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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케치

독일의 벼룩시장, Flohrmarkt를 가다!

 

벼룩시장?

어렸을 때, 정말 독일 벼룩시장이란 곳은 벼룩같은 이상한 것들을 파는 시장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실용적인 독일인들이 만들어낸 생활시장이란 것을 제법 시간지나 알게 되었고 직접 그 시장을 목격하게 된 지금은, 시골이나 한적한 소도시가  아닌 바에는 장사꾼들에게 점령돼 약간은 의미가 퇴색되기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쓰던 물건, 누가 버린 물건, 거기다 출처가 의심되는(?)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가 있다.

이 날은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쓸려 밀려 다녔던 통에 제대로된 그림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한 번 구경해볼까?

 

플로어마켓은 토요일 오전 9시에 시작해서 공식적으로 2시까지 열린다.

이 날은 좀 늦게 간 탓도 있었지만 보시다시피 날이 무척 좋아 말 그대로 난리통이었다.

 

 

보이는가 저.....사람의 숲이?

양 옆으로 늘어선 좌판 쪽으로는 길도 좁고해서 사람들 밀도도 훨씬 높아 땀내 향수내음에 수십가지 언어들이 뒤섞여 머리가

멍~~~할 지경이었다.

 

 

 

책에 살고 책에 죽을 것만 같은 독일사람들.

자신들이 읽던 책들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의 지금까지의 독일어 수준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닥, 읽을만한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도 찰리채플린 표지의 책이나 디자인과 여행관련 책들은 좀 들쳐보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렸던 책좌판은 바로 여기 아래였다!

 

얼핏봐서는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일 텐데...

저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보이는가?

 

 

^^ 바로 만화책들이다.

어디서 저런 흘러간 만화책들을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망가에서부터 프랑스 미국 만화들까지 다양하게 구비(?)된

옛만화책들이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만화책에 열광을 했던 유년시절은 아니었지만 저들과 같이

쪼그리고 앉아 익숙한 주인공들을 발견하는 재미는 어느 즐거움 못지 않았다. 맘 같아선 몇 권 펼쳐놓고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바쁜 주인아저씨에게 도저히 부탁을 할만한 상황이 못되었다.

 

 

이것저것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관심을 끄는 액자 하나가 보여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나찌 그림?

독일에서는 1.2차 대전의 패전국으로서, 또 히틀러의 국가 (사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출신.)라는 원죄 같은 맘의 상처 때문에 나찌나

히틀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그리 반겨하지 않는다. 네오나찌들이 설쳐대지만 대다수의 독일국민들은 그들에게 매우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얘기가 잠시 샜다. 암튼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니, 자신이 언제부터 어디에서 군생활을 했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군인증명서 같은 것이었다. 저런 것도 팔릴까? 라고 의문을 던졌지만 나같은 Auslaender들에겐 저런 게 되려 지갑을 열게하는 소품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그럼 몇 그림 쭈욱 이어서 감상해보자.

 

(이 더위에 저 털옷을 입어보는 정성이라니..)

 

(어이쿠, 한복이다! 그런데 예쁘지가 않네. 도대체 저런 건 어디서 누가 왜 구해서 여기다 내다 팔까? )

 

 (팔다 팔다 이렇게도 파는구나. 햐~)

 

(이건 고물상에 가깝지 않나?)

 

 

 

빛바랜 이런 사진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 텐데...이런 사진을 팔겠다고 가져나온 사람의 속이 참으로 궁금했다.

그밖에도 토속적이 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물건들이 많았다.

 

 

 

참 파는 사람도 많고 구경하고 사는 사람도 많은 플로어마켓. 그 큰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대단한 사무실도 어렵게(?) 공개한다!

 

ㅋㅋ 유리창에 붙어 있는 <Flohrmarktbuero>라는 표시가 사무실임을 알려주고 있다.

워낙 별의별 사람들이 사고파는지라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시비 등을 방지하기 위해 건장한 경비요원들이 수시로 시장을 오간다.

저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 가지가 있다.

작은 악세사리를 파는 곳이었다. 중년 아주머니가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이자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을 했다.

 

                                                  " 독일어, 영어, 터키어 다 되니까 골라보슈. "

 

햐~ 플로마켓에서  물건을 팔려면 최소한 3개 국어 정도는 해야하는, 말 그대로 글로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맥주 한 잔 손에 들고 마인강가로 내려왔다.

처음엔 사람도 많고, 복잡하고, 때론 불친절한 사람 때문에 짜증도 나고 일반인에 비해 장사꾼들이 너무 많다 했지만 그래도 역시 시장은 시장이었다.

어린 두 아들들이 자신들의 책을 팔기 위해 70센트를 외칠 때, 뒤에서 미소지으며 바라보던 아버지의 표정도 좋았고.

양말 하나 더 챙기려고 애를 쓰는  할머니를 보면서는 한국 시장이 떠올랐다.

사람 사는 것이야 지구를 몇 바퀴 돌고 돈다 해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이방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우리는 그렇게 벼룩시장과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