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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토요타가 몇 개야?...' 독일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한 자동차 TOP 10

그간 몇 차례 독일에서 도난 많이 당하는 자동차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랜만에 관련 소식인데요. 이번엔 며칠 전에 공개된 2020년 자료입니다. 매년 독일 보험산업 협회(GDV)가 보험에 가입된 자동차를 대상으로 도난 조사를 하고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공개하는데, 올해는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진=AXA.ch


계속해서 떨어지는 도난 차량의 수

보완되고 있는 스마트키 보안 취약성 

2019년 독일에서는 총 14,229대의 자동차가 도난당했습니다. 물론 보험에 가입된 자동차들만 통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실제 도난 대수는 조금 더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금액으로는 2억 8천만 유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780억 원어치입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약 5% 줄어든 것이고, 최근 10년간 통계 중 가장 낮은 수였습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도난 대수 15,000대 이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막 출시된 신차보다는 구입 후 2~3년 지난 모델들이 절도범들의 주요 타겟이었다는데요. 전문가들은 제조사들이 꾸준히 지적되어 온 스마트키의 약점을 보완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특징이 나타난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마트키는 최근 버튼을 누르지 않고 그저 주머니 속에 넣고만 있어도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이 열쇠들이 치명적 약점이 있었습니다. 2인 1조의 절도범들이 증폭기를 이용해 스마트키의 주파수를 증폭 시켜 키를 소지하고 있는 운전자와 자동차 사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차의 문을 손쉽게 열고 시동을 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관련 뉴스, 분석 기사, 다큐 등, 이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제조사를 압박하는 그런 단계까지 분위기가 형성된 겁니다. 어떤 제조사가 어떤 보완을 준비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분석대로라면 이런 압박이 성공을 해 제조사들이 앞다퉈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증폭기를 이용한 도난 문제를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언론 중 이 문제를 다룬 곳은 극소수이고, 운전자들 역시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합니다.

사진=adac

그래도 완성차 업체들이 계속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보안에 허술한 스마트키들이 많으니 늘 조심(알루미늄 캔이나 포일에 감싸면 급한 대로 방어가 됩니다)해야겠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딴 길로 샜는데요. 그렇다면 작년 독일에서 가장 많이 도난된 모델들은 무엇이었을까요? 


하이라이트 확인하기에 앞서 브랜드별 통계도 한번 보고 넘어가도록 하죠. 두 가지로 나눠 분석이 됐습니다. ‘지난해 브랜드별로 총 얼마의 차가 도난을 당했는가’, 그리고 ‘보험에 가입된 자동차 1천 대당 브랜드별 평균 도난된 차량의 수는 얼마인가’입니다. 바로 결과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9년 독일 브랜드별 전체 도난 대수 (자료=독일보험산업협회) 

폴크스바겐이 2,589대로 작년 독일에서 가장 많은 차가 도난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8년(2,941대)보다 12.0% 줄어든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폴크스바겐 모델이 절도범들 타깃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전체 도난 차량의 비율 또한 높은 게 아닌가 싶네요.


2위부터 4위까지 모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죠? 그런데 5위에 마쯔다, 7위에 토요타(렉서스 포함)가 들어간 것은 의외입니다. 그 외에도 닛산, 미쓰비시, 혼다가 20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180여 대 작년에 독일에서 도난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네요. 대략 40여 개 브랜드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절반 수준이라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2019년 독일 브랜드별 보험가입 1천 대당 브랜드별 도난 대수 

(자료=독일보험산업협회)

1위는 의외로 미국에서 생산되어 들어오는 미국산 포드였는데요. 1천 대당 2.1대가 도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판매되는 전체 숫자에 비하면 도난되는 차량의 수가 많다고 봐야겠네요. 2위 랜드로버의 경우는 꾸준히(?) 도둑놈들이 노리는 브랜드라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레인지로버입니다.


3위 마쯔다, 5위 토요타(렉서스 포함), 10위 미쓰비시 등, 역시 이 기준에도 일본 브랜드 모델들이 도난율이 높습니다. 현대와 기아가 빠진 자리에 쌍용(20위)자동차가 이름을 올린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모델 top 10을 확인해 보도록 하죠.

1위 : BMW X6 2세대 (보험가입 모델 1천 대당 도난 대수 11.5대)

2위 : 랜드로버 벨라 (보험가입 모델 1천 대당 도난 대수 10.4대)

3위 : 마쯔다 CX-5 2세대 (1천 대당 8.8대)

4위 : 토요타 렉서스 CT200 1세대 (1천 대당 도난 대수 7.5대)

5위 : 토요타 프리우스 플러스 1세대 (1천 대당 도난 대수 7.4대)

6위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3세대 (1천 대당 6.2대)

7위 : 토요타 렉서스 NX (1천 대당 6.0대)

8위 : 르노 탈리스만 (1천 대당 5.9대)

9위 : 토요타 GT86 (1천 대당 5.2대)

10위 : 토요타 RAV4 4세대 (1천 대당 5.0대)

X6 / 사진=BMW

BMW X6는 꾸준히 절도범들이 노리는 최우선 타깃 중 하나입니다. 레인지로버 역시 마찬가지죠. 그런데 의외였던 것은 토요타였습니다. 상위 10개 모델 안에 무려 5개, 그러니까 절반이 토요타와 렉서스 모델들이었습니다. 전례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는데요. 토요타 SUV 라브나 랜드크루저 등은 매년 많이 도난당하기는 하나 이번처럼 차종 안 가리고 일본 자동차가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예상하기 어려웠던 결과였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50위까지 순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당 평균 피해액이 가장 큰 것은 포르쉐 911로 107,091유로였고, 50위 안에 있는 모델 중 가장 피해액이 적었던 것은 폴크스바겐의 승합차 트랜스포터 3세대(8,227유로)였습니다. 오래된 모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피해액이 적게 계산이 된 것 같네요. 이런 자료를 근거로 리스트에 있는 모델들이 독일에서 인기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도난 이유와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단적으로 ‘그렇다 아니다’ 이렇게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늘 신경 써서 잠금장치 잘하고, 위험한 곳에 주차하거나 장기 주차 낯선 곳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스마트키 역시 신경 써서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차 잃고 나서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