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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수입차값 바가지'라는 조선 기사의 문제점

언제부터인지 포털 DAUM에서 다시 조선, 중앙, 동아의 기사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잘 읽지 않던 이 신문들의 기사를 접할 수 있게 되었죠. 다양한 기사를 제공하는 힘만큼은 확실히 규모에 맞게 탁월하다 보여지는데요. 하지만 어설피 건드려 괜히 안 먹어도 될 욕을 한 바가지씩 먹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오늘 제가 포스팅하려는 것도 배터질 만큼 네티즌들로부터 욕을 먹은 조선비즈의 자동차 관련 기사와 관련돼 있습니다.

즉, '해외에서 보다 한국에서 수입차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 라는 것인데요. 기사에 문제점이 좀 있어 보여 몇 마디 해볼까 합니다.





기사 내용 1

'해외보다 수입차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그러면서 몇 가지 모델들의 한국가격과 미국가격을 예로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해외라고 하면서 비교한 나라는 미국 하나 뿐이었습니다. (해외는 미국말고 없나?) 미쿡이라면 자동차에 있어 일종의 아울렛마켓과도 같은 특수한 곳입니다. 제 가격 다 받아가며 경쟁하는 자동차 메이커는 거의 없는 곳이죠. 독일의 프리미엄 메이커들 조차 가격은 물론 소재와 차종까지 달리해 가며 판매에 열올리는 나라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미국이 아니라 한국과 소득수준이나 수입차 판매량이 비슷한 나라를 선정해 비교를 했더라면 설득력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조선비즈가 예로든 차들의 가격을 한국, 미국, 그리고 독일 가격으로 한 번 다시 정리를 해봤습니다.




아우디 A6 3.0 T 콰트로



한국 : 7,140만 원

미국 : 6,685만 원

독일 : 7,477만 원




BMW 750Li


한국 : 1억 8,000만 원

미국 : 1억 2,361만 원

독일 : 1억 8,749만 원
(풀옵션 가격)




메르세데스 E350


한국 : 9,590만 원

미국 : 7,300만 원

독일 : 8,621만 원
(기옵 옵션 가격)




렉서스 GS460


한국 : 8,700만 원

미국 : 6,685만 원

독일 : 9,550만 원

어떻습니까, 미국이 독일 보다 못 사는 나라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쌉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4대중 3개의 모델이 한국 보다 판매가가 더 높습니다. 단순무식한 이런 비교로는 적절한 가격에 대한 평가가 어렵습니다...좀 더 정확하기 위해선 세금도 생각해야 하고 국민의 소득수준, 그밖의 여러가지가 고려 대상이겠죠.  미국의 자동차 가격은 세금 포함 전 가격이죠. 반면에 한국 판매가는 다 포함된 가격입니다. 한국의 관세와 미국의 관세는 단순하게 따져도 6% 정도의 차이까지 있죠. 이렇듯 한국의 수입차 가격을 해외(라고 하고 미국만 언급된)와 권장소비자가로 비교한다는 그 자체가 일단 잘못된 설정이었던 것입니다.


  

기사내용 2

'롤스 로이스 팬텀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보다 1억 6683만 원이나 높다.'


팬텀의 경우는 독일 가격이 대략 6억 정도니까 한국 보다 1억 정도 더 싸네요. 독일 벤츠 관계자가 한국에선 비싸야 많이 팔린다는 짜증 나는 소리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기사 내용 중 팬텀에 대한 비교는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베엠베 관계자가 했던 얘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자동차의 가격은 그 나라의 시장 상황에 따른다..."

즉, 이런 초고가의 차량은 특히나 시장의 특성에 맞춰 가격이 책정된다고 합니다. 이런 케이스를 드밀어 마치 모든 수입차들이 한국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인 냥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기사내용 3

' 물론 중저가 브랜드 수입차 중에는 한국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저렴한 차종도 있다.'


골프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미국 보다 483만 원 더 싸다고 했죠. 독일에서 보다도 골프의 한국 판매가는 더 쌉니다. 그런데 배기량 낮은 수입차들(푸조나 그밖의 준중형급 이하)은 고급 차종들 처럼 마진을 많이 붙일 수가 없죠. 그러니 일부 중형급이나 중형급 이하의 모델들이 많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수입차 가격은 지금 보다 더 현실적이 될 것입니다.




기사내용 4

'국내 수입차 소비자들이 옵션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건 간단하게 얘기하죠. 미국 시장도 수입차들은 풀옵션에서부터 몇 가지 패키지 옵션으로만 해서 들어갑니다. 그나마 미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 나오는 모델들은 옵션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말 그대로 수입되는 차들은 일일이 옵션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혹은 유럽에 수출하는 한국산 모델들... 고객이 옵션 선택 가능할 거 같나요?




기사내용 5

'수입차의 애프터서비스 비용도 해외보다 높아 소비자들을 자주 화나게 한다.'

소비자들을 자주 화나게 한다. <=== 요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해외보다 높아...라는 얘기를 해놓고 왜 비교는 한국메이커와 수입차를 비교한 것일까요?  잠시 기사 내용의 일부를 보면, 

'국산 최고급 차종인 현대 에쿠스의 운전석 도어를 교체하면 부품값과 공임을 합쳐 93만 8800원의 수리비가 든다. 이에 비해 BMW 750은 218만 2488원이 든다. (중략)  그랜저 운전석 사이드미러를 교체하면 16만 6000원이 드는 반면 포드 토러스는 39만 7300원으로 2배 이상 비싸다...'

만약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포드 토러스 사이드미러 가격과 그랜저 사이드미러의 가격도 이럴까요? 베엠베 750 부품과 에쿠스 동일 부품이 독일에서도 한국처럼 차이가 날까요?  공정한 비교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차의 널널한 부품과 독일에서 만들어 한국에 들어온 제한된 부품의 가격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죠.  너무나 당연한 상황을 놓고 마치 한국차 부품이 엄청 저렴한 것처럼 얘길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부품에도 관세가 붙는 건 어쩔건지) 

물론 일부 공업사에서 수입차 수리비용으로 못된 짓거리 하는 것은 언론에서 얼마든지 두들겨 패도 됩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상한 비교를 해놓고 해외 보다 애프터서비스 비용이 비싸다고 하면( 해외 어디?) 독자들이 훌륭한 비교라며 고개 끄덕일리 없죠.



결론

뭐 몇 개 더 이상한 기사 내용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이쯤하겠습니다. 수입자동차의 가격이 내려서 고객들이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길 바라는 마음은 저 역시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설득력 있는 자료와 내용으로 기사를 썼어야 합니다. 정~ 힘들다면 한국자동차의 미국 판매가라도 올려서 비교를 했다면 일정부분 인정했겠죠. (물론 이걸 올렸다간 기사 자체가 성립이 안됐겠지만...) 

기사의 전체적 뉘앙스는 고객들이 조금은 더 저렴하게 수입차를 살 수 있길 바란다는 것 보다는 마치 한국 자동차 메이커를 옹호하는 듯 하더군요. 후자가 아니길 빕니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솔직하고 정확한 기사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