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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크리스 뱅글, 자동차 디자인 역사를 말하다



요즘 현대와 삼성의 공통분모는 바로 크리스 뱅글이죠. 그 동안 개인 디자인 회사를 이끌고 있던 미국 출신의 이 BMW 전 수석 디자이너를 놓고 한국 회사들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영입을 원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한국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개성 있는 그의 행보를 보듬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여튼!

아우토모토스포츠(Auto motor sport)가 크리스 뱅글과 자동차 역사 125주년을 기념해 디자인에 대해 짧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그가 한 이야기들과  디자인에서 높이 평가하는 차들은 무엇인지도 알아보도록 하죠.

 
© Achim Hartmann, Ford, AMS

우선 그는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크게 세 덩이로 나눕니다. 1800년대 후반부터 1919년까지.. 1920년대에서 1960년대 말까지...그리고 1974년부터 지금까지...

특히 1974년이라고 특정 년도를 언급한 것은 바로 골프의 탄생 때문이었는데요.



골프가 탄생된 70년대 이전의 자동차 디자인들은 한편으로는  상당히 자유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석유파동을 두 차례 겪으며 작은 차에 대한 요구가 강했고, 그렇게 작은 차에 대한 요구는 필연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된 차이어야 했다는 것이 크리스 뱅글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골프는 디자인과 안전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한 모델이라는 것이죠. 이런 변화의 시기를 맞은  미국 차들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70년대 미국차들의 디자인이 좋지 못했던 것은, 이전 시대의 화려한 디자인을 어떻게 해서든 반영을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은차에 대한 이전 식의 화려한 디자인의 접목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죠. 이러면서 미국차들은 급격하게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

70년대엔 안전한 차라는 화두가 등장했다면, 80년대엔 에어로다이나믹이라는 것이 디자인의 주된 테마였습니다. 그리고 90년대는 새로운 품질의 기준들이 세워졌다고 그는 주장했는데요.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요? 크리스 뱅글은 요즘의 자동차들은 한마디로 패키지 중심이라고 말합니다.

"요즘의 차들은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나의 모델,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수많은 세부적인 것(트림이 다양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들이 펼쳐지고, 그것들은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고 있는 것이죠."

즉, 패키지라는 개념이 요즘 자동차 시장을 대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메르세데스 C클래스와 BMW 3시리즈를 잘 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고 덧붙입니다. 바로 엠블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타이어를 떼어내고 보면 두 차량은 거의 닮아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또 가만 있을 수 있나요? 두 사진을 나란히 올려봤습니다.


반론을 할 수 있겠죠. 사실 요즘의 모든 차들이 다 그렇지 않느냐...자동차는 기본적으로 그 세가지를 빼면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느냐...라고 말입니다. 그게 바로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이 갈수록 없어진다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크리스 뱅글은 부가티 타입 57 모델들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57SC 아틀란틱, 57C... 뭐가 됐든 부가티의 이 독특한 예술품은 인정받아 마땅하지 않나 싶은데요. 30년대에 이미 200마력이라니...동력 또한 대단했죠. 하지만 부가티와 같은 특별한 모델이 아닌 차 중에서 그는 로버 미니를 자신만의 고유한 유전자로 똘똘 뭉쳐진 차라며 극찬을 하더군요.

Roma
Roma by Adriano Lim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리고 꼽은 또 다른 모델, 바로 람보르기니 쿤타치였습니다.


모두 확실한 개성과 명성을 갖고 있는 차들인데요. 아무래도 많이 팔아야 하는 양산차 시장에서 자동차는 이제 개성어린 예술품이기 보다는 생활의 이기(利器)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그렇기에 특별한 디자인의 차를만들어 내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철저히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이런 아쉬움이 커가면 커갈수록 자동차가 처음 탄생한 초창기 시절의 모델들이 갖는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크리스 뱅글은 강변합니다.

" 생각해보십시오. 그 당시 자동차들은 책으로 공부해서 얻어낸 결과물들이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머리와 가슴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요즘 자동차와 관련된 학과나 디자인 학교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적이고 조직적인 발전이 반드시 디자인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 저는 선뜻 긍정을 하기 어렵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더 이상 포르쉐 550 스파이더와 같은 멋진 차를 보고 가슴 뛰어하지 않습니다..."

제임스 딘의 차로 더 유명해진 포르쉐 550 스파이더


잠시 세상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던 크리스 뱅글. 전통적인 비머들에겐 여전히 적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가 17년 동안 BMW에 몸담으며 회사를 키워낸 결과에 대해선 또 다른 평가가 따르리라 봅니다. 이제 그의 새로운 도전이 과연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