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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포르쉐도 소용없다, 도로 위의 달팽이!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내용 먼지 털어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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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 30, 40, 50, 70, 130..이 숫자들은 독일에서 사용되는 자동차 속도제한을 알리는 것들입니다. 한국이야 차가 원래 많은 관계로 속도를 내고 싶어도 웬만한 도로에서는 가속 패달 밟기가 여의치 않지만 이곳은 차가 없어도 제한속도를 잘 지키는 국가풍토(?) 때문에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엔 저 숫자들을 얌전히 따르는 편입니다.

 

 

하지만!

일단 속도 제한이 없는 곳에 이르면 독일 운전자들은 짐승(?)으로 돌변합니다. 이제 막 면허를 딴 초보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사랑해마지않는 미하엘 슈마허가 되어 한 마디로 끝내주게 내달리고야 마는 것입니다.

 사진의 맨 오른쪽, 70이란 숫자에 대각으로 검은색 선이 몇개 그어져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저건 70킬로 미터의 제한속도를 지킬 필요가 없다! 즉,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아우토반이 아닌 곳이라도 저 표지판을 만나는 순간!!!  라디오에선 환희의 송가, 할렐루야가 연달아 울려퍼지고, 그곳은 곧바로 마술처럼 레이싱 트랙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운전자에겐 정말이지 가슴을 뻥~하니 뚫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질주라는 쾌속의 본능을 일순간에 가로막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Sonntasfahrer! (쏜탁스파러)...Sonntag(일요일) + Fahrer(운전자)의 합성어로, 시도 때도 없이(?) 거북이 운행을 하는 운전자들이란 독일식 표현입니다.

 

어느 날인가 저 자유구간을 달릴 때의 일입니다. 140킬로를 막 치고 나가는데 뭔가 뒤에서 슝~하니 제 차를 앞질러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포르쉐였습니다. "아~" 하고 부러움 가득찬 외마디 탄식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런데 폭풍질주를 하던 포르쉐가 저 앞쪽에서 갑자기 급제동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사고라도 났나 싶었던 저는 잠시 뒤 풋~하는 웃음이 삐져나오는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몰고 가는 99년식 오펠 코르사에 뒤를 여러대의 차가 줄줄이 따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것도 50km 속도로 말이죠... 결국 검정 포르쉐의 젊은 운전자는 자유구간이 끝나고 70km 제한속도 구간으로 들어가서야 코르사를 앞질러 갈 수 있었습니다. 입이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튀어나온 채 말이죠.

 

 바로 그렇게 포르쉐의 질주본능을 한 방에 잠재우는 할머니 운전자(꼭 할머님만을 의미하는 건 아님.)같은 분들이 쏜탁스파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클락션을 잘 울리지 않는 사람들인지라 답답하면 추월하거나 차선이 넓어지는 곳까지 참으며 뒤를 따르는 게 기특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이런18센티가 있나~" " 야이~ 엑스엑수야!"등 온 갖 운전자 전문용어가 쏟아져 나왔을 텐데 말이죠. 쏜탁스파러 얘기를 하다 보니 뜬금없이 한국 주차의 달인(?) 김여사님이 그리워집니다. 김여사님들! 여기 독일에 친구분들 많으신데, 어때요 한번 놀러 오지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