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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가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속사정



개인적으로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내용의 포스팅이 오늘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 글이 그림 보다 많더라도 꼭꼭 씹어 찬찬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얼마 전 재밌는 통계 하나가 독일 언론에 올라왔습니다. 자동차들의 마력이 그동안 계속해서 평균적으로 증가되어 왔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독일 내에서 보면 1995년에 평균 마력이 95PS였습니다. 그러다 1997년, 그러니까 3년 만에 100PS를 돌파했고, 그후 다시 3년 뒤엔 111PS로 더 많이 뛰었습니다. 2004년엔 121마력, 2007년엔 131마력까지 평균치가 올라갔습니다. 

 

95 >>> 100 >>> 111 >>> 121 >>> 131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던 독일의 평균 마력 수치는 2009년에 뚝 떨어지게 되죠. 평균값을 계산했더니 118PS였습니다. 왜냐면 독일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경기 진작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오래된 차들을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음 듬뿍 줬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10년, 15년 이상된 차들을 폐차 처분하고 신차들을 대거 구입하게 됐고, 그 때 주로 팔린 모델들은 소형급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계속 오르기만 하던 마력이 좀 떨어지나 싶었는데  다음 해부터 다시 평균 마력은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2010년 130마력, 2011년 135마력, 2012년 137마력. 매년 조금씩 올랐네요. 그런데요. 2012년 137마력이 어쩌면 정점이 될 수 있겠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의 경우 현재까지 2012년 137마력과 같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5년과 비교하면 평균 42마력이나 상승한 채 처음으로 마력 수치가 전년과 동일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마력이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연비 효율성과 CO2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를 했죠. 리터당 평균 11.11km의 연비를 보이던 자동차들이 현재는 리터당 13.33km로 기름을 덜 쓰게 해준 것입니다. 이 수치들은 비교적 유럽에서도 큰 차가 많은 독일 기준입니다.

 

자, 이렇게 보니까 마력이 커졌다고 해서 기름을 더 많이 먹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만큼 자동차 회사들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보강하면서도 차의 빨리 달리는 능력은 점점 더 키워온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자꾸 마력 마력 얘기가 나오니까 이쯤에서 잠깐 마력과 토트에 대해 짚어 봐야겠죠? 공학적인 부분이라 어렵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원초적인 방법을 택해 봤습니다.


*마력과 토크

A) 말 한 마리가 있습니다. 그 말은 다리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죠. 작은 마차를 매단 상태에서 근육질 말은 치고 나가는 힘이 여느 말들 보다 좋았습니다. 이 때 말 다리 근육의 정도, 힘을 토크로 이해를 하면 어떨까요?

 

B) 또 다른 말이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점점 다리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하죠. 그런데 어디서 똑 같은 힘을 가진 말이 한 마리 더 추가 되네요? 이제 두 마리가 마차를 끌고 달립니다. 함께 해 더 빨리 달릴 수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걸 마력이고 하겠습니다. 다만, A의 한 마리 말 근육이 B의 두 마리 말의 다리 근육 보다 상대적으로 좋다면  최고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꼭 두 마리가 한 마리 보다 두 배 빠른 건 아니라는 거, 이해되셨나요? (더 어렵나?;;;) 


 

 

마냥 마력을 키울 수 없는 현실

쉽게 생각하면 기름을 아끼면서 힘을 더 키울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인 듯 보입니다. 계속 마력을 키워가도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동차 파워 증가 대비 연비효율 증가라는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자동차의 힘은 그대로 두거나 줄이면서 연비 효율 증가 (이는 곳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와 직결)는 더 크게 하라는 요구가 강력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마력 상승 NO! 연비효율성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더더욱 감소 YES! 

 

유럽연합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그들 존재의 이유인 듯 아주 무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같은 나라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엔 인센티브를,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스포츠카엔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메르켈 독일 총리에 10억을 후원한 BMW 가문이 문제가 됐는데요. 이산화탄소 규제 정책을 펼치는 EU의 요구량을 메르켈이 거부했고, 이것이 후원의 목적이 아니겠냐는 의심을 언론이 한 것입니다.

 

 

힘을 줄이기 보다는 무게를?

이렇게 지금 세계는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럼 마력을 확 줄이면 되겠네?" 적어도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얘기 쉽게 못하실 거예요. 실제로 계속되어온 자동차의 마력 즉, 힘의 증가는 소비자들의 요구이기도, 또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력이기도 했습니다. 긴 세월 내연기관은 이런 속도의 환타지를 실현시키면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힘을 빼라? 사람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죠.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힘 좋아 잘 달리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연비 효율 좋은 차> 이게 지금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 앞에 떨어진  당면 과제가 된 것입니다. 이걸 실현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이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일이었습니다. 흔히 다운사이징이라고 하는데요. 6기통 3000cc 엔진이 내는 힘을 4기통 2000cc 터보 엔진이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엔진의 양을 줄인 것은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강한 힘과 연비 및 친환경성 강화라는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또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차량 경량화입니다. 즉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죠.

