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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피터 슈라이어, "SUV 쿠페는 주어진 숙제"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사장이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에서 SUV 쿠페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페터 슈라이어 현대차 그룹 최고 디자인 책임자 / 사진=현대차

최근 페터 슈라이어는 유럽에 공식적으로 수입돼 판매가 시작된 올 뉴 투산의 홍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독일의 양대 자동차 매체인 아우토빌트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등과 인터뷰를 하고, 또 직접 기자를 태우고 차에 대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 등의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아직 본격적인 비교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여러 매체들이 올린 시승기를 보면 현재까지 전 모델인 iX35 보다 여러 면에서 나아졌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입니다. 이런 긍정적 분위기 속에 아우토빌트와 인터뷰에서 페터 슈라이어는 SUV에 대한 이야기들을 몇 가지 전했습니다.


현대 올 뉴 투산 / 사진=현대차



기아 디자인은 당구공, 현대 디자인은 조약돌?

우선 신형 투산을 타 본 아우토빌트 기자는 몇 부분에서 기아 스포티지와 닮은 점이 느껴졌다면서 이에 동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페터 슈라이어는 당연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기아의 디자인은 당구공 같아야 하고, 현대의 디자인은 조약돌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상당히 은유적이죠?


기아차 디자인이 당구공 같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심플함이 기아의 디자인 방향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 그와 달리 조약돌 같다고 한 것은 흐르는 물에 의해 돌멩이가 자연스럽게 깎여나간 것 같은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페터 슈라이어가 직접 덧붙였습니다. 어려운 용어 써가며 이야기하는 것 보다 소비자에겐 이런 식의 설명이 이해를 돕는 데 더 좋아 보입니다.


SUV 인기 속 소형 SUV 출시는 언제쯤?

페터 슈라이어 사장은 SUV가 잠깐의 유행이 될 거라고 보냐는 질문에 계속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탁 트인 개방감으로 인해 시인성이 좋고, 공간이 넓은 것을 그는 SUV 장점으로 꼽았는데요. 더 많은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연비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유럽과 북미, 아시아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지역에서 SUV가 인기가 있는데, SUV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거냐는 질문에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며 유니크함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아우토빌트 기자는 페터 슈라이어가 B세그먼트급 소형 SUV가 요즘 가장 역동적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번에 인도시장을 겨냥해 크레타를 내놓았는데 그 것이 유럽에는 안 들어오냐고 물었고, "크레타는 클래식한 SUV라인을 갖고 있다. 마치 짐꾼의 마차 같다고나 할까? (유럽 시장을 위한) 좀 더 모던한 멋이 필요한데, 그건 곧 올 것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현대 소형 SUV 크레타/ 사진=현대차


중국에서 iX25, 인도에서는 크레타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두 모델은 지역의 특색에 맞게 조금씩 옵션이나 차량 기본 조율을 달리한 것을 빼면 같은 플랫폼에서 나온 동일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시장, 또는 한국 시장에 나오게 될 소형 SUV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되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써 내놓게 되는 것은 아닌지,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쉐보레 트랙스가 소형 SUV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뒤를 이어 르노삼성이 수입해 온 QM3, 그리고 최근에 나온 티볼리까지 현대와 기아를 제외하면 모두 B세그먼트 SUV를 출시한 상태입니다. 오히려 현대차그룹은 늦은감이 있는데요.  좋게 보면 여유겠고 비판적으로 보자면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대차 관계자가 폴크스바겐이 폴로를 기반으로 한 SUV를 내년에 내놓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이게 일종의 가늠자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요즘 SUV의 불편한 시야는 해소돼야 할 문제

SUV 컨버터블 보다는 당장은 SUV 쿠페가 해야 할 숙제

페터 슈라이어에게 아우토빌트는 비판적 질문 한 가지를 했습니다. 요즘 SUV가 점점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그는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다. 우리는 이제 뭔가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나도 (SUV) 운전할 때 그게 짜증난다. 뒤가 더 잘 보이는 그런 차를 디자인하고 싶다."


디자인 책임자가 마치 남의 얘기하듯 답을 하는 게 책임 회피용인지 아니면 그의 의도가 반영이 안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그의 바람대로 디자인이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지 지켜 봐야겠습니다.


끝으로 자동차의 새로운 경향 중 하나인 이종교배식 차종 개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SUV와 카브리오 조합을 더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죠. 페터 슈라이어는 한 발 더 나아가 SUV와 카브리오 조합 등, 그 이상의 더 많은 새로운 형태의 SUV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SUV의 높은 좌석과 카브리오의 만남이 컨버터블 스포츠카 보다 오히려 낫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닛산이 최초로 무라노 컨버터블을 공개한 후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레인지 로버 이보크 역시 내년 출시를 목표로 지금 한창 컨버터블 모델이 테스트 중에 있죠.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어색한 느낌이지만, 컨버터블 SUV라는 새로운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게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페터 슈라이어의 컨버터블 SUV 발언이 끝나자 현대도 그런 계획이 있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졌고 페터 슈라이어는 "아니다. 그것 보다는 지금 우리에겐(디자인팀) 풀어야만 하는 숙제가 있다. SUV 쿠페 같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가 '해야만 한다'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서 현대가 벤츠나 BMW처럼 SUV 쿠페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이 되는데요. 비록 실용적 SUV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과는 다른 숙제가 책상 위에 놓여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SUV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제대로 숙제를 끝마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