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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바뀐 곳은 어디?' 자동차 페이스리프트의 속사정


페이스리프트(Facelift)는 원래 주름살 제거 수술을 의미하는 단어였죠. 이것이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부분적으로 스타일이 바뀐 차를 뜻하게 됐습니다. 보통 페이스리프트 차량이라고 한다면 헤드램프, 후방램프, 그릴이나 범퍼, 거기에 안개등 위치나 디자인 정도가 변한 것을 말하죠. 실내의 경우 기존 모델에는 없던 소재로 효과를 좀 낸다든지, 아니면 구조를 바꾼다든지 하면 충분했습니다.  


사진 <상> 기존 3시리즈. 사진<하> 페이스리프트된 3시리즈 / 사진=BMW

3시리즈 사진을 나란히 놓아 봤는데요. 위에 것은 기존의 3시리즈. 아래 것은 최근 페이스리프트된 3시리즈입니다. 이번 3시리즈는 숨은 그림 찾기 수준의 미세한 변화만 줬습니다. 길거리에서 나란히 지나가면 그냥 3시리즈 가나 보다 할 겁니다. 대신 외모에 대한 변화 보다는 기존에 없던 3기통 엔진을 처음 얹고, 전체적으로 마력과 토크를 조금 높이는 등, 구동계 쪽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가 하면 경쟁 브랜드 아우디의 A6은 조금 더 발전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습니다.



사진 <상> 기존 아우디 A6, 사진 <하> 페이스리프트된 아우디 A6 / 사진=아우디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LED 주간등 디자인의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화려했던 전 모델에 비해 심플하고 좀 더 강한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또 싱글 프레임 그릴도 약간 달라졌고 범퍼의 모양새도 조금 더 강한 느낌을 줍니다. 엔진도 기존 보다는 미세하게나마 업그레이드가 됐으니, 스타일과 동력계 모두에 변화를 줬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역시 그게 그거 같을 겁니다. 3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실내 변화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페이스리프트는 또 어떤가요?



사진<좌>기존 1시리즈. 사진<우>페이스리프트된 1시리즈 / 사진=BMW

BMW 답지 않게(?)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전 모델과 비교해 스타일에서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높았던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인상이 강해졌는데요. 1시리즈와는 다른,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상> 시트로엥 DS3. 사진 <하> DS3 / 사진=시트로엥

얼핏보면 이 자동차 역시 어디가 바뀐 건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은데요. 시트로엥이 내놓은 고성능 소형 모델 DS3입니다. 2010년에 처음 선보여 디자인에서 특히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니와 경쟁할 수 있는 독특한 미감과 성능을 보여줬는데요. 이 모델이 작년에 페이스리프트가 되었는데 스타일은 램프 약간 외엔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시트로엥 DS3'가 아닌 그냥 'DS3'로 재출시됐다는 점이겠죠.


시트로엥이 DS를 독자적 브랜드로 따로 떼어낸 건데요. 도요타가 렉서스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든 것과 같은 전략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이런 경우는 디자인 변화 보다는 경영전략의 페이스리프트였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위에 소개해드린 경우들 보다 큰 폭의 페이스리프트를 한 자동차도 최근 선을 보였습니다. 



피아트500/사진=피아트

이렇게 생겼던 피아트500이,


피아트500 부분변경 모델 / 사진=피아트

이렇게 바뀐 거죠.


피아트500은 2007년에 처음 나온 모델이니까 8년 만에 부분변경을 한 게 됩니다. 8년이면 거의 세대교체를 해야 할 정도의 시간이지만 워낙 아이코닉 카로 상징성이 강해 쉽게 디자인에 손을 못 대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실 말이 부분변경이지 이번 모델은 세대 교체라 해도 될 수준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LED 주간등을 새롭게 적용했고, 실내의 경우 커넥티드 카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유커넥트'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또 엔진도 기존 보다 두 가지가 더 적용이 돼 선택의 폭을 넓히기까지 했습니다. 


갈수록 변화폭 적은 이유는 돈 때문?

