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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길터주기'와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에 칼 빼든 독일

벌금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가끔은 벌금을 올려서라도 문제해결 의지를 보일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근 독일 정부가 보인 교통법 일부 개정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은데요. 긴급차량 출동을 방해하는 운전자, 그리고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은 이제 당장 10배 늘어난 벌금을 조심해야만 하게 됐습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사진=adac


독일에서도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는 교통 문제라면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자를 확인하거나, 통화하거나, 운전을 하는 와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는 등의, 위험천만한 행위를 너무 쉽게들 하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독일 국회는 이런 운전자들에게 그동안 60유로(약 8만 원)의 벌금을 물리던 것을 100유로 (13만 5천 원)까지 올리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만약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위험을 초래했다면 벌금은 150유로, 또 물적 피해가 발생하면 벌금은 200유로로 올라가고 각각 벌점 2점이 부과되죠. 또한 1개월 운전 금지 조치가 내려집니다. 독일에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벌점이 8점이니까 2점 벌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대신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한다든지, 아니면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전화 사용은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또 자동차뿐만이 아닙니다. 자전거 사용이 엄청나게 많은 독일답게 자전거 이용자도 스마트폰을 자전거를 타는 도중 이용하면 벌금을 55유로(7만 4천 원)까지 내야만 합니다. 벌금도 벌금이지만 1개월 운전 금지조치가 더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급차량 길터주기

독일은 긴급차량이 출동할 때 비교적 길을 잘 터주는 곳입니다. 일단 두 개의 영상을 올려드릴 테니 먼저 보신 후에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상 1>

<영상2>


면허 취득 과정에서는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긴급차량이 출동할 때 운전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알리고 있는 독일이기는 하지만, 또 의외로 길터주기가 잘 안 돼 문제가 되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길터주기가 잘 될 수 있도록 벌금을 강화하기로 한 것인데요.


지금까지는 길터주기를 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벌금 20유로 (2만 6천 원)만 내게 했는데 이것을 이번에 10배인 200유로 (2십 6만 원)까지 벌금(벌점 2점 포함)을 물릴 수 있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교육과 시민의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벌금을 강화해 길터주기 문화가 완벽하게 자리 잡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볼 수 있겠죠.


만약 출동을 방해하는, 그러니까 긴급출동 차로를 막고 서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벌금이 240유로까지 올라가고, 벌점 2점에 1개월 운전금지 조치까지 당하게 됩니다. 또 긴급 출동 차량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거나 어떤 물질적 손상이 발생하게끔 한 경우에는 280유로에서 320유로까지 벌금을 내게 됩니다. 40만 원이 넘는 금액이죠. 


당연히 벌점 2점이 부과되고 역시 1개월 운전금지 조치를 받게 됩니다. 이는 경찰차의 출동 때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요. 경찰차가 공무를 위해 출동할 때 길을 터주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모두 수십만 원의 벌금과 벌점, 그리고 1개월 운전금지 처분을 받게 됩니다.

길터주기가 제대로 안 된 상황의 독일 아우토반 모습 / 사진=adac

사진=위키피디아 독일


여기서 꼭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제대로 된 길터주기 상황이 되기 위해서는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자동차들이 상황에 맞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뒤에 차들은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에서부터 긴급차량이 출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긴급 차로를 열어 두는 게 중요합니다. 늘 운전자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어떤 독일 소방관이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고 현장으로 출동을 하는데 중간쯤에서 길이 막혀 결국은 1km 정도를 차에서 내려 달려가야 했다고. 이런 식의 긴급차량 출동과 관련된 소식을 독일에서는 정말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 긴급차량 출동을 정말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였으니까요.

2005년 독일 A66 아우토반의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독일


우리나라에서는 출동 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 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하는데요. 독일 출동 차량 사이렌은 한국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시끄럽고 큽니다.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인데, 이렇게 크지 않으면 복잡한 곳, 시끄러운 곳에서는 제대로 운전자 등이 인지를 못 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 또 긴급차량 출동을 방해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도 독일처럼 벌금을 강화하고 운전금지 조치까지 취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특히 짧은 기간의 운전금지 조치는 기간과 적용 폭을 더 다양하게 해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제대로 교육도 안 하고, 홍보도 안 하면서 벌금만 강하게 물리려는 정책은 효과적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예 면허 취득 과정에서부터 기본적이며 중요한 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자동차 관련 매체는 물론이거니와 더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벌금을 강화한다면 운전자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적 관심뿐만 아니라 정부도 이런 생활과 밀접한, 소소하지만 정말 바뀌어야 할 부분들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독일의 교통 벌금 관련한 얘기로 시작했다가 결국 우리나라의 정책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야기가 끝을 맺게 되는데요. 오늘은 두 가지만 함께 다짐을 우선 해보죠. 운전 중에는 절대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긴급차량 출동 때 '길터주기' 제대로 하자. 길터주기는 더 이상 모세의 기적이 아니라 습관화된 일상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모여 더 좋은 변화를 얻어낼 수 있다는 거,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