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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쉐보레 트랙스 가격, 싼 걸까 비싼 걸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하루. 근데 눈코 뜰 새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쉐보레 트랙스의 가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해서 찾아 읽어 보고 이렇게 그와 관련해 포스팅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어쨌든 자동차 관심 있어 하는 분들께 어제는 트랙스 가격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제법 활기찬(?) 시간이 아니었을까 예상해 봅니다.

 

일단 가격에 대한 기사를 올린 기자나 댓글을 단 네티즌들의 분위기는 가격이 괜찮다! 뭐 이런 거 같더군요. 더러 너무 비싸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해서, 저는 이 차의 가격에 대해 좀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해보려고 합니다. 싸다 비싸다 바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이런 식의 가격에 대한 접근도 있구나' 로 이야기를 풀어 보자는 것이죠. 

 

트랙스는 쉐보레가 내놓은 소형 SUV인데요. 한국 메이커로는 아마도 처음 소개되는 소형급 SUV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푸조 2008, 닛산 쥬크, 미니 컨트리맨, 그리고 앞으로 나올 폴크스바겐 폴로 SUV(2015 혹은16년 예상) 등이 다 이 차의 경쟁 모델이 될 것입니다.

 

일단 가격은 세 가지 트림에 1700~1900만 원 선에서 결정이 될 거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금액 보다 낮춰 잡았다는 얘기인데요. 과연 이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적정한 것일까요? 사실 한국에서 적당한 비교 모델이 없는, 새로운 체급에 처음 등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가격을 가늠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유럽에서 막 판매가 시작된 오펠 목카의 경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짚어 보는 거죠.

 

우선 오펠의 목카를 보기 전에 이 소형 SUV에 대해 좀 더 알아 보면,  아시다시피 쉐보레 소형 모델인 아베오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베오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고 해서 아베오급으로 취급해선 안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간단하게 차이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아베오(해치백 모델 기준) : 전장 4,040mm / 전폭 1,735mm / 전고 1,515mm

                                     1.6리터 가솔린 엔진, 114마력, 토크는 15.1kg.m

 

트랙스 :                          전장 4,248mm / 전폭 1,776mm / 전고 1,646mm

                                     1.4리터 가솔린 터보 , 140마력, 토크는 20.4kg.m

 

크루즈5 (해치백 모델)     : 전장 4,510mm / 전폭 1,790mm / 전고 1,475mm

                                     1.8리터 가솔린 엔진, 142마력, 토크는 17.8kg.m

내용을 가만 보시면 트랙스 전장이 아베오와 크루즈 사이에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엔진은 아베오 보다는 크루즈에 가까운 성능을 보이고 있죠? 한국에선 판매가 안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유럽에서 팔리는 크루즈나 크루즈 왜건 등엔 트랙스에 장착된 1.4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이 올라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플렛폼의 기본은 아베오이지만 엔진은 준중형급이란 거죠.

 

참고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준중형급 콤팩트 SUV의 경우도 베이스는 준중형이나 크기, 가격 등은 모두 그걸 뛰어 넘습니다. 예를 들어 폴크스바겐 골프와 그걸 베이스로한 티구안의 경우를 보면요. 골프 신형 전장이 약 4,260mm 정도 되는데, 티구안은 4,430mm 정도 됩니다. 가격도 더 티구안이 같은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비싸죠. 트랙스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나 합니다. 

 

자 그러면 좀 더 구체적인 가늠을 위해 오펠 목카 경우를 볼까요?. 목카는 트랙스의 형제라 할 수 있습니다. 목카 역시 소형 코르사, 목카, 준중형 아스트라 순으로 기본적인 크기와 성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르사 :   전장 4,000mm / 전폭 1,710mm / 전고 1490mm

              엔진 1.2 가솔린~ 1.4 터보 가솔린까지. 1.4 터보 기준, 마력은 120 PS, 토크 17.85kg.m

 

목카  :    전장 4,280mm / 1,777mm / 1,660mm

             1.6 가솔린 & 1.4 터보 가솔린. 1.4 터보 기준, 마력은 140PS, 토크는 20.4kg.m

 

아스트라: 전장 4,420mm / 1,810mm / 1,510mm

              1.4~ 1.6 터보 가솔린까지. 1.4 터보 기준, 마력은 140PS , 토크는 20.4kg.m


이 경우도 트랙스와 비슷하게 목카 전장이 코르사와 아스트라 사이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엔진의 경우도 1.4 터보가 세 모델 모두 적용되지만 마력과 토크는 목카가 아스트라와 같습니다. 이 1.4 터보 가솔린은 쉐보레 트랙스와 유럽형 크루즈에도 올려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면 가격은 어떨까요? 일단 1.4 터보 가솔린의 경우 목카는 21,790유로고 아스트라 1.4 터보는 20,825유로입니다. 되려 목카가 더 비싸죠?

