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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어머니를 위한 자동차를 사야 한다면...


정확히 언제쯤인지 기억은 없지만 독일의 자동차 잡지를 읽다 재미난 기획기사 하나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에디터들에게 각각 자신의 어머니에게 맞는 차를 고르고 그 이유를 적게 한 것이죠. 대체로 작은 차들을 꼽았습니다. 어떤 에디터는 스마트 포투를, 어떤 에디터는 전기차 BMW i3를, 또 어떤 에디터는 지프 레니게이드 같은 소형 SUV를 선택하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오펠의 소형 SUV 모카도 선택이 되었군요. 모든 면에서 어머니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라며 골프를 고른 이, 가격이 저렴하면서 넉넉한 공간에 좋은 사양을 선택할 수 있는 현대 iX20과 미니밴 BMW 2시리즈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을 보면서 저도 한 번 고민을 해봤습니다. '만약 내 어머니를 위해 차를 고른다면 어떤 선택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 어머니는 건강하게 사시는 분이시지만 70이 넘으신 데다 무엇보다 면허증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만약'이라고 가정을 해보았습니다. 어머니를 잘 알고 있는 아들 입장에서 어떤 게 어울릴지 생각을 하다 보니 따지게 되는 게 제법 되더군요. 그래서 이왕 하는 거, 여러분과 함께 해보려 합니다. 여러분 각자 어머니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어머님이 아니면 아버님도 좋습니다. 각자의 입장에 맞게 대상을 선택하신 후 (가급적이면 나이가 있고, 그리고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상이어야 합니다) 어떤 차를 골라 드릴지 결정하신 후 댓글로 선정 차종과 이유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뭐 이왕하는 거, 댓글을 달아주신 분 중 두 분을 뽑아 저의 책 <할로 아우토반>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구매를 하신 분들께는 죄송하게 됐지만 혹 한 권 더 원하신다면 도전을 하셔도 좋겠고, 다른 이를 위해 선물을 하셔도 좋을 거 같네요. 책이 필요 없다 하신 분들도 댓글 참여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의도는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의견들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선정된 분들께는 제가 메일을 보낼 수 있어야 하니까 월요일 포스팅 때 발표된 결과를 보시고 비밀 댓글로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어머니를 위해 어떤 차를 선택할지, 어떻게 차를 구성할지,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차의 종류와 크기

가장 먼저 고민할 것은 어느 정도 크기의 자동차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자동차이어야 하는가일 겁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담한 키에 비교적 마른 체형을 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큰 차 보다는 준중형급(C세그먼트)이하가 어울려 보이네요. 하지만 손주들도 가끔 태워야 하고 또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태울 일도 있기 때문에 5명이 큰 불편없이 앉을 수 있는 준중형과 소형급이 어울릴 듯합니다. 물론 안전성도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겠죠. 다만 지상고가 낮은 경우 타고 내릴 때 관절이나 허리 등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타고 내리기 편한 SUV나 미니밴 등도 고려해야겠습니다. 


오펠 메리바 뒷좌석 모습 / 사진=OPEL


2. 가솔린이냐 디젤이냐

어머니는 장거리 운전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또 하신다 해도 제가 말릴 겁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1년을 기준으로 볼 때 주행거리는 짧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관리하기 상대적으로 어렵고 구매비용이 더 드는 디젤차 보다는 가솔린 엔진을 선택하겠습니다. 마력은 100~120마력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을 겁니다.


3. 생활

자주 다니시는 곳이 병원, 마트, 교회 그리고 손주들이 사는 딸네입니다. 용기를 내신다면 1시간 정도 거리에 살고 있는 여동생, 그러니까 제겐 이모네가 되겠죠? 그곳을 방문하는 정도가 될 겁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셔도 많지 않을 테니 왜건은 필요없을 테고, 또 탁 트인 개방감이 운전 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세단 보다는 지상고가 높은 미니밴이나 소형 SUV가 좋겠단 생각이 드는군요. 


4. 옵션 선택

여름과 겨울 기온차가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를 생각해 21~23도 정도로 실내 온도를 맞춰놓고 다닐 수 있는 풀오토에어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온도에 민감하시니 여름엔 통풍이 되고 겨울엔 난방이 되는 시트를 옵션으로 넣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주차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전후방 카메라가 있어야겠는데요. 주차도움 시스템까지는 필요하지 않길 바랍니다. 또 길 찾기를 대비해 내비게이션과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사각 경고시스템, 그리고 특히 골목길 등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반응하기 어려우니 볼보 등에 적용된 시티세이프티와 같은 사고 예방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값이 좀 오르겠네요;;)


사진=볼보


5. 최종 선택

끝으로 스타일도 어느 정도는 고려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너무 튀지 않은 생김새면 좋겠지만 색상의 경우 되레 밝은 원색으로 해드리고 싶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일수록 옷도 밝은 계열로 입는 게 좋듯 차도 그랬으면 합니다.그래서 저는 오펠의 메리바 정도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왜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는 오펠 메리바냐고요? 미니밴으로서 전장 4미터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아담한 차는 한국에 메르세데스 B클래스,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그리고 그 보다 조금 더 큰 카렌스 정도인데요. 카렌스는 운전해보고 실망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어머니껜 1열 공간이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벤츠와 BMW는 다소 부담이 되는 가격과 고급 브랜드라는 점이 망설이게 했습니다.(물론 선정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선택할 수 없는 브랜드를 고른 이유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니밴을 고른 이유는, SUV의 승차감 보다는 그래도 아직은 미니밴의 승차감이 낫고, 어머니 이미지와도 어느 정도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펠 메리바 정도면 내구성과 충돌 안전성도 괜찮은 편이고 크기나 성능도 딱 어머니께 어울릴 수준입니다. 옵션이 문제인데, 2017년에 나올 3세대엔 제가 바라는 사양들을 다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오펠 메리바 / 사진=오펠

막상 선택을 하고 보니 어머니를 위한 차는 모든 것이 안전과 안락함,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게 됐군요. 개인의 취향과 생활 방식의 차이에 따라 다른 선택들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또한 저와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처럼 누군가 대상을 구체화한 후 자동차를 고르게 된다면 분명 그 대상에 따라 선택지는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어떤 대상이 됐든, 그를 위해 안전한 차를 고른다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겠죠. 자동차 만드는 분들도 모두 내 부모, 내 아내, 내 동생이 타는 차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만들고 계시겠죠? 그러리라 믿고, 이제 여러분의 선택을 기다리겠습니다. 많은 참여 바라겠습니다.


이 책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