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공포증'이란 말 들어 보셨나요? 운전을 하기 전이나 운전을 하는 중에 느끼는 공포감을 이야기하는데요. 이마에 식은땀이 나고, 심장은 쿵쾅거리고, 운전대를 쥔 손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땀이 가득차게 되죠.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운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아예 면허 따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 그리고 교통사고를 당한 뒤, 또는 자동차와 관련한 정신적 충격을 겪고 난 후에 느끼는 공포증 등입니다.
독일의 연방교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던 환자들 중 1/4 정도가 심리적으로도 큰 충격을 경험할 수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기관인 독일 도로안전 위원회(DVR)의 한 전문가도 운전공포증이 광장공포증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터널을 통과할 때, 또는 다리를 지나거나 날씨가 매우 안 좋은 경우, 심지어 잘 모르는 도시에서 운전을 하게 될 때도 운전공포증이 생기거나 심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즐겁고 쾌적해야 할 운전이 어쩌다 이렇게 공포가 되어 버렸을까요?
▶운전공포증 느끼는 독일인들 100만명
독일운전자클럽 아데아체(ADAC)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 증상으로 드러나는 수준의 운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의 수가 백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죠? 우리나라 또한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봐도 운전공포증을 호소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오는 분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질문 : "제가 운전만 하려고 하면 심장이 뛰고 겁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답 : "하하하 저도 운전 경력 20년입니다만 늘 운전이 두렵네요. 운전을 절대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항상 겸손하게 안전운전 하세요~"
이런식의 질문과 대답을 본 적이 있는데,하나마나한 대답같군요. 병리적 문제를 묘하게 자랑하는 듯 덕담식으로 포장해 대답을 해주는 게 정말 답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이 문제에 대한 독일과 우리의 접근방법을 비교해 봤는데 다소 차이가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운전공포증 전문 운전학원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독일에는 운전공포증을 느끼는 운전자를 위한 전문 학원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베를린, 퀼른, 함부르크 등에서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20년 째 공포증 운전자들만을 위한 학원을 운영 중인 프랑크 뮐러(71)라는 분은 이 분야에서 상당히 잘 알려진 사람으로, 몇 년 전에 관련한 책도 출판을 했었더군요.
또 심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여성 운전학원 강사, 아예 심리학자가 운전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운전학원 강사 자격을 취득한 경우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아데아체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지부에서는 운전공포증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들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이자 면허학원 강사의 홈페이지 캡쳐 화면. 독일 전국을 돌며 운전공포증 치료를 하고 있음.
반면에 우리나라는 병원이나 심리치료센터 등에서 심리 치료가 주로 이뤄지는데 운전공포증만을 따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아마도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흔히 "독일이 확실히 자동차 선진국이라서..."라고 이런 경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나라 자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응이 굉장히 구체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동차에만 국한시켜 볼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여기서 프랑크 뮐러 씨의 이야기를 좀 들어 볼까요? "일단 내 자신이 운전을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 그래서 피해를 줄까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운전공포증을 경험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어쨌든 운전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거죠. "
뮐러 씨의 학원에는 공포증 극복을 위해 찾아오는 수강생만 매 월 10명 정도가 된다고 하는군요. 그 중에서도 면허를 따야 하는데 겁이 나서 찾아오는 수강생들 보다는, 이미 면허증이 있지만 사고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운전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 30대에서 50대 사이의 여성들이 다수라고 전했습니다. 남녀 성비를 보면 여성이 좀 더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어쨌든 운전공포증 해소를 위한 전문 운전학원이 있다는 게 낯설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그렇죠?
두 번째 차이라면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싶은데요. 독일에선 이런 운전공포증 관련한 심도 있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포증에 대한 기사들은 종종 볼 수 있지만 운전공포증을 따로 언급한 건 모 가수의 가십성 기사 외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자동차가 일상화된 나랍니다. 자동차로부터 뻗어나오는 여러 문화가 있고, 이에 대한 관심과 문제 제기 등이 좀 더 다양하게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운전공포증 극복을 위한 몇 가지 방법
앞서 잠깐 소개해드린 프랑크 뮐러 씨는 운전공포증을 일상 속에서 극복하는 몇 가지 방법을 독일의 언론을 통해 전해줬습니다.
*운전을 할 때 크게 이야기를 하라. 호흡에 도움이 되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좋은 경험의 순간들, 기쁜 추억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운전중 공포심을 제어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그리고 긴장된 근육 풀어주기.
*가능한한 혼자 운전하지 마라. 혼자 차에 머무는 시간도 줄여라. 본인이 믿는 사람과 동석하라. 그 사람이 관찰하게 하고 칭찬을 하게끔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두려움, 혹은 공포감이 패닉 상태까지 이어진다면 절대 혼자 해결하지 말고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뮐러 씨는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 학생들이 공포증으로 인해 실수하게 놔둡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고쳐주는 과정을 통해 인식시켜 줍니다.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해요. 편안하게 계속해서 운전 중에도 대화를 나누죠. 전체 교육 시간 중 절반은 이런 대화에 할애합니다.
100% 공포증에서 회복된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공포심이 일어날 때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저의 방향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습만이 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방법이고 이야기 같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곳을 통해 운전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고,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쌓여 보다 안전한 사회, 안전한 도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운전대 쥐는 게 두려운 분들, 너무 위축되지 말고 위에 언급된 방법들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즐겁게 운전하는 그 날까지 모두 화이팅입니다~
사진=a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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