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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기아자동차 벤가(Venga)에 대한 또다른 진실

 

며칠 전 국내 언론사들이 기아차 벤가의 유럽반응이라며 일제히 기사를 올렸습니다. 내용은 독일의 자동차 잡지 아우토빌트(Autobild)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auto-motor-und-sport)의 비교테스트(혹은 비교시승기)에서 벤가가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제 블로그 조금만 관심 갖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이 잡지들 이름은 어느 정도 익숙하실 겁니다. 그만큼 독일내에서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는데요. 문제는!

 

기아차가 뿌린 보도자료를 근거로해 쓴 기사들만으로는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겁니다. 따라서, 독일 현지 평가의 또다른 사실과 함께 벤가테스트 결과의 함의에 대해 좀 세세하게 알려드리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해서 포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내용이 길지만 지루하진 않을 겁니다. 나름 신경써서 올리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고, 수고했다 어깨 한 번 툭툭 쳐주시면 캄사하겠습니다. ^^

 

 

1. 양대 자동차잡지만 테스트를 했나?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보도자료를 낸 시점과 맞지 않아서였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또다른 저명한 잡지의 비교테스트가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 내용대로 아우토빌트와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가 테스트를 했었고, 거기에 하나 더 아우토짜이퉁(Autozeitung)이 있었습니다. 아우토짜이퉁 역시 독일에서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는 자동차 전문잡지로 영향력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 잡지입니다.

 

 

 

2. 그렇다면 테스트 결과는 사실인가?

 

요즘 세상이 어떤데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만은... 아우토짜이퉁에서의 결과는 두 곳의 결과와는 달랐습니다. 우선, 어떤 차종들이 테스트 대상이었는가를 보도록 하죠.

 

아우토빌트

혼다 재즈

 

 

시트로엥 C3 피카소

 

르노 그랜드 모두스

 

닛산 큐브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

스코다 룸스터

 

사진에서 보이는 스코다 룸스터와 시트로엥 피카소

 

 

아우토짜이퉁

 

마지막으로 아우토짜이퉁은 역시 스코다 룸스터, 닛산 큐브 그리고 시트로엥 피카소와 함께 미니밴(MPV)부분으로 분류돼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테스트 결과는...

 

                                 아우토빌트에서 1위 : 기아 벤가

                                 아우토모토~     1위 : 기아 벤가

                                 아우토짜이퉁의 1위 : 스코다 룸스터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아우토짜이퉁에서는 1위가 스코다였습니다. 특히, 스코다 룸스터를 포함시킨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와 아우토짜이퉁과의 결과가 달리 나온 것은 테스트 주체인 자동차 전문가들의  주관적 판단의 차이가 아닐까요?

 

즉, 이 비교테스트 혹은 비교시승기의 결과가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조적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차량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기아 벤가는 처음 나올 때부터 디자인상을 받는 등 관심을 끌었고, 저 역시 이 모델이 독일 잡지들의 반응이나 네티즌들의 호응도에 비춰, 괜찮은 결과를 갖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아의 전략형 모델인 씨드를 넘어설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반응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꼬~~~옥 언급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 벤가에 대한 어떤 점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우리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는데요...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는 인터넷판이 아닌 잡지에만 이 내용을 실었고, 아우토빌트는 인터넷판과 잡지에 동시에 이 내용을 다뤘지만 구체적인 평가항목들은 역시 잡지에서만 공개를 했습니다. 때문에 아우토짜이퉁만의 구체적 자료를 가지고 설명을 드릴 수밖에 없음을 양해바랍니다. (잡지 다 사라구요? ㅡㅡ;;)

 

 

 

3. 내용 분석

 

테스트 항목은 크게 5가지로 나눕니다. 차체/ 안락함/ 엔진 및 기어/ 주행성능/ 환경 및 가격.

 

이 항목은 어느 잡지나 거의 다 동일하게 적용되고, 각 항목별로 있는 세부사항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항목들 한 번 보실까요?

 

차체

 

앞좌석/ 뒷좌석/ 다양성/ 안전성 등등...세부항목들의 점수를 합산한 점수가 아래 붉은 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룸스터와 벤가의 점수차가 보이실 겁니다. 반면에 시트로엥과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 역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안락함(주행편의)

 

좌석편의성/ 인체공학성/ 미션스프링/ 실내편의장치 등등...

