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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가격과 맞바꾼 신형 파사트, 과연 성공할까?

오늘은 파사트 얘기 좀 하겠습니다. 신문기사를 보니 한국에 파사트 신형이 8월 말 수입된다고 하더군요. 고민거리였던 가솔린도 미국형으로 결국 들어가나 봅니다. 가격은 가솔린이 3천대 후반, 디젤은 4천대 초반이 될 거라고 하는군요.

이미 더모터스타에서 저는 유럽형으로, 그리고 미국에서 롱버텀님이 미국형으로 시승을 한 상태고, 그 내용을 동시 (비교시승기 아닙니다.)시승기라는 이름으로 올려 놓은 상태인데요. 오늘은 과연 미국산 파사트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파괴적인 경쟁모델이 될 수 있겠느냐는 점을 제 나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위에 사진이 유럽형, 아래는 미국형입니다. 뭐 자세한 비교 사진이나 내용은 이미 시승기에서 다뤘으니 중복된 내용은 피하도록 하고요.

어쨌든 두 모델은 독일의 타임지라 불리우는 슈피겔 표현을 빌리자면 껍질 외엔 완전히 다른 차입니다. 물론 디젤 모델의 경우는 시승기에서도 밝혔듯 미국 채터누가 공장 생산분의 28%가 독일 부품으로 되어 있죠. 그나마 이 비율은 디젤엔진과 미션이 통째로 수입된 탓이겠구요. 가솔린의 경우는 엔진도 미국 자체 생산입니다.

일단 파사트 (유럽형)라는 차를 참 좋아한다는 얘기를 먼저 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승기에선 개인의 취향을 싣기는 뭐해 언급 안 했지만 여기는 좀 더 사적인 감정으로 이야기 해도 될 터이니, 저의 색을 담아 보죠.

우선 파사트유럽형은 동급(유럽기준) 프리미엄인 BMW 3시리즈나 아우디 A4, 메르세데스 C클래스에 비하면 개성이 부족한 게 단점입니다. BMW는 단단하고 스포티브합니다. 많이 물렁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그런 고유의 특징은 상대적인 비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죠.

그래서 320d 시승기 때도 "잘 생긴 운동선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여기서 잘생겼다는 게 디자인이 좋다는 게 아니라 아우디와 구별하기 위한 표현쯤이라 해두면 될 거 같네요. 아우디는 "운동잘하는 배우" 같은 차라고 표현한 것과 구별짓기 위한 것이란 얘기죠.

어쨌든 BMW는 단단하고 스포티브합니다. 메르세데스는 차분하면서 안정감 있죠. 아우디는 경쾌하고 쾌적합니다. 이에 비하면 파사트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파사트 유럽형은 매우 친절하고 정성이 가득한 차라고 하고 싶습니다.

실내는 운전에 서툰사람이나 이 차를 잘 모르는 사람, 누가 타도 작동하기 편하죠. 핸들의 특성에서부터 여러 기능들이 안전이나 편의에 많은 부분이 배려가 되어 있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볼게요.

이건 유럽형 파사트의 주유구 커버입니다. 무척 간단하게 되어 있죠?

 

이번 사진들 순서는 첫 번째가 아우디 A1 주유구 커버구요. 두 번째는 저번에 보여드린 현대 i40 주유구 커버, 세 번째는 미국형 파사트 주유구 커버입니다. 차이가 보이세요?

유럽형 파사트를 제외하면 다들 플라스틱끼리 덧댄, 그러니까 붙여 만들었죠. 뭔가 있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커버는 처음 보여드린 파사트 사진처럼 되어 있는 게 망가지지도 않고 좋습니다. 여기에 올리진 않았지만 320d나 역시 시승한 벤츠 SLK도 그냥 다 붙여 만들었기 때문에 언제 현대 i40처럼 커버가 떨어질지 모릅니다. 물론  유럽 파사트 소재는 플라스틱도 아니구요.유럽형 파사트 주유커버만큼 걱정없이 여닫을 게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만 더 보여드리죠.

첫 번째 사진은 유럽형 파사트 사진인데요. 트렁크 윗쪽에 달린 레버를 당기면 보시는 것처럼 뒷좌석이 넘어가면서 접히게 되어 있습니다. 아래는 BMW 320d 트렁크인데 역시 레버가 달려 있어서 잡아 당기면 뒷좌석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320d의 경우는 레버를 당긴 후 다시 뒷문을 열고 의자를 손으로 눕혀야 하죠. 사진 좌측 끝에 걸쳐진 트렁크 사이드 수납 공간 역시 320d는 그물로 되어 있지만 파사트는 차단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꼭 더 낫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경험해본 바로는 파사트가 좀 더 실용적이고 운전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국형 파사트도 레버를 당기면 의자가 넘어가는데, 문제는 레버 자체가 유럽형은 매우 튼튼하게 되어 있다는 거죠. 자주 사용하는 분들에겐 저런 레버 자칫 잘못해 부러지거나 망가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별 것 아닌 것 때문에 시간내서 수리받아야 하고 돈도 듭니다.

눈에 잘 안 보이는 부분들에서 여러가지로 파사트는 운전자를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게 독일 프리미엄 3사 보다 개성이나 명성은 떨어지지만 파사트가 인기를 유럽에서 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용 세단이 가져야할 덕목들을 여러면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죠. 주행과 안전성, 연비와 잘 된 마무리와 괜찮은 소재들의 사용 등...파사트는 좋은 차임에 틀림 없습니다.

