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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2020 이미지조사] 독일인이 생각하는 독일 자동차, 한국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게 아니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떤 차를 만들었고, 어떤 도전을 했으며, 어떤 기술적 성과를 냈는지, 또 브랜드 전략은 어떠했는지 등, 많은 요소가 차곡차곡 세월의 틈을 채우면서 형성됩니다. 그렇기에 한 번 세워진 이미지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는 그게 좀 더 강한 느낌입니다. 받아들여진 가치는 어지간해서는 변화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참 느리고, 법 하나 만들어지는 것도 우리 관점에서는 뜸을 얼마나 들이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 번 만들어진 것은 여간해선 바뀌거나 망가지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 특성이라고 봐야 할 텐데요. 자동차에 대한 인상,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도 그런 틀 안에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내용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30년째 독일인들의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조사를 하고 있는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최신 결과입니다. ‘2020년 베스트카라는 것인데, 20분 정도가 소요되는 이 설문에는 자동차에 대한 평가 외에 브랜드 이미지 평가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총 102,974명의 독자가 참여했고, 라이벌 매체인 아우토빌트가 실시하는 것과 함께 독일인의 자동차에 대한 인식 조사로는 두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겠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이번에 공개한 브랜드 이미지 설문 결과에는 12개 회사에 대한  것만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브랜드로는 현대자동차만 포함이 되어 있네요. 8가지 항목에 어떻게 독일인들이 답을 했는지 바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괄호 안의 숫자는 전년과 비교해 얼마나 늘었고 줄었는지, 증감 정도를 퍼센트로 나타낸 것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항목 1 : 좋은 조립 마감

1 : 아우디 64% (-3%)

2 : 메르세데스 59% (-1%)

3 : BMW 51% (-1%)

4 : 포르쉐 42% (-)

5 : 폴크스바겐 29% (-)

6 : 볼보 22% (-2%)

7 : 스코다 9% (-1%)

8 : 토요타 8% (+1%)

9 : 재규어 6% (-1%)

10 : 현대차 5% (+1%)

11 : 포드 4% (+1%)

12 : 알파로메오 2% (-)

S8 실내 / 사진=아우디

지난해와 비교해 3%나 떨어지긴 해지만 여전히 독일인들은 아우디의 조립 마감 능력을 가장 우수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 뒤를 벤츠가 뒤따르고 있는데 포르쉐 평가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게 눈에 띕니다. 전년과 비교해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곳은 토요타, 현대, 포드였습니다.


항목 2 : 신뢰

1 : 메르세데스-벤츠 50% (-2%)

2 : 아우디 / BMW 44% (-3%) / (-3%)

4 : 포르쉐 32% (-1%)

5 : 폴크스바겐 28% (+1%)

6 : 토요타 23% (+2%)

7 : 볼보 20% (-2%)

8 : 스코다 12% (-)

9 : 현대차9% (+2%)

10 : 포드 7% (-)

11 : 재규어 2% (-)

12 : 알파로메오 1% (-)

E-클래스 53 AMG / 사진=다임러

이 항목은 내구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세데스와 포르쉐 등은 오래전부터 독일의 잔고장과 관련한 통계에서 늘 좋은 성적을 거두는 브랜드였고, 토요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올해 결과에서는 토요타와 현대자동차의 전년 대비한 플러스 평가가 눈에 더 들어옵니다. 그에 반해 재규어와 알파로메오는 차에 대한 믿음을 주기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거 같습니다.


항목 3 : 첨단 기술

1 : BMW 49% (-3%)

2 : 메르세데스 44% (-2%)

3 : 아우디 43% (-5%)

4 : 포르쉐 31% (+4%)

5 : 폴크스바겐 23% (+6%)

6 : 토요타 21% (+2%)

7 : 볼보 16% (-)

8 : 현대자동차 9% (-)

9 : 재규어 / 포드 / 스코다 4%   

12 : 알파로메오 2% (-)

i4 콘셉트 / 사진=BMW

첨단 기술 항목에서는 폴크스바겐이 전년 대비 6%나 더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포르쉐 역시 4% 플러스였네요. 하지만 흔히 말하는 프리미엄 3사는 1~3위의 순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전년과 비교해 선택이 줄고 말았습니다. 기술 혁신이 프리미엄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독 3사의 기술 이미지 지배력이 예전만 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극을 좀 받았으면 좋겠네요.


항목 4 : 친환경적인 자동차 제작

1 : 토요타 34% (-2%)

2 : BMW 25% (-3%)

3 : 폴크스바겐 19% (+9%)

4 : 메르세데스 / 아우디 17%

6 : 볼보 / 현대차 13%

8 : 포르쉐 6% (+2%)

9 : 스코다 4% (+1%)

10 : 포드 3% (-)

11 : 재규어 2% (-1%)

12 : 알파로메오 1% (-)

RAV4 하이브리드 엔진룸 / 사진=토요타

이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하이브리드로 잘 알려진 토요타였습니다. 다만 전년보다 지지도는 2% 줄었습니다. 이는 배터리 전기차에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선언 이후 계속된 행보가 확실하게 자국민에게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무려 9%나 더 상승했네요. BMW 역시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전기차 쪽에서 힘을 못 썼기 때문인데요. 이를 제외하면 독일 브랜드는 모두 전년 조사보다 친환경 항목은 다 플러스 성장했습니다. 전기차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도 느꼈던 모양입니다.


