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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왜 쉐보레 임팔라에는 머리보호대가 없을까


미국에서 오랜 세월동안 판매되어 온 쉐보레 임팔라가 한국 고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준대형급 수입 세단을 국산차 가격과 A/S로 접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도 크다고 하겠는데요. 일단 언론 시승기와 시승동영상 등에선 디자인이나 디테일 등에서 좋고 나쁨이 갈리는 부분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더 많은 정보들이 나오며 소비자들의 판단을 도울 것입니다.


임팔라 / 사진=쉐보레


익숙한 뒷좌석, 그러나 잘못된 구조

오늘 저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이 차를 언급하려 합니다. 어쩌면 여태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익숙한, 하지만 분명 뭔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 싶은 부분인데요. 일단 사진을 한 장 보여드릴 테니 제가 뭘 얘기하려 하는지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임팔라 뒷좌석 / 사진 쉐보레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임팔라의 2열 모습입니다. 좌우 좌석은 물론 중앙 좌석에도 3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돼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보호대(헤드레스트)가 2열 중앙좌석에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분명 임팔라는 미국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5인승으로 되어 있는 차입니다. 안전벨트까지 3점식을 적용했음에도 사고 시 목과 머리를 보호해야 하는 머리보호대가 없는 게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동급의 다른 차량도 그런지 한 번 찾아 봤습니다. 


SM7 실내 / 사진=르노삼성

그랜저 실내 / 사진=현대

르노삼성의 SM7도 2열 중앙좌석에 머리보호대가 없었습니다. 반면 현대 그랜저는 머리보호대가 있었고 같은 플랫폼을 쓰는 기아 K7에도 달려 있었습니다. 좀 더 확인 범위를 넓혀 봤습니다. 쉐보레의 경우 임팔라뿐만 아니라 크루즈, 신형 스파크에도 2열 중앙좌석의 머리보호대가 없었고 유일하게 아베오만이 2열 중앙좌석 머리보호대가 달려 있었습니다. 르노삼성의 경우 SM5와 SM3 등 세단 라인업 모두 2열 중앙석에는 머리보호대가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현대는 YF쏘나타까지는 머리보호대가 없었지만 이후 나온 LF쏘나타부터는 달려 나오고 있고 그 외 요즘 판매되고 있는 아반떼와 소형급 엑센트에도 2열 중앙석의 헤드레스트가 있었습니다. 얘기하고 나니 마치 제가 현대차를 옹호하는 것쯤으로 이해할 분들이 계실 거 같은데요. 그간 머리보호대 문제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스타렉스가 탑승자에게 위험한 3가지 이유>, <우리나라 경차들은 왜 5인승일까요?>, <택시 머리보호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등의 글을 통해 현대차 등이 집중 비판의 대상이 됐었습니다. 그러니 왜곡없이 소비자 관점에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머리보호대 규정이 없다?

이처럼 머리보호대가 브랜드에 따라 있고 없고 한 것은 명확하게 머리보호대 장착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좌석 등받이 높이 제한 규정이 있는 것이 전부인데요. 북미와 한국 등과 달리 유럽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들은 좌석수에 맞게 모두 머리보호대가 달려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유럽의 경우도 모든 나라가 머리보호대 규정을 둔 것은 아닙니다. 몇몇 나라에서 머리보호대 규정을 두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디에선 머리보호대를 빼고 어느 나라엔 적용하는 등, 차별을 두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결국 유럽 전역에서 머리보호대가 장착된 차량이 판매되게 됐습니다.


실제로 르노삼성이 만든 SM5의 경우 한국에서는 머리보호대가 없지만 유럽에서 르노 라티튜드라는 이름으로 팔릴 땐 머리보호대가 2열 중앙석에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또 지금은 철수를 했지만 쉐보레 역시 스파크를 판매할 때 유럽에선 머리보호대가 2열 중앙석에 있었지만 한국 등에선 5인승임에도 빠져 있었습니다. 물론 얼마 전까지 현대차도 구분됐었습니다.


르노 라티튜드 실내 / 사진=르노

과거 유럽과 북미로 나뉜 정책을 썼던 포드 역시 '원포드' 정책을 쓰면서 퓨전(유럽명 몬데오)은 머리보호대가 2열 중앙에 장착되어 있지만 유럽에서 판매가 안되는 임팔라 경쟁 모델 타우러스는 2열 중앙석 머리보호대가 있는 듯 마는 듯 애매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역시 임팔라 경쟁모델인 크라이슬러 300C의 경우는 머리보호대가 명확하게 달려 있음) 결국 머리보호대를 법으로 정한 유럽의 일부 국가 덕(?)에 유럽인들은 보다 안전한 차를 타고 있고 있는 것이죠. 


머리보호대에 대한 국제 표준화 작업 필요

소비자들도 그냥 넘기지 말고 따져야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머리보호대를 달고 팔고 있지만 현지 생산에선 머리보호대를 빼버린 경우인데요. 제가 확인한 것을 기준으로 폴크스바겐 폴로 등이 그렇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팔리는 폴로는 유럽과 우리나라 등에서 팔리는 것과는 달리 2열 중앙좌석에 머리보호대가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2열 모두 2점식 벨트) 현지 딜러들의 요구에 따른 차별화 작업, 혹은 원가절감을 위한 정책 등이라고 설명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해당 지역에 이에 대한 규제가 없고 소비자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차별화가 가능하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머리보호대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동일한 국제 기준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게 안된다면 소비자들이 나서 차량을 구매할 때 이런 부분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언론들도 관심을 갖고 제조사와 정부를 압박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팔라나 SM7급에서 2열 중앙석에 머리보호대가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별 생각없이 이런 차량들을 소비해 왔죠.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래선 안된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안전에는 타협이 없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