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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놀라운 타이칸 랩타임' 그러나 진짜 광기는 따로 있다

지난주였죠? 포르쉐가 공개한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터보 GT의 랩타임 기록이 작은 화제가 됐습니다. 1,10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이 모델이 독일 레이싱 성지인 뉘르부르크링에서 랩타임 7 7 55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타이칸 터보 GT / 사진=포르쉐

 

노르트슐라이페

그런데 여기서 조금 정리가 필요합니다. 우선 뉘르부르크링엔 두 개의 서킷이 있습니다. 하나는 노르트슐라이페이고, 또 하나는 GP 서킷이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측정한다고 하면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을 달린 기록을 가리킵니다.

노르트슐라이페 구간 전경 / 사진=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는 길이가 20.832km나 되고, 곡선과 고저 등, 주행하기에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녹색지옥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요즘도 전문 레이서들이 이곳에서 테스트 등을 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북쪽을 의미하는 노르트와 루프, 고리, 곡선 비행, 습곡 등으로 번역되는 슐라이페가 합쳐진 단어죠.

 

▶ 양산 전기차 두 번째 기록

이번에 나온 타이칸 터보 GT의 랩타임 7 7 55는 양산되는 전기차 중 두 번째로 빠른 기록입니다. 그렇다면 양산되는 전기차 중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모델은 뭘까요? 바로 전기 스포츠카를 만드는 리막의 네베라(Nevera)입니다. 2023년 말 기록한 75 29였습니다. 무려 200만 유로짜리로 0-100kn/h (제로백) 1.8초밖에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죠.

네베라 / 사진=리막

 

그런데 엄청난 가격과 스펙을 생각한다면 1위 전기차와 2위 전기차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리막의 대주주 중 하나인 포르쉐임을 고려하면 포르쉐가 과연 리막의 전기차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 점도 한 번 지켜볼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양산 모델 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죠? 그렇다면 양산형이 아닌 모델 중 리막의 네베라를 능가하는 랩타임 기록을 가진 전기차가 있다는 얘기인데요.

 

▶ 그렇다면 전기차 가장 빠른 랩타임 기록은?

. 리막보다 더 일찍 이 부분에서 1등 기록을 가진 전기차가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이 만든 ID.R이 그 주인공인데요. 처음 등장은 2018년이었고 미국 산악 자동차 경주죠, 파익스 피크에서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기 스포츠카입니다.

ID.R / 사진=폴크스바겐

 

2019 6, 프랑스 레이서인 로맹 뒤마는 이전에 이 차로 자신이 세운 7 57 148의 기록을 깨기 위해 다시 뉘르부르크링으로 옵니다. 그리고 6 5 336이라는 엄청나게 단축된 기록으로 전기차 랩타임 기록을 갈아치우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니오 EP9이라는 전기차가 가지고 있던 6 45 90이 전기차가 세운 기록이었는데 이를 40초 이상을 줄인 것이죠.

 

진짜 광기로 기록 세운 포르쉐

그렇다면 ID.R이 세운 이 기록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2017년 맥라렌은 P1 XP1 LM이란 모델을 가지고 6 43 22의 기록을 세웁니다. 그런데 양산형 모델인 메르세데스 AMG ONE 2022 6 35 183로 맥라렌 기록을 가볍게 넘어섭니다. AMG ONE이 세운 기록도 대단하지만 이 기록조차 ID.R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 보입니다. 그렇다면 ID. R이 세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이 최고 기록일까요? 아닙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깨기 힘든 기록을 세운 자동차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포르쉐가 만든 919 하이브리드 EVO입니다.

919 하이브리드 에보 / 사진=포르쉐

 

포르쉐는 2014년 내구레이스인 르망 24시에 복귀를 발표하며 919 하이브리드라는 LMP1 클래스에 맞는 모델을 공개합니다. LMP1이란 르망 24에 도전하는 제조사들이 시판이 아닌, 오로지 레이스를 위해 기술 개발한 괴물 같은 자동차들이 있는 최고 클래스를 일컫습니다.

르망 24 3연패를 달성한 919 하이브리드 / 사진=포르쉐

 

가볍고 강한 첨단 소재와 첨단의 역학 구조와 구동 시스템이 총동원 되기 때문에 기술집약 레이스카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포르쉐는 자신들이 만든 919 하이브리드 LMP1으로 2015년부터 3년 연속 르망 25 우승 트로피를 갖게 되죠.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해 박수받으며 물러난 919 하이브리드를 포르쉐는 EVO라는 모델로 변형해 다시 공개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측정은 919 하이브리드 에보의 중요 목표였던 것 같습니다. 원래 안전 문제 때문인지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측정에 LMP1 수준의 경주용 모델은 달릴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포르쉐는 규정에 맞게 919 하이브리드를 개조합니다. 일종의 변칙적인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차의 기록은?

 

2018 919 하이브리드 에보는 어쩌면 다시는 나오지 않을 수 있는 기록을 세웁니다. 5 19 546… 20km 구간의 어려운 서킷을 5 20초 만에 달린 것인데요. 2위 기록인 ID.R 6 05 336과는 45초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습니다. 폴크스바겐이 ID.R을 가지고 다시 도전을 하지 않는 이상 6분의 기록을 깰 수 있는 차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러 이유로)

기록을 자축하는 드라이버와 팀원들 / 사진=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에보는 직선구간에서 최고 시속 369km를 기록했다고 하니 대단하? 참고로 당시 드라이버는 독일 출신의 티모 베른하르트였습니다. 내구레이스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꽃을 피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떠세요, 랩타임 경쟁이 보통이 아니죠? 이제 전기차의 시대가 되었고, 따라서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에보가 세운 기록을 깰 수 있는 차가 나온다면 전기차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가 언제쯤이 될지 모르겠지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은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관련한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