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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폴크스바겐의 만만치 않을 SUV 컨버터블 도전

SUV가 인기 있다 보니 파생 모델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SUV 쿠페나 SUV 컨버터블과 같은 뭔가 안 어울려 보이는 조합이 그것들인데요. SUV 쿠페의 경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죠. 그에 비하면 SUV 컨버터블은 여전히 낯섭니다. 그런데 이미 소식을 들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폴크스바겐이 콤팩트 SUV 컨버터블을 내놓기로 하면서 이 이질적 조합으로 승부를 보려 하고 있습니다.

2016년 공개된 소형 SUV 컨버터블 'T-크로스 브리즈 콘셉트' / 사진=VW


폴크스바겐은 얼마 전 비틀을 2019년 여름까지만 내놓고 단종시킬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으로 당연히 비틀 카브리올레도 운명의 끝을 맞이하게 됐죠. 카브리올레는 비틀 판매의 큰 축이었고 하나의 문화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독일에서 비틀은 현재 카브리올레(컨버터블)만 판매되고 있으니 유럽인들 보기에 비틀의 진짜 마지막은 카브리올레일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틀도 비틀이지만 컨버터블만은 전기차로 나와주면 좋겠다는 의견들도 제법 보였습니다. 

비틀 카브리올레 / 사진=volkswagen.de


사실 폴크스바겐 컨버터블 모델들은 기대만큼의 판매량을 보이진 못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미 하드탑형 컨버터블 Eos는 단종됐고, 아주 조용히 골프 카블리올레도 사라졌죠. 여기에 비틀 카브리올레까지 막을 내리면 컨버터블 모델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아무리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고 해도 컨버터블이 하나도 없다는 건 유럽 시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빈자리를 티록 컨버터블로 채우려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건데요. 이처럼 SUV 컨버터블이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은 이미 2014년에 티록 컨버터블 콘셉트 모델, 그리고 2016년에는 T-크로스 컨버터블 콘셉트 등을 계속 내놓으면서 예고가 됐었습니다. 

2014년 공개된 티록 컨버터블 콘셉트. 물론 이 스타일 그대로 양산되지는 않습니다 / 사진=VW

유럽에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티록 양산형 / 사진=VW


티록은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보다 좀 크고, 기아 니로보다는 조금 작습니다. 컨버터블로 나와도 크게 부담은 없는, 아담한 사이즈가 될 겁니다. SUV와 컨버터블이라는 조합이 주는 이질감도 무라노와 이보크보다는 크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티록(T-ROC)을 골프 SUV라 부르는데요. 티구안이 덩치가 커지면서 티록이 골프급 SUV로 올라섰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엄밀하게는 소형 SUV이지만 폴로 수준의 SUV가 나올 예정이라 B세그먼트 SUV와 구분하기 위해 티록을 C세그먼트 SUV로 구분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쨌든 이제는 되돌릴 수 없게 됐죠. 티록 컨버터블은 2020년부터 시장에 나올 것이고, 현재는 위장막을 쓴 채 열심히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록 컨버터블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일의 자동차 팬들 반응은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기대감으로 가득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싸늘한 반응을 보면 과연 이 소형 SUV 컨버터블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이러다 VW 컨버터블 흑역사에 모델 하나가 더 추가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뮬론 예상을 뒤엎고 좋은 결과를 얻은 자동차들도 많습니다. 티록도 현재로는 50:50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런 시도는 티록이 처음은 아니죠. 조금 전에 말씀 드렸듯 이미 닛산에서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라는 덩치 큰 SUV 컨버터블을 2011년에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당시 처음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 모습을 보고 '이게 판매가 될까?'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역시 2014년쯤 아쉽게도 단종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라노 크로스카브리올레 / 사진=닛산

이보크 컨버터블 / 사진=랜드로버


무라노와는 달리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의 경우는 여전히 판매 중입니다. 물론 판매량은 그리 쏠쏠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컨버터블하면 아직까지 세단이나 해치백 카브리오, 스포츠카 컨버터블이 SUV 컨버터블보다는 더 익숙하기 때문일 텐데요. 이 심리적 거리감을 극복하는 게 성공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도전 그 자체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제조사들은 새로운 틈새 시장을 개척해 그것을 통해 이익의 영역을 넓히려 합니다. SUV 컨버터블도 바로 이 틈새시장용이라 봐야 합니다. 대박만을 쫓아서는 나올 수 없는 자동차인 겁니다. 저는 취향과는 상관없이 이런 다양성이 살아 움직이고 꿈틀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왕 뛰어드는 거 큰 손해 없이 도전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되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