항목 5 : 가성비 결과

1 : 스코다 38% (-3%)

2 : 현대자동차 25% (+2%)

3 : 포드 18% (-1%)

4 : 폴크스바겐 13% (+1%)

5 : 토요타 9% (+1%)

6 : BMW 7% (-1%)

7 : 아우디 / 메르세데스 6%

9 : 알파로메오 4% (-1%)

10 : 볼보 3% (-)

11 : 포르쉐 2% (-)

12 : 재규어 1% (-1%)

준중형 옥타비아 왜건 / 사진=스코다

역시 스코다와 현대가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재규어의 경우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안 좋다고 평가됐는데, 여러 항목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안타깝네요. 볼보에 대해서도 차의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독일인들은 여기고 있는데, 자국 브랜드들보다 더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게 약간은 의외였습니다.


항목 6 : 좋은 스타일 (디자인)

1 : 포르쉐 44% (-1%)

2 : BMW 39% (-4%)

3 : 아우디 37% (-2%)

4 : 메르세데스 33% (-1%)

5 : 알파로메오 32% (-3%)

6 : 재규어 22% (-5%)

7 : 볼보 19% (-2%)

8 : 폴크스바겐 14% (+2%)

9 : 스코다 8% (-)

10 : 포드 6% (-)

11 : 현대자동차 5% (+1%)

12 : 토요타 2% (+1%)

마칸 GTS / 사진=포르쉐

디자인에서는 포르쉐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대로 토요타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독일인들이 거의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데, 저도 별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현대의 디자인이 많이 좋아졌지만 시장에서의 디자인 평가는 여전히 박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BMW의 경우 계속 스타일 점수가 낮아지고 있는데, 이런 반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전면 그릴이 더 과해질 거라고 하는데 디자인이 산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항목 7 : 스포티한 자동차 만들기

1 : 포르쉐 75% (-3%)

2 : BMW 57% (-1%)

3 : 아우디 38% (-1%)

4 : 알파로메오 29% (-3%)

5 : 메르세데스 27% (-)

6 : 재규어 22% (-3%)

7 : 포드 5% (-)

8 : 폴크스바겐 4% (-)

9 : 토요타 3% (+1%)

10 : 현대자동차 2% (+1%)

11 : 볼보 / 스코다 1%

911 터보 S / 사진=포르쉐

압도적으로 포르쉐에 표를 줬죠? 하지만 전년보다 3%나 빠진 것은 스포츠성이 과거에 비해 약화했다고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반대로 현대는 N 마크가 달린 고성능 버전 모델들이 나오고 있으나 대중이 체감을 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요. 가성비가 높을수록 스포티함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특성이 드러난 결과가 아니었나 합니다.


항목 8 : 좋아하는 브랜드

1 : BMW 42% (-3%)

2 : 포르쉐 37% (-1%)

3 : 아우디 36% (-1%)

4 : 메르세데스 34% (-)

5 : 폴크스바겐 22% (+2%)

6 : 알파로메오 / 볼보 19% (-2%)

8 : 스코다 15% (+1%)

9 : 재규어 14% (-4%)

10 : 포드 8% (-)

11 : 현대차 / 토요타 6%

사진=BMW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냐고 물었고, 42%의 응답자가 BMW를 선택했습니다. 독일인들의 취향이 잘 반영된 그런 브랜드가 아닌가 싶은데요. 하지만 전년에 비해 선택한 독자의 수가 제법 많이 줄었다는 것은 BMW 입장에서 고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에는 추격권에 있는 경쟁사들과 간격이 더 좁혀질지도 모릅니다.

전체적으로 독일 브랜드들, 그러니까 독일인 입장에서 국산 차(?)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밀도는 다소 떨어진 느낌입니다. 특히 BMW 8개 항목 모두 마이너스 지지를 받았는데, 그냥 웃어넘길 수준은 아닌 것 같네요. 아우디 역시 환경 항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떨어졌죠. 메르세데스 역시 주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2개 항목이 전년과 동일했을 뿐 나머지는 다 플러스였습니다. 특히 환경과 첨단 기술 항목은 1년 사이에 정말 큰 차이를 보여줬는데요. 방향 전환(전동화)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토요타는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에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항목에서 플러스였습니다.

현대자동차를 보죠. 독일은 그들의 유럽 본진입니다. 모든 본부가 독일에 있죠.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독일에서 이미지도 좋고, 판매량도 많고, 인지도 또한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성비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마진을 많이 남기고 싶은 현대차의 바람이 유럽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런 이미지를 벗어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느린 걸음이기는 하지만 이미지가 나아지고 있다는 건데요. 이 지루한 도전을 현대가 끝까지 참고 견뎌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올해 이미지 조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는 제조사의 노력을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아마 이런 관점은 해가 갈수록 더 분명해질 텐데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는 독일 업체들의 기술 지배력이 과거만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통적인 기계 기술 경쟁을 넘어 IT 공룡들과의 새로운 형태의 기술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일 수밖에 없겠죠.  독일 브랜드들이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칠지도 궁금해집니다. 모처럼 스케치북 다이어리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함께 해봤습니다. 모두 건강한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