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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전기차 ID.3는 골프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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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많은 팔린 자동차는 폴크스바겐의 골프입니다. 지난해 독일에서 총 136,324대가 팔렸고, EU에선 11월까지 (통계가 아직 다 안 나온 관계로) 255,064대가 팔려나갔습니다. 수십 년 이상 유럽 1위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으니, 대단한 시장 지배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골프 GTI / 사진=VW

그런데 이 골프 판매량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유럽 판매량이 연간 50만 대 이하로 내려오더니 2019년에는 41만대 수준까지 곤두박질(?)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에는 30만 대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유럽 기준 1년에 70만 대씩 판매된 걸 생각하면 최고점 대비 반타작도 못한 결과인데요.

그나마 이것도 독일이라는 확실한 내수 시장이 버텨 준 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골프 판매량이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경쟁이 과거보다 더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골프에 비빌 만한 골프급 모델이 많아졌다는 거죠. SUV 인기에 C세그먼트 규모 자체가 작아진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여기에 소프트웨어 오류 문제, 그리고 코로나19 창궐로 소비가 위축되며 판매량은 더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은 모든 자동차가 받았다고 봐야겠지만 골프의 판매 감소율이 경쟁 모델들보다 더 크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입니다. 이것도 시대의 요구, 트렌드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겠지만 어쨌든 골프가 시장에서 주춤대는 모습은 여전히 낯섭니다.

골프 실내 / 사진=VW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엔진 자동차 시대는 신차 기준 2040년 이전에 많은 나라에서 등록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기존에 팔린 엔진 자동차 역시 2050년 전에는 폐차를 유도하는 등,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자동차 관련 뉴스의 상당 부분을 전기차가 차지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큰데요. 수소전기차냐 배터리 전기차냐, 또 전고체 배터리를 통한 배터리 전기차의 급격한 확산이 언제쯤 가능할 것이냐 등을 놓고 많은 추측이 나오는 등, 업계는 이미 전기차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변화를 적극적으로 맞아들이는 곳이 있죠. 바로 폴크스바겐입니다.

ID.3 / 사진=폴크스바겐 

그들은 전기차 전문 브랜드가 될 것임을 이미 밝혔습니다. 그 이후 등장한 게 ID.3. ID.3C세그먼트, 그러니까 골프와 같은 준중형급 전기차로,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ID.3 성공이 그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골프의 전기차 버전쯤으로 볼 수 있고, 그러니 당연히 골프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판매량은 나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독일의 경우 전기차 판매 순위 4 (14,493)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4개월 만에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독일뿐이 아닙니다. 유럽 판매량도 인상적입니다. ID.3가 판매되기 시작한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동안 판매량을 비교해 보니 유럽 1위인 르노 Zoe(30,789)와 모델 3 (21,735)의 사이에 ID.3 (27,508)가 있었습니다.

사진=VW

결과가 꽤나 인상적이죠? 그렇다면 ID.3는 골프처럼 폴크스바겐의 대표 전기차로 어렵지 않게 자리잡게 될까요? 사실 가늠이 쉽지 않습니다. 골프는 차의 만듦새부터 시작해 유럽인들에게 여러 부분에서 수준급 해치백임을 증명했고, 그런 상품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ID.3는 시장으로부터 검증을 제대로 받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제 시작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올 한 해 판매량, 그리고 소비자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골프와 달리 전기차 ID.3는 기계 엔지니어링만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첨단 전자 기술로 무장된 친환경 이동성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평가받아야 합니다. 만약 여기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달리는 정보통신 기기시대에 ID.3는 골프와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ID.3 페달 / 사진=VW

폴크스바겐 회장이 우려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인데요. 경쟁자들에 비해 소프트웨어 부분이 밀린다는 평가를 자신들 스스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통합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 통신 파트의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ID.3가 골프의 명성을 잇느냐 못 잇느냐를 결정할 것이라 봅니다.

세상 참 달라졌죠? 자동차를 언급하며 IT를 핵심 경쟁력으로 얘기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ID.3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독일인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의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추가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ID.3ID.4의 익스테리어는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내 구성이나 스타일이 조금 아쉬운 편인데요. 이 부분이 잘 보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소프트웨어니, 배터리가 어쩌니 해도 차 살 때 스타일이 갖는 경쟁력을 무시할 순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ID.3와 ID.4 / 사진=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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