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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언제 봐도 착한 로드스터, 마쯔다 MX-5

자동차 종류 중에 로드스터라는 게 있습니다. 좌석 두 개에 아예 지붕이 없는 차를 뜻했었죠. 요즘은 지붕이 있는 쿠페 타입의 자동차에도,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것에도 로드스터라는 이름이 사용되는 등, 그 경계가 모호해진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스포티한 로드스터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자동차는 뭐가 있을까요? 포르쉐 박스터를 떠올리는 분도 계실 테고, 혼다 S2000, BMW Z4, 벤츠 SLC 등, 다양한 이름이 등장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존하는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라면 마쯔다 MX-5가 아닐까 합니다.

2019년형 MX-5 / 사진=마쯔다


1960년대부터 판매가 시작된 포르쉐 911이 2017년 생산 백만 대를 돌파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마쯔다 MX-5는 2016년에 이미 백만 대를 넘겼습니다. 그것도 1989년부터 만들어진, 제한된 시장을 가진 로드스터가 말입니다.


현재 4세대(ND)까지 나왔고, 3세대의 경우 그 귀여운 전면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요. 물론 효율적 무게 배분이나 승차감을 훌륭하게 만드는 서스펜션, 정확한 조향 능력과 민첩한 핸들링 능력 등, 기술적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인기였을 겁니다.

3세대 MX-5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괜히 좋아집니다 / 사진=마쯔다


사실 로드스터를 포함한 컨버터블은 자동차 초기 역사의 주인공이었고, 1960년대까지도 인기 있는 자동차였습니다. 그러다 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미국 등에서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며 규정을 강화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되죠. 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포르쉐는 911 타르가 같은 변칙 모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잠시 주춤하던 경량 로드스터는 1989년 마쯔다가 60년대 영국이나 이탈리아에서 나온 경량 로드스터의 느낌을 담은 MX-5를 내놓게 되고, 이게 성공하면서 여러 제조사가 경량 로드스터를 속속 내놓게 됩니다. 로드스터의 시대가 다시 열리게 된 것이죠. 


전체적으로 고급 브랜드가 내놓은 가격이 좀 되는 로드스터들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MX-5는 공기를 맞으며 달리는 오픈 에어링을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해줬습니다. 지금도 중고차 시장에서 MX-5를 검색하면 10년이 넘은 매물까지 포함해 많은 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요. 가격 또 무척 좋아서 10만km 이하 주행 거리의 구형 MX-5를 1만 유로 이하의 가격으로 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신차 가격도 4만 유로 이상의 벤츠 SLC나 닛산 370Z 로드스터 등과 비교해도 2만 5~7천 유로 가격으로 훨씬 저렴하지만 중고차 역시 많은 매물에 관리 잘 된 것들도 많아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고마력으로 승부하는 비싼 로드스터들과 달리 160마력 수준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나 유럽 등에서 폭넓은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019년형 실내 / 사진=마쯔다


이런 MX-5가 최근 2019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는데요. 역시 가성비 훌륭한 모델답게 주행 성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고마력을 185PS까지 올리는 등, 성능 개선도 부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MX-5를 보고 있자면 '왜 아직도 현대나 기아는 컨버터블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라는 물음에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에는 이와 관련해 대기 오염 문제로 양산을 못 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한 기아 관계자의 발언이 소개되기도 했죠.


국내에서만 판매할 자동차가 아닌데 마치 그것이 양산의 장애물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무엇보다 요즘은 하드탑이나 소프트탑이니 해서 얼마든지 커버를 씌울 수 있지 않습니까? 좀 궁색한 발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진=마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허 등의 문제가 있고 해서, 비용 대비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등을 현대나 기아가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한된 시장에서 얼마나 수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며, 또 안전과 주행 성능이 담보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것인지, 당장의 이러한 현실적 계산에 막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과거에는 엘란이나 칼리스타 같은 로드스터가 한국 차로 팔린 적도 있긴 했었죠. 참 용감(혹은 무모)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한국산은 아니었습니다. MX-5처럼 잘 만든 로드스터가 어떻게 브랜드를 받쳐주고 있고, 또 어떻게 브랜드의 경쟁력을 만들어주고 있는지를 보면 현대와 기아의 긴 컨버터블 외면은 아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