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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사람들을 알면 독일자동차가 보인다!


오늘은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포스팅을 해볼까 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제목하여 '독일인을 알면 독일차가 보인다!', 뭐 이런 건데요. 본디 차라는 것이 결국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취향이 반영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문화와 역사, 그리고 환경 등과 어우러져 시장을 형성시킨다고 전 보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면,

이런 전제하에서 당연히 체크해봐야 할 것이 바로 독일인들의 국민성 혹은 그들만의 어떤 특징, 공통분모가 아닐까 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프랑스자동차에는 프랑스사람들이 담겨 있고, 일본차엔 일본인들이, 이태리차엔 이태리인들이, 미국차엔 미국인들이, 그리고 한국차엔 한국인들이? (<-이건 정확히 감이 안오는군요.) 암튼, 이렇다는 것이죠.

오지랖 넓게 다 설을 풀어보고 싶어도 경험치도 얕고, 알고 있는 정보의 양 또한 공개적으로 논하기엔 부족한지라 오늘은 일단 독일의 국민성과 그것이 자동차와 어떤 개연성을 갖고 있는지 나름 짚어볼까 합니다. 오늘 내용은 공인된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어떤 데이타를 제시해 서포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틀리게 보면 틀린 것이고, 공감한다 싶으면 고개 끄덕일 그런 수준일 뿐입니다. 그러니 그런 점 감안하고 부담없이, 가볍게 읽어보시길 권하며 출발하겠습니다.




1.  무뚝뚝 & 무표정


독일에 와서 처음에 참 당황스러웠던 점이, 물건을 사거나 길을 묻거나 할 때 왜 그리 사람들이 바라보는 표정이 무뚝뚝한지요... 첨엔 제가 뭘 잘못한 줄 알고 혼자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냥 그런 거예요. 이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사글사글한 눈빛에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저기요?" 하면 그냥 " 뭐?" 하는 식으로 돌아볼 뿐입니다.

즉, 저를 무시하거나, 혹 저에 화가 나거나 한 건 아니란 것이죠. 이런 점은 남자나 여자, 나이든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비슷합니다. 젊은 쪽이 좀 상냥한 부분이 많지만 대체적으로 표정이 없다는 거... (대신 친해지면 이런 진국들이 또 없죠.)

거기다 이 사람들, 옷 되게 못 입습니다. 물론 젊은 아이들 좋아하는 자라 매장 같은 곳 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나름 개성 있는 연출을 하고픈 멋쟁이들이 많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삭막하리 만큼 옷입기에 무심들 하죠.

인천공항에서 독일에서 한국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특히 업무를 위해 방문하는 엔지니어스러운 사람들 바지를 보세요. 심한 경우 양말이 보입니다. 짧고 정확하게 바지끝을 맞추는 것이죠. 잘못 입으면 영구스럽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 난감한데도 이 사람들 의례 그렇게 살아 왔기에 남들의 시선따윈 신경도 안 씁니다. 무뚝뚝한 표정의 키 큰 남자들이 바지단 짧은 옷 입고 서 있으면 독일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그저 무심한 표정은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있는 것이고, 옷은 일을 하는데 방해만 안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같아요. 꾸미고 치장하는 것 보다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집중하는 것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고나 할까요? 좀 과장된 표현이 있긴 하지만, 암튼 저는 이런 국민성이 독일차에도 반영되었다 보는 것입니다.


기능주의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는 독일차들입니다. 그냥 단순하고 직관적이죠. 멋이 들어갈 자리는 많지 않습니다. 그저 자동차로서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디자인됩니다. 기능주의라는 것은 결국 사회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에서 당대 사람들의 정신이 반영이 된 것입니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독일차들의 디자인은 단순하고, 성능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여질 뿐입니다. 

무뚝뚝하고 무표정하지만 주어진 일엔 최선을 다하는...그런 독일사람 같은 독일자동차인 거죠...




2. 농담 보단 토론

독일사람들은 Small talk, 그러니까 잡담 이런 거 잘 안합니다. 흔한 말로 실없는 소리하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죠. 고집이 쎈 사람들이라 어떤 부분에서 토론에 들어가면 불붙기 아주 십상입니다. 서로 지 잘났다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미덕이지 우리처럼 겸손하게 뒤로 물러서는 것은 자기손해라 생각합니다.