 

이 차는 알파 로메오라는 피아트 그룹 계열 브랜드가 만들어 내놓은 4C라는 모델입니다. 1.8리터 엔진에 240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죠. 최고속도가 258km/h이고 제로백은 4.5초 정도 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7g/km로, 예전엔 이런 속도를 내려면 더 많은 마력이 필요했고, 그런 마력은 더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동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엔진으로 비교적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은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 비결은 엔진의 성능뿐 아니라 차량의 무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알파 로메오 4C는 895kg이라는 무척 가벼운 차입니다. 엔진이 작아졌지만 차체의 무게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힘과 속도는 유지되며, 환경성과 연비효율은 상대적으로 더 좋아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4마리 배설물이 2마리 배설물로

앞서 말을 예로 들었으니 이번에도 말을 통해 이해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4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가 있습니다. 말이 4마리나 있으니 얘들의 배설물과 달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상당하겠죠? 마차의 주인은 고민을 했습니다. 나랏님이 말들이 환경을 해치고 있으니 말의 수를 줄이라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의 수를 줄이자니 손님들이 싫어할 게 뻔했습니다.

 

일단 마차의 주인은 좀 더 배설물을 덜 내면서 힘은 강해진 개량종을 선택했습니다. 덩치가 작아지긴 했지만 녀석들이 힘이 좋아 그런지 달리는 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말을 바꾸는 것으로 1차 해결을 본 마차주인은 이번엔 마차의 무게를 절반으로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무거운 나무가 아니라 아주 가볍고 나무만큼 튼튼한 소재를 이용해 마차를 다시 만들게 된 것이죠.

 

모든 작업을 마친 뒤 결과를 보니 개량된 말 2마리가 이전의 4마리 말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게 됐습니다. 손님들도 예전만큼 빠른 속도로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반해 말들의 배설물은 절반이나 줄어드는 효과를 봤습니다. 마차 주인은 예전처럼 신명나게 손님들을 태우고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평균 CO2 발생량을 줄여라~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선 중요한 목표가 됐습니다. 그런데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기존에 차에 들어가던 강철 등의 무거운 소재가 아닌,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가 있어줘야 합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카본 소재나 알루미늄, 혹은 합금 등을 차체에 적용하는 이유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체뿐 아니라 엔진이며, 무게가 발생하는 모든 소재들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안되면 관련 업계와 협업을 통해 신소재를 만들고 있죠. 이렇게 소재를 개발해 무게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파는 자동차 전체의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줄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에 없던 아주 낮은 배기량과 마력의 모델들도 속속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죠.

 

독일에서 가장 평균 마력이 높은 스포츠카 포르쉐도 최근엔 마칸과 같은 모델을 내놓으며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통해 더욱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BMW는 i3와 같은 전기차를 만들어 CO2 평균치를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전세계 메이커 평균치를 웃도는 독일 메이커들은 더더욱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얼마 전 현대차가 고RPM 영역 보다는 실영역에서의 출력에 더 신경 쓰겠다고 발표를 했는데요. 현대차 그룹이 무슨 세상의 이치를 갑자기 깨우쳐 그런 선언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을 공개석 상에서 한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최근 현대의 문제는 차량의 무게를 줄이면서 연비의 향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신차들이 무거워지거나, 마력과 토크가 줄었는데 연비의 향상이 눈에 띄지 않는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쨌거나 현대차 역시 이런 마력 감소와 차체 경량화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제철 등을 인수해 차체 소재 개발에 노력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다이어트가 되었으면...

이제 정리를 해볼게요.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 일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의 문제가 됐습니다. 아무래도 경량화를 위한 신소재를 개발하다 보면 소재 자체의 가격 부담, 연구 개발비 등의 부담이 차량 가격에 반영이 될 가능성이 있을 거예요. 그걸 그대로 적용하면 차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가 절감은 필연적입니다. 원가 절감이 단순히 메이커의 마진폭을 넓히는 이유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하지만 원가를 줄인다고 해서, 경량화를 한다고 해서 차의 안전성과 품질의 하략이 이뤄져선 안됩니다. 좋은 소재가 많을 수록 차는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합니다. 메이커는 이 지점, 그러니까 안전이 보장된 새로운 소재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 그리고 무리한 단가 책정으로 부품 협력 업체에 가격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 등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걸 얼마나 조화롭게 이뤄내느냐 아니냐가 결국 그 회사의 가치, 사업의 성공으로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의 무게를 줄여 연비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강화하고, 그러면서도 자동차 본연의 즐거움 중 하나인 스피드에 대한 욕구를 유지하는 것, 이 거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또 피해갈 수도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자동차 회사들이 이것을 조화롭게 만들어 갈까요?  무리한 다이어트로 몸이 오히려 축나는 일이 없게끔, 자동차의 다이어트도 건강하게 이뤄졌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