 

역시 룸스터가 앞서 나갔고, 벤가와 시트로엥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엔진 및 기어

 

가속력/ 연비 등등..

이 부분에서 벤가가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배점이 가장 높은(335점) 연비 부분에서 닛산은 거의 꽝 수준으로 나왔구요. 가속력 부분에서 벤가(102점)가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확실히 현대기아차의 엔진에 대한 연구는 성과를 내는 듯 보입니다만, 그 엔진에 대한 평가가 다른 부정적 요소들로 인해 내수고객들에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건 고객을 탓할 게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부족과 서비스 불만족의 결과겠죠.)

 

 

주행성능

 

조향성/ 핸들작동성/ 곡선주행/제동력/주행안전성 등등...

벤가가 브레이크 성능에서 약간 앞서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룸스터와 피카소에 뒤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환경 및 가격

 

마지막으로 환경과 차량 가격부분인데요. 제가 상당한 점수차로 벤가가 앞서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특히 붉은색 밑줄로 그어진 차량 기본가격의 배점이 650점으로 가장 높은 가운데 벤가가 312점을 받았고, 파란색 밑줄 그어진 개런티 부분에서도 월등하게 높은 점수를 얻은 게 보이실 겁니다.

 

이런 항목들을 종합한 점수와 순위가 아래에 붉은 색으로 표시가 되어있는데요.

다른 두 곳의 잡지(아우토빌트,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에서도 공통적으로 높은 점수를 준 것이 가격과 개런티 부분이었습니다.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는 인터넷판에서 벤가만을 시승한 내용을 따로 올린 것이 있어 그것을 기초로했습니다.)

 

즉, 차의 5가지 기능 중에서 벤가는 특히 가격과 개런티에서 얻은 높은 점수가 순위가 매겨지는 것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임이 확인됐습니다.

 

 

 

4. 결론

 

벤가는 좋은 차, 많이 팔릴 차가 될 것입니다. 기아의 전략형 모델로 이번에 상당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장밋빛 기사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아우토모토운트스포트에서 조사한 설문내용- 벤가가 맘에 드냐는 질문에 629명의 참가자들 중 86%가 맘에 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7년 개런티를 유럽에서 실시하는 기아의 마케팅과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등이 이번 결과의 주요 요소가 되어버린 듯해서 약간은 씁쓸한 맛이 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엔진이나 기어부분에서 좋은 점수가 있긴 했지만 그밖의 기능들에서는 그닥 변별력을 갖지 못한 채, 저가공세와 파격적 개런티 제도에(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부분) 상당부분 의존한 결과를 기아가 자사 이미지 재고에 이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들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벤가의 판매결과에 따른 평가를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했더라면 좀 나은 홍보마케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틀린 걸까요?

가격 비교 하지만 이 판매가 보다 딜러망을 통하면서 좀 더 저렴하게 (평균 1,500유로 이상) 구매가 가능합니다. 어떤 차들이든 다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참고로, 이 차는 체코 공장(독일의 아우토빌트와 그 외의 몇 개 언론에서 벤가의 제작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제작한다고 다뤘으나 또다른 언론들은 체코현대공장에서 혼류생산 되는 것으로 밝혔더군요. 독일 언론에 기초해 처음에 슬로바키아 기아 공장이라고 기술했던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정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에서 만들어집니다. 즉, 유럽연합의 생산차인 거죠. 따라서 한국에서 팔릴려면 수입차로 들어가던가 한국 기아공장에서 따로 라인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노조 문제나 씨드의 예를 봐서도 웬만한 벤가 광풍이 국내에서 불지 않는 이상 들어가긴 어려울 듯 보입니다...따라서 이런 기사를 보는 벤가와 전혀 무관한 한국의 독자들은 기아에 대한 박수에 앞서, 왜 한국 내수에서 저런 차가 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왜 나는!! 저런 파격적 마케팅을 불구경하듯 볼 수밖에 없는가로...심히 불편해할 것입니다. (자동차 관계자 여러부운~ 정말 고생들 하겠지만 이런 마케팅 펼칠 요즘은 아닌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