뭐든 대충하는 게 없고, 했다 하면 파고들어 가기 좋아합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조차도 진지한 경우가 많죠. 독일에서 유명한 가수는 춤 잘추고 멜로디 좋은 노래를 부르는 존재가 아니라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노랫말을 잘 만들어 비장하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국민가수가 되죠. 나쁘게 보면 참 드럽게 재미 없고 진중한 나라입니다. 파고들기 좋아하고 전문화된 취미생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이 곳 사람들의 모습이, 저는 또한 독일차에 담겨 있다 보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대중화 되고 나서부터 바로 자동차는 경주대회를 통해 엄청난 속도의 세계와 연결되었습니다. 아우토반은 그런 자동차의 '달리는' 가치를 일반인들이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게 한 성지같은 곳이죠. 이런 자동차의 가치가 위에 설명된 독일인들의 성향과 맞물려 'German 엔지니어링'을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독일차를 만들어 낸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차들은 운전자에게 복종되고, 운전자에게 최적의 상황을 제시하는 스타일이죠. 이 것도 일본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 봅니다. 반면 독일차들은 복종의 물건이라기 보다는 운전자가 정복하고 적응해나가는 대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때론 친절하지도 않고 운전이 어렵기도 한 것이죠.


아무리 도심의 도로가 좁고 불편해도 이런 박스카는 거의 타지 않는 게 게르만들입니다. 한마디로 박스카는 '차'로 안 보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다는 것인데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그리고 차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인 것입니다. '농담같은 차를 만드느니 탱크 같은 차를 만드는 게 독일스럽다는 거, 여전히 유효한 시각'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3. 정리정돈

독일의 보통 가정, 집안을 보시면 주부들이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정돈된 집안 풍경에 혀를 내두르게 되죠.  이렇듯 독일은 단정하고 정리하기 좋아(?) 하는 민족입니다. 분리수거 같은 것도 독일 사람들은 참 잘 합니다. 차고를 보면 각 종 연장들이 무슨 전시회 출품이라도 하는냥 정돈되어 있습니다. 

                                         " Alles in Ordnung?"

앞에 누가 걸어가다 넘어졌다고 치죠. 그러면 달려가 넘어진 사람에게 묻습니다. "알레스 인 오드눙?" "괜찮아요?" 이런 뜻입니다. 직설적으로 풀어보면 "모든 것이 정돈 되어 있나요?" 쯤 될 겁니다. 놀랍죠? (도대체 넘어진 사람한테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독일인들의 정돈, 정리, 규칙 등에 대한 의식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문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동차 또한 그러하다 봅니다.


폴크스바겐 콕핏은 인간공학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매우 기능적이면서 잘 정돈되어 있죠. 엔진룸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 말처럼 멋진 이태리차 엔진룸 까보고 그 어지러움에 당황했다는 소리, 적어도 독일차들 보고는 잘 안 하게 될 겁니다. 나쁘게 보면 병이에요 병. 그런데 자동차에 있어선 분명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이 이런 독일인들의 정리정돈 마인드가 아닐까 합니다.

이 밖에도 독일인들의 규율을 철저하게 따르는 습관은 운전문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옛날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레닌이 독일에선 혁명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했죠. 이유는 '잔디를 밟지 마시오' 라는 팻말 때문이라네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 독일인을 비아냥대기 위해 만들어진 일화지만 그렇다고 틀리다고 선뜻 반박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터푸한 운전과 규율을 엄격히 따르고자 하는 국민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독일의 자동차도로가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곳은 한번 정해진 법이나 규칙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선하기 위한 과정도 매우 더디죠. 검토하고 또 검토하고... 이때 쯤 되면 되겠다 싶은데 아직도 검토중이라고 하니 이거야 원... 관청에서 무슨 일을 보기 위해서도 약속이 안되어 있으면 안되고, 한국같으면 1시간이면 해결될 서류가 며칠 씩 걸리기 일쑤입니다. 정말 이런 느림보들이 있나 싶을 정도죠. 어찌보면 되게 게으른 것 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현대차의 즉각적인 대응이나 빠른 개선 등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에 가장 놀라는 곳이 독일 자동차업계들입니다. 대신, 신중하기 때문에 발은 느려도 그만큼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적기도 하고, 한 번 결정된 사안에 대해선 둘도 생각하지 않고 밀어부치는 뚝심은 대단한 편입니다. 역시 明이 있음 暗이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대략적으로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독일 국민성 전부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또한 예외의 경우, 변화의 것들 또한 많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서 딱히 이렇다라고 정형화시켜 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어떠함...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어떠함, 즉 국민성이라는 것이 자동차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제법 재밌는 시각인지라 계속해서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국민성과 자동차는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을까요?...

                                        좋은 주말과 휴일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