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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신형 제네시스, 미국 딜러들은 어떻게 봤을까?

 

최근 들어 한국 자동차 시장은 두 가지의 신차로 인해 아주 화끈한 상황입니다. 르노삼성 QM3와 26일 론칭한 현대 제네시스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QM3는 이미 충분히 다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네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유럽에 있는 저의 입장에서 제네시스는 경험이 전무한 모델이에요. 해서 이 차에 대해 직접적인 제 생각을 전하는 건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낫겠다 싶었고, 과거 기아의 K9이 출시됐을 때가 좋은 예가 되지 않을가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미국과 호주 캐나다 그리고 독일, 이렇게 4개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했었는데요. 제네시스도 그렇게 내용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다만 이번엔 프랑스와 영국 쪽 반응까지 추가 될 예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아주 재밌는 제네시스 관련 소식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원래 처음에는 현지 언론 기사와 그 나라 네티즌들의 반응만 생각을 하고 몇몇 분들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미국 콜로라도에 거주 중인 롱버텀님께서 아주 재미난 아이디어를 하나 덧붙여 주셨어요.

 

"현대가 제네시스를 프리미엄급 모델들과 경쟁을 시키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프리미엄 메이커에서 일하고 있는 여기 딜러들에게 이 차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대답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 재밌겠다 생각을 했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답을 어제 받게 됐습니다. 고급 메이커에서 오래도록 영업을 해온 제너럴 매니저급의 딜러들이 본 제네시스, 과연 그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4가지 질문에 각각 대답을 해준 그들의 생각을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MW 영업점 제네럴 매니져>

 


Q : 현대 제네시스가 어떤 차인지 알고 있나?

A : 본 적은 있지만 어떤 클래스의 어떤 차인지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Q : (전문지에 실린 기사를 보여 주며) 디자인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말해 달라.

A : (한참 보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이 차 옆 라인은 완전히 우리 차를 따라한 것 같다. 앞쪽은 포드의 느낌을 받았다. 실내 디자인도 어딘지 모르게 많이 익숙한 느낌이다.

 

 

Q : 독일 3사를 비롯해 프리미엄 및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기사에 5시리즈 언급이 있는 걸 보고) 5시리즈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하고 싶은 대표적인 스포츠 중형세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가 그런 말한다는 걸 이상하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리미엄 차들과 대적하기엔 미국에서 현대가 가지고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약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차를 직접 몰아보기 전엔 섣부르게 판단을 하긴 그렇지만, 잡지(모터트랜드) 내용을 읽어 봐서는 그렇게 기대가 되지 않는 것 같다.

 

 

Q : 제네시스의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A : 난 올해로 자동차 세일즈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 많은 자동차 회사의 딜러를 거쳐 오면서 느낀 점이 한가지 있는데 바로 미국사람들 깊숙히 박혀 있는, 그리고 잘 변하지 않는 인식이다. 바로 각 브랜드의 이미지다. 미국인들 특성 상 그 인식이 한번 자리 잡으면 변화하는 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 경험으로 봐서 그런 이미지를 단기간에 깼던 브랜드는 렉서스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단순히 싸고 고장없던 차를 만들던 토요타의 렉서스가 미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럭셔리 브랜드보다 뛰어난 성능과 품질이었다. 물론 미국인을 위해 철저히 연구해 미국인이 원하는 포인트를 잡아낸 것도 중요 성공 요인이라 생각한다. 만약 현대가 진정으로 프리미엄 차들과 경쟁을 하려면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어 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브랜드는 기존의 현대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내 경험에 비춰 조심스레 말한다면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보다는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공략하는 게 어떨까 한다.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농담처럼 덧붙이며)현대로 맛보기 하고 우리 차들을 타보면 왜 BMW가 좋은 차인지를 알 수있지 않을까? (웃음)

 

제네시스 측면. 출처=indianautoblog.com

 

 

 

<재규어 랜드로버 지점 사장 & 제네럴 매니져>

 

Q : 현대 제네시스가 어떤 차인지 알고 있나?

A : 사장) 그런 차가 있었나?  (매니져)트레이드인 들어온 차를 한번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신형이 나왔다고?

 

 

Q : (미국 전문지 기사를 보여 주며) 디자인에 대한 당신들의 생각을 말해 달라.

A : (두 사람) 우리 차 비슷한 느낌이다. 후드는 XJ 같고 앞모습은 아우디 느낌, 뒷모습은 인피니티같다. 실내 디자인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다.

 

 

Q : 독일 3사를 비롯해 프리미엄 및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선 재규어 XF와 경쟁할 모델이라고 강조했음)


A : 매니져) 재규어가 독일 차들과 경쟁하며 그 사이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까지 살아 남아 있는 이유는 재규어만의 전통과 기술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90년대 초반에 XJ220라는 역사에 기록될 만한 수퍼카도 만들었고 지금도 C-X75 같은 차를 만들었다. 현대에게 묻고 싶다. 그들은 이 중 어떤 것을 가지고 있고 보여줬나? 

 

XF와 경쟁을 하고 싶다고 한다지만 프리미엄 차를 산다는 건 차만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같이 사는 것이다. 우리가 팔고 있는 레인지 로버를 봐라. 오프로드의 성능만 놓고 본다면 대안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레인지 로버를 꿈꾸고 구입한다. 신형이 나왔을 때도 시승은 물론 실차를 보지 않고도 주문을 한다. 이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다.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현대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시장을 뺏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가 이만큼 발전해온 것으로 봐서는 앞으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대와 별개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 어떤 시도도 결국은 VW의 페이튼처럼 될 것이다.

