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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사고의 30%, 운전 중 딴짓하다 발생한다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서나 있는,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 돼버린. 지하철 풍경만 해도 예전에는 신문이나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떠는 게 흔했지만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 속에서 뭔가를 찾거나 읽거나 보고 듣습니다.


자동차는 또 어떻습니까? 신차들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미러링 기능 장착이 필수가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자동차를 관리하고 위치를 파악하고, 시동을 걸고 문을 여닫는 기능에 원격 조종까지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유익함과 즐거움을 얻는 것 못지않게 우리에게 위험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게 스마트폰입니다. 특히 보행자, 혹은 운전자가 본래의 목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요망한(?) 기기이기도 하죠. 횡단보도를 건널 때조차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 떼고, 심지어 운전 중 문자 수신음이나 벨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기도 합니다. 

사진=adac


위험한 줄 알면서

오히려 더 늘어가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2015년에 조사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운전을 하다 문자를 보내거나 확인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2초 동안 휴대전화 문자를 확인하는 것은 30미터 전후 거리를 안 보고 운전하는 것과 똑같다고 하죠. 그럼에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수가 수십 년 만에 많이 증가했는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원인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폰을 잠깐이라도 사용했거나 해본 경험자들은 되레 늘었다고 합니다. 음주운전만큼 위험하고 운전 중 실수할 확률을 수십 배나 올린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사람들은 이런 스마트폰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은 휴대폰 사용하다 사망 사고를 냈을 때 최고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게 한다고 합니다. 어떤 나라는 벌금을 수십만 원씩 물게 한다고 합니다. 최근 독일은 100유로까지 벌금을 올리는 것은 물론 아예 운전자가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만 있어도 벌금을 물게끔 법을 강화했습니다. 엔진이 꺼진 상태일 때만이 예외이며 블루투스를 활용한 통화까지는 허용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화 자체가 운전 집중력을 헤칩니다)

사진=BMW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설문 조사해보니

이처럼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유는 시민의식깨나 괜찮다는 독일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매우 많기 때문인데요.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가 내부자료는 물론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3개국 1,600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몇 가지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전체의 9%에 해당하는 반면, 11%의 사고가 휴대전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운전자 57%는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고, 독일과 스위스는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지난 3년 사이 운전 중 사고를 경험한 응답자의 60%가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었다고 답했는데요. 놀라운 수치죠? 반대로 같은 기간 무사고 운전자 중 약 37%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사고의 30%가 운전 부주의로

37%의 경우는 운이 좋았을 뿐, 언제든지 사고가 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주의함, 딴짓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가 스마트폰 사용을 포함 총 3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주의는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라디오를 조작하거나, 아니면 디스플레이 화면을 터치하는 등, 운전 외 다른 행동 일체를 말합니다. 이처럼 운전하며 콕핏의 갖가지 것들을 만지고 작동하는 행위를 오스트리아 운전자들은 86%가, 독일 운전자의 74%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39%는 운전 중에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기도 한다고 답했는데요. 내비게이션 사용은 출발 전, 혹은 운전을 잠시 멈추고 차를 세운 다음에 해야만 합니다. 또 응답자의 33%는 출발한 뒤에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거 습관적으로 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특히 운전석 시트 조절을 운전 중에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고(약 33%), 14%의 응답자는 운전하면서 화장을 하기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역시 잘못된 습관에 의한 위험한 행동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네요.

사진=볼보


올바른 운전자 행동

차에 타면 시트 위치를 확인하고 안전벨트를 우선 착용한다. 내비게이션은 출발 전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고, 스마트폰은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하되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라디오, 냉난방기, 그 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버튼(혹은 디스플레이 터치) 사용 역시 차가 완전히 정지한 상태에서만 이용하도록 한다. 운전 중 먹거나 마시는 등의 행위 역시 위험하기 때문에 하지 않도록 한다.

사진=픽사베이


위에 있는 내용만 잘 지켜도 훨씬 많은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거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정말 잠깐의 편리, 잠깐의 재미 때문에 자신의 생명, 혹은 타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좀 더 법이 강화돼 운전 중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에 대해서 보다 철저하게 관리 감독했으면 합니다. 


갈수록 자동차가 운전 이외의 기능, 그러니까 다양한 기능을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첨단화 전장화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자동차가 편리해지고 첨단화되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운전자는 운전할 때 운전에만 집중해야만 한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