 

물론, 옵션이랄지 혹은 준중형에서의 치열한 경쟁 관계를 생각하면 독일 가격 구조를 그대로 대한민국에 적용할 순 없을 겁니다. 어쨌든 목카와 아스트라 가격차는 이렇다는 거!... 참고로 유럽에서 팔리는 목카 1.4 터보의 경우 사륜 모델도 선택이 가능한데요. 사륜 적용 시 2,000유로를 더 붙이면 됩니다. 이제 트랙스의 가격을 볼까요?

 

현재 언론에서 나온 얘기를 보면 가장 낮은 트림인 LS가 1,700만원대. 중간인 LT는 1,800만원대. LTZ는 1,900만원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LS의 기본사양은  차체자세제어장치(ESC), 경사로밀림방지시스템(HSA), 6에어백시스템,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 16인치 스틸휠 & 타이어, 루프랙, 안개등, 전동·접이·열선 내장형 아웃사이드미러, 직물시트, 매뉴얼 에어컨, 220V 인버터, 4스피커 기본형 라디오 등이고요.

 

 LT는 후방 주차센서, LED 방향지시등 일체형 아웃사이드미러, 실버 스커트 플레이트, 직물 또는 인조가죽 시트, 운전석 6방향 파워시트, 앞좌석 열선 시트 등이 추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또 마지막 최고급인 LTZ는 가죽시트와 보스사운드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세부적인 옵션의 차이가 주는 가격편차가 있어서  정확히 말은 못하겠지만 유럽에서 팔리는 목카와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각각 트랙스와 목카의 실내. 풀옵션 적용 사진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크루즈5의 가격이 1,752만 원~ 2,025만 원 정도 하더군요. 트랙스가 크루즈와 가격은 비슷하나 최고 가격 기준으로, 크루즈를 넘어 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반면에 독일에서 크루즈와 같은 급인 아스트라는 목카 보다 전체적으로 오히려 더 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목카의 1.6 가솔린 엔진을 빼곤 1.4 터보 가솔린, 그리고 1.7 디젤 (130마력)의 경우 등이 모두 준중형인 아스트라 보다 비쌌습니다. 이런 가격 현상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소형을 베이스로 했으나 제작 단가 자체가 목카가 아스트라 보다 더 비쌀 수 있겠구요. 시장의 볼륨이나 세단과 SUV의 차이 등도 감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따라서 오펠의 목카가 아스트라 보다 비싼 것과 비교하면 적어도 한국에서 트랙스는 '가격 역전 현상을 보이지는 않겠구나' 예상됩니다. 만약 가격에 대한 저의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는 "비싸지는 않다. 그렇다고 많이 싼 차도 아니다. 즉, 한국 상황에선 무난한 가격으로 보이는데, 이 판단은 최종적으로 차의 성능이나 품질, 옵션 등을 반영해 따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다만 요즘 대한민국 자동차 가격의 인플레 현상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추가해서 하나 더 말씀을 드리면요. 왜 한국에 디젤 안나오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목카의 경우, 가솔린 1.4 터보 사륜이 유럽 복합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15.6km이고, 1.7 디젤 사륜 모델이 리터당 19.6km입니다. 차이가 나긴 나지만 생각만큼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보여지는데 다만, 토크는 20.4kg.m 대 30.6kg.m으로, 연비 편차 보다는 토크 차이가 더 크지 않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목카 역시 덩치 큰  SUV들처럼 힘을 위주로 하는 모델이라기 보다는 도심에서 비교적 얌전히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도심형 SUV라는 점에서, 트랙스 역시 주행성능 보다는 안락함과 옵션 등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더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트랙스는 목카에 비해 디자인 자체가 좀 더 중성적이고 덜 자극적이라여성 운전자들이나 얌전하게 운전을 하고 싶은, 그러면서 뭔가 아담한 차를 원하는 분들에게 어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은 참 좋은데 언제나 쉐보레는 뒷태가 스타일이 안 나오네요.) 

 

일단 140마력에 20.4kg.m 토크, 그리고 기본적으로 적용이 되어야 할 옵션들이 버무려진 상황에서 주행성능과 품질만 받쳐 준다면, 가격에 대한 저항은 크지 않을 거 같구요. 판매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소형 SUV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트랙스의 한국 시장에서의 결과가 많이 기다려지네요. 저는 일단 드러난 내용들만 놓고 보면 이차, 괜찮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