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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3시리즈 대항마 내놓겠다는 현대의 두 가지 고민


작년 초 현대차 북미법인의 데이브 주코브스키 대표는 해외 자동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RK’라는 프로젝트명의 고급 콤팩트 세단을 현대가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1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뒷바퀴 굴림형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이 급에서 뒷바퀴 굴림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BMW 3시리즈나 메르세데스 C클래스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가 내놓을 콤팩트 후륜 모델은 BMW 3시리즈에 거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니다. 고급 콤팩트 세단에서는 3시리즈 만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모델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현대의 ‘RK’ 프로젝트는 갑자기 뚝딱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중형 이하의 뒷바퀴 고급 모델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기술력 면에서도 그간 차이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지부진 계획은 계획으로만 머물러 있었죠.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현대차는 프리미엄 전략을 세워 그에 맞는 차종들을 내놓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고, 그에 따라 신형 제네시스 그리고 쏘나타 터보 등을 선보이며 기술적으로 한 단계 발전한 것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급의 후륜 콤팩트 세단을 내놓았을 때 과연 이 모델이 전통적인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마크/사진=현대차



‘콤팩트 후륜, 생각보다 어렵네’

현대차의 뒷바퀴 굴림은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될 에쿠스, 그리고 준대형 제네시스, 이렇게 두 개의 모델이 있습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모두 나름 기술적 발전을 보이며 고급 라인업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자평하고 있지만 콤팩트 세단에 후륜을 적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현대가 요즘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긴 세월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 잡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2016년으로 얘기됐던 콤팩트 후륜 출시는 적어도 1년 정도 더 늦춰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이게 또 걱정거리인 것이, 현대가 3시리즈를 겨냥해 괜찮은 차를 내놓는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게 될 신형 3시리즈로 인해 다시 기술 격차는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현대가 당장 수준급의 콤팩트 후륜 세단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을뿐더러 전통 강자들이 신차를 통해 보여줄 기술력과의 차이를 줄이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기술적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대라는 브랜드 가치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브랜드입니다. 어찌어찌 해서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한 모델을 내놓는다고 해도 과연 현대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들과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기술력의 차이 보다 더 큰 브랜드 가치의 차이를 현대가 어떻게 극복할지, 이게 사실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내부적으로 백지화시킨 상태에서 현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급 모델들, 그러니까 후륜 라인업을 모아 별도로 관리하는 것 정도가 우선 될 수 있겠는데요. 에쿠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겠다는 계획도 이런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소비자들 인식 깊이 뿌리 내린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내수는 물론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위기의 현대 입장에서는 기술력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리고, 고객들의 날선 비판을 응원으로 바꾸기 위한 보다 본질적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현상유지에 급급해 한다면 3시리즈가 누리는 영광을 나누겠다는 현대의 목표는 잡히지 않는 신기루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고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현대차의 문화 자체를 뒤엎는 결단만이 3시리즈와 제대로 된 경쟁을 그나마 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