 

 

Q : 제네시스의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A : 매니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잘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직접 접해봐야 좀 더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것 같다.

 

C-X75 하이브리드 컨셉. 사진 = 재규어

 

 

 

<캐딜락 영업점 세일즈 매니져>

 

Q : 현대 제네시스가 어떤 차인지 알고 있나?

A : 알고 있다. 우리 고객 중 한명이 오래된 DTS를 트레이드 인(영업사원에게 자신의 차를 파는 것)하고 제네시스로 바꿔 타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신형이 나왔나?

 

 

Q : (미국 전문지 기사를 보여 주며) 디자인에 대한 당신들의 생각을 말해 달라.

A : 정확히 어떤 차다 말하기는 힘들지만 여러 브랜드의 차를 섞어 놓은 느낌이 든다. 그중에 기어봉은 우리 차로 말하면 XTS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괜찮다. 크게 불평할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Q : 독일 3사를 비롯해 프리미엄 및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CTS도 결국 경쟁 모델이지 않냐고 물었음)


A : 신형 CTS 타보지 않았느냐? 그 때 느낌 어땠나, 정말 차 많이 좋아졌다. GM이, 그리고 캐딜락이 정말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캐딜락은 그 나름대로 이제까지 쌓아온 기술과 이미지가 있다. 현대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자신들만의 기술로 경쟁해 나갈 능력과 이미지가 없다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얼마나 자기의 자리를 찾을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대가 진정 프리미엄 리그에 들어오고 싶다면 다른 고급 브랜드 하나를 독립시켜야 하겠고, 그에 따른 기술도 확보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조금 고급스러운 느낌의  풀사이즈 패밀리 대형세단 그 이상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선 그럴 것이라 본다.

 

 

Q : 제네시스의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A : 사진을 보면 잘 만들어진 차 같지만 제네시스가 속해 있는(프리미엄이 아닌 풀사이즈 패밀리 대형세단으로 생각하는 듯)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금 영역에서 팔리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포르쉐 영업점  제네럴 매니져>

 

Q : 현대 제네시스가 어떤 차인지 알고 있나?

A : 당연히 알고 있다. (이 딜러 그룹 내에 현대와 기아차 영업권도 가지고 있음) 근데 정말 말도 안되는 것 때문에 열을 좀 받았다. 어떻게 제네시스가 파나메라 보다 더 빠르고, 그래서 더 좋은 차라는 식으로 광고를 할 수 있지? 


 

Q : 디자인에 대한 당신들의 생각을 말해 달라.

A : 미안한 얘기지만 디자인이 죄다 어디서 가져다 붙인 것 같다. 이번 신형은 잘 모르지만 광고 보고 정말 어떤가 싶어 광고에 나온 제네시스 R-Spec을 타봤다.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기본기가 많이 부족했다. 그런 차가 파나메라를 언급하다니. (급 흥분함)

 

 

Q : 독일 3사를 비롯해 프리미엄 및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사실 우리 딜러 그룹에서 현대차를 팔고 있기 때문에 난 조금이라도 현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하지만 프리미엄 차들과는 아직도 기술력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자신들이 주도한 혁신적 기술이 뭐가 있었나. 그런 것들이 쌓여 고급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가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거다. 현대가 정말로 프리미엄이 되고 싶다면 토요타가 렉서스를, 닛산이 인피니티를, 혼다가 아큐라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듯, 현대도 그렇게 해야 한다.

 

 

Q :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A : 글쎄... 우리 딜러 그룹 내에 있는 현대이기에 잘 되었음 좋겠다는 말은 해주고 싶다.

 

 

<감상평>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육성으로 들어 본 제네시스에 대한 미국 딜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공통적으로 기술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가 현재로선 약하다는 것, 그리고 이런 약점의 극복을 위해 고급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자신의 휴가 기간 중 하루를 투자해 준 롱버텀님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는데요. 특히 이 분은 현대에 비판적이지도 않는 중간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한국 브랜드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롱버텀님 역시 차는 분명 좋은 성능을 보여주겠지만 과연 그것만 가지고 현대가 바라는 프리미엄으로의 진출을 제네시스로 이뤄낼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을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사실 제네시스와 관련한 두 가지 기획을 하면서 최대한 차를 만든 현대의 입장에 서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말 회사의 모든 노력과 열정, 그리고 기술력을 동원해 만든 차가 이번 제네시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런 평가들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이들의 얘기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쓴소리에도 귀기울일 줄 알아야 더 강해지고 더 겸손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현대도 프리미엄과 경쟁하겠다고 공언을 했기에 이런 반응 충분히 예상을 했으리라 봅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누구의 뒤를 따르고, 누구와 견주는 수준이 아닌 선도하는 기술의 혁신을 계속해서 이뤄내야 합니다. 이건 프리미엄의 제 1과제이자 필요조건이니까요.  그리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이 뒤따라야겠죠. 무엇보다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숨을 불어 넣고 전통과 가치를 만드는 노력이 빠져선 안될 것입니다. 이런 여러가지 것들이 제대로 한덩어리가 되었을 때, 프리미엄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요? 다음 주에는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을 모아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 다시 한 번 수고해주신 롱버텀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