대략적인 페이스리프트의 경우들을 보셨는데요. 이처럼 부분변경을 단행하는 자동차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변화의 폭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 최근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왜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 걸까요? 최근 독일 일간지 <디벨트>에는 페이스리프트가 예전과 같지 않은 이유를 전문가들 입을 빌려 전했는데, 결론은 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없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 있니다. 그 중 하나는 커넥티드 카로의 전화, 그리고 또 하나는 이산화탄소 감축입니다. 커넥티드 카라는 것은 자동차가 인터넷 등과 연결돼 첨단화 되는 것을 말합니다. 첨단 내비게이션이 레이다, 카메라 등과 연계돼 안전한 주행을 돕는 각 종 주행보조 장치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재미와 편의를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급의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죠. 여기엔 스마트폰과의 연동은 물론 전용 앱 개발, 또 도로 교통망이나 다른 자동차와의 실시간 교통 정보를 교환하는 첨단 기술들까지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도 이런 흐름 중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죠.


한 마디로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사물인터넷, 굴러다니는 교통상황센터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IT 업체들까지 참여해 자동차의 이런 변화에 맞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첨단화 경쟁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 회사들이 디자인 보다는 전자 기능을 새롭게 부여하는 것으로 페이스리프트를 고려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페이스리프트된 피아트500에 새롭게 적용된 커넥티드 카 시스템인 '유커넥트' / 사진=피아트


특히 요즘 가장 염려되는 보안문제로 인해 이와 관련한 투자가 새롭게 이뤄지고 있어 이래저래 자동차 회사들은 디자인 변경에 뜨는 비용을 최소화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페이스리프트의 변화폭이 적은 이유는 이산화탄소 감축과 관련한 엄청난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입니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회장 마르틴 빈터코른이 그런 얘기를 했죠. "이산화탄소 감축은 엄청나게 비싼 이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유럽은 2021년부터는 브랜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5g/km를 넘어가면 안됩니다. 초과되는 양만큼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어야 하죠. 따라서 매 년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야 합니다. 유럽에서 평균 1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드는 비용이 1억 유로(한화 1250억) 정도가 된다고 하니까 얼마나 많은 비용이 앞으로 투자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디터 체체 다임러 회장도 1년에 다임러가 60억 유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7조 5천 억 이상을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데 그 절반이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에 쓰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커넥티드 카로의 전화과 이산화탄소 감축 등의 핵심 이슈에 돈을 퍼붓다 보니 디자인 변화를 위한 비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페이스리프트가 디자인 쪽 보다는 기능 확대와 친환경 강화 쪽에서 그 의미를 더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요즘 많은 차들의 세대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페이스리프트의 의미를 축소케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새 차 나오고 5년 안에 다음 세대로 바뀌는 경우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죠. 이렇게 주기가 짧은 차들은 부분변경이 의미가 없을 뿐더러 세대 교체 주기를 비교적 오래 가지고 가는 다른 브랜드들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를 언급한다면 고급 브랜드일수록 부분변경의 폭이 크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새롭게 출시된 포르쉐 911을 사서 즐겁게 타고 다니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급격한 변화를 맞은 페이스리프트된 911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장 내 차의 중고차 가치 하락은 물론 포르쉐에 대한 재구매 의사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급 브랜드, 유명 모델들일수록 중간 변화의 폭은 크지 않습니다.


정리해보면 '갈수록 페이스리프트되는 자동차들의 변화폭이 작아지고 있다. 대신 여기에 들어갈 돈을 IT 개발과 이산화탄소 감축에 쏟고 있다. 또 전략적인 차원에서 페이스리프트를 최소화 하기도 한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어디가 바뀐 거야?" 라고 부분변경된 차를 보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어떤 첨단 기능이 들어갔고, 이산화탄소 감축(연비와 밀접함)은 얼마나 이뤄진 거지?" 라고 물어야 되지 않겠나 싶네요. 시대가 또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좀 길게, 그리고 편하게 글을 쓰고 싶어 이곳 스케치북다이어리에만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