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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나는 가수다! 그러면 묻는다 너는 자동차냐?

(오디오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김범수 제발과 이소라의 나의하루가 자동 재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정현의 첫인상도 듣기 원하는 분은 플레이 버튼을 눌러주십시오. 버튼은 화면 아래에!)

새삼 인터넷이 고마웠습니다. 예전 같으면 한국 방송을 라이브로, 혹은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이억만 리 타국에서 시청을 할 수 있다는 게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걸 인터넷이 해결해줬으니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여튼, 일요일에 시청한 ‘나는 가수다’의 감흥이 채 가시지 않은 이유도 있고, 또 그 프로그램 보면서 절절히 느낀 어떤 것도 있고 해서 슬쩍 저도 몇 마디 적어보려 합니다.


처음에 가수들 모아 서바이벌 프로그램한다고 했을 때 반대 의견들도 많았었죠.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영화제나 노래 경연대회도 결국 생존과 탈락이라는 기본에선 벗어나지 않는다 생각되더군요. 물론 경연대회나 영화제와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황금시간대를 통해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부르는 멋진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대중과의 소통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명분 앞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는 그리 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방송은 아이돌춘추전국시대가 되어버렸죠. 그냥 아이돌도, 싱어송 라이터들도, 혹은 가창력 하나만으로도 심금을 울릴 줄 아는 가수들도 적당히 뒤섞여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방송환경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토양 위에서 굳건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대한민국 분위기라는 게 어디 그렇습니까? 방송 뿐 아니라 모든 문화적 현상이 새로운 유행을 만나게 되면 쓰나미처럼 사람들은 그리로 속절없이 쏠려가게 되어버리죠. 마치 그 유행을 쫒지 못하면 낙오자라도 되는 냥 말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안 쓰면 원시인취급이나 안 당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가슴팍은 참 신기해서 말이죠. 그런 흐름을 타고 하릴 없이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그 흐름과는 상관없는 또 다른 무언가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또 다른 무언가는 새로운 유행이 아닌, 그 유행으로 설명되지 않는 어떤 아련한 것을 말하겠죠. 바로 그런 아련함 중 하나를 바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일정부분 해소시켜주었던 것입니다.



십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아이돌팀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멋진 비쥬얼에 청소년들이 꺄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동안, 음악을 주체적으로 접하기 점점 어려워지던 기성의 세대들은 그저 술 한 잔에 노래방 마이크 쥐고 안 올라가는 음에 처절해하는 것으로 노래에 대한 감성의 일부를 풀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돌이 점령한 텔레비전 속에 노래 잘한다는 가수들 일곱을 모아 경쟁을 붙여놓았더니 그들의 눈에서 입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절절한 멜로디와 노랫말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거실 텔레비전의 주도권을 놓친 이들에게, 그리고 노래의 깊이에 스폰지처럼 빨려드는 젊은층들에게, 그렇게 노래를 통해 추억과 혹은 감성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이들은 노래를 쑈가 아닌 노래로 느껴지게 해줬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일곱의 가수들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인을 무대 위에서 해냈습니다. 단순히 노래만 잘 한 것이 아니라, 그네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뽑아냈던 것이죠. 최선을 다한 최고의 가수들...그들이 준 것은 감동...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잘하려 노력한다는 이소라의 말처럼 그들의 뜨거운 무대는 충분히 가치 있고 황홀했습니다. 바로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리고 최선을 다했을 때 그것이 진정성 있게 교감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입니다.


저를 행복하게 한 음악의 품에서 벗어나자 자연스레 자동차와 관련돼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좋은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좋은 자동차 역시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 말이죠. 요즘 자동차들은 화려한 옵션과 디자인, 멋드러진 마케팅을 통해 화려한 쑈를 보여주는 듯 고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 즉 잘 달리고 잘 서는 것이 간과되어서는 “내가 자동차야!”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아무리 예쁘고 퍼포먼스에 뛰어난 아이돌이라고 해도 그들의 기본인 노래에 생명이 없으면 환호 받지 못하는 것처럼...어디 이게 노래와 자동차만의 이야기일까요? 정치인은 정치를 잘해야 하고 운동선수는 식스팩 없어도 운동을 잘하기만 하면, 존경받는 정치인, 훌륭한 운동선수로 평가될 겁니다.

기본이 잘 서 있는 자동차, 최선을 다하는 마인드로 고객과 교감할 줄 아는 자동차가 대한민국을 대표하길 바랍니다. 살짝 반음이 떨어지고, 박자가 안 맞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진정성 있게 고객과 만날 수 있을 때 소비자들은 마음을 열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