오스트리아도 독일 식 비상차로 의무화를 실시했죠. 독일, 체코 (2005년), 오스트리아 등이 의무국가이고, 스위스나 슬로베니아 등은 독일을 기준으로한 권고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진로 방해가 심한 경우 2,180유로(약 316만 원) 정도의 벌금까지 물릴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사실 응급차량 진행을 방해했을 시 2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의무사항입니다. 지켜야만 하는 법규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네요. 하루아침에 잘못된 운전 습관이 바뀔 순 없겠지만 제발 면허 교육 제대로 좀 했음 좋겠고요. 국가도 이런 부분에서 분명하게 법을 집행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전자 여러분들의 스스로 의식을 갖고 바른 교통문화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차, 멋진 차 타고 싶으세요? 그 전에 먼저 멋진 운전자가 되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아우토반에서 길 터주는 동영상과 복잡한 시내에서 구급차 길 터주는 동영상을 각각 하나씩 올려 드립니다. 

 

아 그리고, 앞에 여성 운전자의 경우를 놓고 김여사니 뭐니 하면서 여성운전자 비하하는 그런 말씀들은 댓글로라도 삼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자 남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전자 전체'의 문제 아니겠어요?

 

<아우토반>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