자 그러면 미국형은 어떨까요? 앞서 슈피겔이 얘기한 것처럼 미국과 유럽형, 특히 가솔린 모델의 경우는 엔진까지 완전히 다릅니다. 사용된 소재, 마감 품질, 쉽게 드러나 있진 않지만 디자인에서도 여러 곳에서 디테일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냥 쉽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형은 한 마디로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온 저가형 파사트입니다.

쏘나타와 캠리 등, 미국에서 경쟁하는 다른 차량들에 비해 기본가격까지도 더 쌉니다. 시승기에서 밝혔지만 파사트 미국형 2.0 TDI의 경우 풀옵션이 32,000불 정도 하고, 유럽형은 34,000유로 정도 합니다. 차 가격만 놓고 보면 1,5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죠.

옵션이 적용되는 게 너무 많이 다르고 수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있겠고, 기본 제조원가 자체가 유럽형이 더 비싸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옵션만 놓고 얘기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형은 유럽형에 비해 빈약합니다.

한마디로 많이 팔기 위해 가격을 최대한 낮췄고, 그 낮춘 만큼 유럽형과는 차이가 나는 거라는 얘깁니다. 물론 이런 미국형 파사트는 미국의 올해의 차에 선정이 될 정도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엔진과 미션의 조합이 만들어낸, 그리고 저렴한 가격과, 넓은 실내 공간 등이 종합돼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비싼, 하지만 더 좋은 유럽형이었다면 어쩌면 올해의 차에 선정이 못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의 품질로 보면, 옵션으로 보면, 성능으로 보면, 마무리로 보면 유럽형에 한 단계 아래의 것이 미국형 파사트입니다. 뭐 이렇게 얘기드리니까 유럽형 파사트가 엄청난 차인 줄 아시겠는데요. 자신의 가격과 브랜드가치 대비해서 좋다라는 정도로 이해를 해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유럽형 파사트는 중형 평가에서 프리미엄들까지도 제칠 정도로 독일에선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차의 지향하는 바에 따라 결과는 부분적으로 다르지만 적어도 양산형 메이커가 만들어낸 중형급 세단에선 단연 최고의 상품이 아니겠냐가 저의 결론입니다. 하지만 미국형은 그렇게 얘길 못할 거 같습니다. 차는 좋지만 더 좋은 파사트가 유럽에 있기 때문이죠. 5기통 2.5 가솔린 엔진은 그 맛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 얘기는 독일에서도 나오고, 파사트 미국형과 유럽형을 모두 타고 조사한 업계 최고 전문가의 증언을 직접 제가 듣고 확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모두 조사한 그 전문가의 결론 역시,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단순히 옵션만 좋아서가 아니라 드라이빙의 맛이나 품질 등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 얘기인 것이죠.

그렇다면, 왜 한국 수입사는 유럽형을 포기하고 미국형을 선택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격 때문이죠. 그리고 차체도 더 큽니다. 엔진도 디젤의 경우는 독일 TDI와 DSG가 그대로 장착이 되니 뭐 문제될 것 없다 봤을 겁니다. 가격이 워낙 차이가 나니 요즘처럼 수입차 시장이 붐을 이룰 때, 특히 VW 인기 오를 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 확대를 노린 게 아닐까 예상됩니다. 

차 가격이 많이 낮아졌으니 관심을 많이 받을 거예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면, 과거 파사트를 경험해 본 분들이나 뭔가 수준 높은 동급 수입차로 파사트를 생각한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파사트가 뭔지 모르고,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 타보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기대치를 갖고 있는 분들은 그 기대감의 볼륨을 줄여주세요. 그래야 실망을 덜하게 될 겁니다. 수입사가 미국형 파사트를 설명하며 '동급 최고의 성능'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동급은 중형 기준입니다. 미국도 중형 기준으로 평가를 내린 것이구요. 그런데 가격 때문에 한국에선 그랜져랑 경쟁한다는 뭐 그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독일차가 좋고 한국 현대가 꼴보기 싫어도 그랜져와 미국형 파사트가 동급이 될 순 없습니다. 그냥 가격대가 비슷한 것일 뿐이죠. 그러니 그랜져랑 경쟁한다는 말은 오히려 제살을 깎아먹는 위험한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 증언과 동시 시승, 독일에서의 평가 등, 전체적인 걸 종합해보면 미국형 파사트는 유럽형 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넓은 공간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한국시장을 공략한다는 측면에선 많은 분들이 호감을 느끼리라 봅니다. 

차의 품질은 떨어지지만 또다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신형 파사트. 과연 한국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까요? 지금으로 봐서는 처음 출시되면 인기를 꽤 얻지 않겠나 싶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호평을 받고 판매를 늘려갈지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잘 되면 좋겠죠. 하지만 결국 차는 있는 그대로 평가가 될 겁니다 특별히 이상한 꼼수들이 없다면.

그 진짜 평가들이 어떻게 나올지 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뭐 제가 틀렸다면 인정해야겠죠? ㅎㅎ 하지만 아쉬움은 솔직한 심정입니다. 미국에서 평범한 중형세단으로 자리한 파사트가 한국에서 너무 화려하게 치장되어 과대평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아무리 독일차가 대세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