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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케치

미하엘 슈마허와 보리스베커, 독일의 두 스포츠 영웅의 같고도 다른 이야기


2년 전 쯤이던가? 재미난 신문 기사 하나를 읽었다.

 한 남자가 가족들과 함께 강아지 분양을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에 늦을 것 같았다. 택시기사를 물끄러미 보던 그 남자는 자신이 대신 택시를 몰아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조금 후 택시는 레이싱카가 되었다. 속도를 전혀줄이지 않고 우회전 좌회전을 해대는 이 남자를 택시기사는 넋을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손잡이를 꼭 쥔 채...

 공항에 시간 전에 도착한 남자는 약간의 팁과 함께 택시비를 지불한 후 가족과 사라졌다. 그가 바로 F1그랑프리의 살아 있는 전설, 미하엘 슈마허였다.  

 서양인들에게 자동차 레이싱은 대단히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연간 수백, 수천 억을 들여가며 레이싱 팀을 이끌고 있지만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은 결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 레이싱에서 페라리팀에게 7번의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미하엘 슈마허를 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가 어떤 경력의 선수인지는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슈마허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은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슈마허는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는 역사로 얌전히 남겨두려 단단히 다짐을 한 것 같다.

 슈마허가 레이싱의 전설이라면, 또 다른 독일 스포츠 영웅이 있다.

 17살의 나이로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조국 독일에 처음으로 안겨 줬으며, 항상 최고의 시청률을 차지하고 있던 축구를 밀어내고 테니스를 가장 즐겨보는 스포츠로 만들었고, 2년 후에 등장한 슈테피 그라피와 함께 독일 테니스 천하를 만들어 낸 주인공, 바로 보리스 베커다.

그랜드슬램 대회의 6차례 우승을 이룬 보리스 베커의 당시 인기는 그 누굴 갖다 대도 당해낼 수 없을 정도였다. 슈마허와 보리스 베커는 독일을 대표하는 스포츠 영웅이라는 점에서 같다. 젊은 나이에 우승을 차지하고 엄청난 부와 명성을 차지한 점 또한 둘은 닮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슈마허와 베커는 은퇴 후, 무척이나 대비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절대 F1 레이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슈마허(덧붙임-아니 돌아오겠다던 전설이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독일은 하루종일 생중계까지 하며 영웅의 귀환에 난리를 쳐댔다.)는 유명한 구두쇠이자 유명한 기부자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00억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슈마허는 다른 유명인들과는 다르게 돈을 자신을 치장하는데  잘 쓰지 않는다. 이 점은 아내 코리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미하엘 슈마허의 동생이자 현직 레이서인 랄프 슈마허의 아내가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과 코리나의 겸손함은 항상 비교되고 칭찬받는다.

 그렇게 가족에게 구두쇠(?)같은 슈마허가 무조건 돈을 움켜쥐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받은 것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몇 년 전 쓰나미로 인해 동남아시아에 큰 피해가 닥쳤을 때 그는 우리 돈으로 100억이 넘는 돈을 기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뿐 아니라 자신의 돈이 가치 있게 쓰이는 곳에는 아낌없이 기부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슈마허의 진가는 그의 가족사랑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 코리나를 향한 순애보나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아빠로서 살아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서슴치 않고 말한다.

 슈마허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슈퍼영웅이라면 보리스 베커의 은퇴 후 삶은 화려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 화려함이라는 단어의 이면엔 그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다라는 의미 또한 숨겨져 있다.

 특히나 여성편력에 있어서 항상 뉴스를 만들어내는 베커는 파파라치들에겐 행복한 먹잇감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이른 나이에 국민영웅이 되어 버린 보리스 베커. 승리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알콜과 약물에 의존했던 힘든 시기도 있었다. 또 탈세와 복잡한 여자관계 등으로 항상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커버에 나온 금발의 여자는 얼마전 베커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한 모델, 그리고 몇 개월 후, 네덜란드 모델 출신과-책 하단 박스에 있는 여자- 성대하게 결혼을 했다. 독일 최대 민영채널 중 하나인 RTL에서 독점 생중계까지 했으니.. )

 비슷한 나이의 독일의 두 스포츠 영웅.

 그들의 삶의 양태는 확연하게 달라 보인다. 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낫고 못하다라고 단언하기엔 아직 그들의 살아갈 날이 너무 많이 남았다. 슈마허가 지금까지의 모습을 계속 지켜나갈지 아니면 보리스 베커가 전혀 새로운 삶을 꾸려가게 될지...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일인 거 같다. 어쨌거나 그들은 최고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