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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i40 핸들링에 대한 다른 의견, 어디가 맞을까?

명절 잘들 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연휴가 짧다보니 바쁘게들 움직이시라 봅니다. 시골 부모님 댁에라도 내려간 분들은 노모께서 바리바리 싸주신 것들 챙겨오느라 짐칸이 가득할 텐데요. 역시 이럴 땐 왜건의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유용하겠죠. 슬쩍 i40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명절 얘기로 시작해 봤는데 그닥 매끄럽진 않았죠? ^^

어쨌든 요즘 독일이나 한국에서 모두 현대차의 왜건형 모델, i30, i40의 공세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왜건이 워낙 인기가 있는지라 현대의 왜건 시도가 관심을 받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말도 많은 현대가 내놓은 물건(?)에다가 왜건의 사막과도 같은 한국에서의 출시인지라 성공 여부도 더불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런 i40에 대한 여러 목소리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지 않나 싶은데요...


현대차 : 유러피언 프리미엄 신중형 모델로 파사트 보다 20%가량 우위에 있는 자랑스런 모델이다.


한국언론 : 유럽인들을 겨냥해 핸들링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데 정말 그렇다. 여러 면에서 만족할만한 자동차다.


독일언론 : 파사트를 정조준했다는 i40, 아직 파사트에 비하면 모자란 면이 있지만 이 정도면 수준 있는 왜건이 나왔다 볼 수 있겠다. 축하한다!


일부 한국언론 : 왜건이 한국에서 먹힐까?


한국여론 :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들 아시다시피 i40는 유럽시장에 현대차가 띄운 승부수 가운에 하나입니다. VW 파사트나 포드 몬데오, 좀 더 넓혀보면 볼보 V60, BMW 투어링, 아우디 아반트 등이 경쟁 모델이 될 수 있는데요. 프리미엄급까지 가는 것은 부담되고, 그렇다고 포드 몬데오를 타겟으로 하자니 경쟁대상으로서의 중량감이 떨어지고...결국 현대 입장에서는 직접적 경쟁 브랜드이자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은 폴크스바겐의 파사트가 가장 적합한 라이벌 설정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i40의 경우, 디자인에서부터 엔지니어링까지 모두 독일에서, 독일인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모델입니다. 현대가 파사트 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랑하는 1.7리터짜리 디젤 엔진의 경우 VW에서 TDI 엔진 개발을 담당하던 핵심 인력이 현대로 스카웃 되어 갔기 때문에 마냥 근거 없는 자신감만은 아닐 것이라 추측 가능합니다.

차량의 크기나 엔진의 스펙 등,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파사트 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만든 i40은 확실히 현대가 큰소리 칠만한 모델이라 생각이 되는데요. 그러나 자부심이 지나쳐 너무 앞서 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차 사장께서 i40 론칭행사 때 기자들에게 파사트 보다 20%가량 우위에 있다는 얘기를 데이타를 제시하며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 자료라는 것이, 휠(18인치)이 더 크고, 실내 공간이 넓고(휠베이스가 실제로 i40이 더 넓음), 엔진이 배기량은 더 작지만 토크나 마력에서 더 낫다는 등의 것이었습니다.

일단 휠이 더 크다는 것이 우위라고 한다면 뭐 우위라고 하죠. 실내 공간의 경우는 현대차가 원래부터 이 부분에서 나름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을 넉넉하게 확보하다 보니 왜건의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인 트렁크 공간은 파사트 보다 못합니다. 또 비록 독일 언론의 평가이긴 했지만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차체나 마감 재질 등은 역시 i40이 한 수 아래였고, 주행능력에서도 파사트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현대차들 보다는 주행능력에서 발전을 보였다는 얘기도 덧붙여줬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몇몇 언론에서 i40의 독일언론 평가라는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간 한국차를 깡통으로 보던' 혹은' 그간 한국차를 한 참 아래로 보던' 것에 비해 '이례적'으로 i40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라는 식으로 내용을 적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독일자동차 잡지들의 한국차 평가를 지속적으로 봐온 저로서는  한참 아래로 평가했다는 대목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모닝이나 현대 i30, 기아 씨드나 벤가, 그리고 i10, ix20, 거기에 투산이나 쏘렌토R과 스포티지R 모델까지...적어도 최근에 현대나 기아에서 내놓은 모델들에 대해 독일자동차 전문지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내용으로 언급했습니다. 실제 비교테스트 내용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인 것들이 많았구요.  옛날엔 한국차를 우습게 여겼는지는 몰라도 요즘은 결코 한국차를 무조건 하등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현대차가 보도자료를 보내면서 i40의 완성도를 강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이런 표현을 집어넣은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은 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독일차와 성능면에서 비슷한 수준이라 평가를 받는 기타 메이커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차 = 한 수 아래 라는 등식은 기분은 나쁠지 몰라도 틀린 얘기는 아니라 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국 메이커에 어드벤티지 주는 것을 감안을 하더라도 독일에서의 비교테스트는 공식적인 룰에 따라 나온 수치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기에 공정성에서 시비가 비교적 없는 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기 외계인의 얼굴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 보다  i40에 대한 내용 중 더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지금 언급할 두 가지 것입니다. 바로 연비와 핸들링에 대한 상반된 평가 대목이 그것입니다.

연비의 경우 파사트 보다 i40가 더 좋은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물론 파사트에는 i40의 최고 연비 모델 보다 더 높은 블루모션 모델이 있기는 하지만 파사트 2.0TDI와 i40 1.7디젤 엔진을 놓고 보면 분명 i40이 연비효율성면에서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 있죠. 차체도 더 무거운 i40이 적은 배기량으로 더 높은 토크와 마력을 내며, 거기에 연비까지 우수하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해 아우토빌트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비록 한 줄로 간단하게 취급했지만 정말로 제시된 내용 만큼 성능과 연비가 나올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면서 이 점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진행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죠. 

그리고, 이번 i40이 가장 공을 들였다는 핸들링 부분인데요. 현대차 스스로도 상당한 만족과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시승기를 올린 한국 언론들도 핸들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i40이 모든 면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단 하나! 핸들링에서 파사트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한국언론에서 말한 핸들링의 우수성은 이전의 현대차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파사트에 견줄만한 수준이라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유럽쪽에서의 i40 핸들링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기 때문에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 앞으로 펼쳐질 여러 번의 i40 비교테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을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가지 얘기들이 있지만 i40이 괜찮은 차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다소 비싼 가격과 왜건이라는 한국시장에서의 불리함이 있지만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차( preiswertes Auto)로 이점이 있고, 개런티 또한 언제나처럼 매력적이죠. 나쁜 평가를 받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이점이 있는 차가 i40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현대차의 주장이나 언론의 기사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엔 이 곳 유럽에서 나오기 시작한 이견들 또한 울림이 적지 않습니다.

정말 핸들링에서 파사트 수준인지 아니면 독일 잡지의 주장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지는 앞으로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리터당 18km이상의 연비효율성을 보인다는 현대차의 주장에 대해서도 얼마나 믿을 만한 내용인지 검증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i40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이나 비교기사 등도 계속해서 놓치지 않고 여러분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