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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BMW 운전자들이 교통법규 더 안 지킨다?



오늘은 감상용 사진 한 장과 함께 시작을 해볼까요? 세련된 단독주택에 주차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집. 그리고 고급 세단이 한 대 놓여 있습니다. BMW 5시리즈 GT군요. 누구나 이런 삶 (혹자가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의 최종판 정도?)을 꿈꾸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 그런데 사진은 이렇게 멋진 걸 걸어 놓고 제목은 왜 저렇게 달았느냐 의아해 하셨을 겁니다. 오늘은 재미난 기사 하나가 떠서 그것과 관련한 포스팅을 하려고 해요. 미국 유니버시티 오브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진이 운전태도와 차량과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는 총 7가지 내용이었다는데요.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이 그만큼 좋은 운전매너를 보였느냐, 재산과 사회적 책임과 어떤 관련이 있겠느냐 등의 궁금증을 직접 실험을 통해 유추해본 것이죠. 여러분은 일단 답을 보기 전에, 어떤 예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과연 운전과 차량과의 어떤 개연성이 있다고 보세요?

 

예를 들어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은 운전 매너가 좋다.' 라든가, 아니면 '좋은 차를 타는 사람들이 의외로 운전매너가 개판이다!' 라든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폴 피프라는 사람의 결론에 따르면 고급차들이 운전매너가 더 나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BMW 운전자들의 매너가 가장 안 좋았다고 아예 명시까지 해놓았더군요. 혹시 제가 BMW에 악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이런 택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할 거 같아 해당 기사 화면을 캡쳐해 가져와 봤습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벨트의 온라인 화면인데요. 원제목을 그대로 옮기면 'BMW 운전자들 가장 교통매너가 나쁜'정도가 됩니다. 사실 슬쩍슬쩍 독일 내 분위기도 말씀을 드린 적 있지만, BMW하면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안 좋은 것도 사실이에요. 젊은 터키애들이 서너명씩 모여 검정색 3시리즈 중고, 어떻게 튜닝이라도 좀 해서 요란하게 동네 (안 그래도 조용한 독일 동네들인데) 휘젓고 다니는 거 자주 보게 되거든요.

 

프랑크푸르트 시내 같은 곳 나가도 비슷한 광경들 많이 있습니다. 해서 의도적으로 BMW 자체를 피하거나, 아니면 특정 칼러나 모델이 갖고 있는 선입견 굴레에 안 들어가려고 피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아우디도 마찬가집니다. 일부에서는 아우디 일부 운전자들도 매너가 안 좋다는 말들을 하고 있거든요. 벤츠는 좀 얘기가 다른 게요. 일단 젊은 애들이 관심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현재까진...)

 

이런 얘기들이 독일에서 자꾸 나오는 건 차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만약 포르쉐가 BMW 만큼 싸고(?) 일반화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더 많은 욕을 포르쉐 운전자들이 먹었을 거예요. 잘 달리고 운전이 재밌는 차를 얌전하게 타고 살살 달리기란 정말 힘든 일 아니겠어요? 일단 저도 이 기사를 읽기 전까진 이런 차원에서의 접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게 아니더군요.

 

 

횡단보도 테스트

기사에 언급된 테스트는 6개 중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횡단보도 테스트, 나머지는 사거리 테스트였습니다. 횡단보도 테스트는 말 그대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을 할 때 차량별 성별 운전자들의 반응을 체크한 것입니다. 과연 교통법규에 명시된 대로 운전자들이 잘 따르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떤 급의 차들이 보행자를 무시하고 지나갔는지를 조사했다고 하는데요.

 

결과는 10대 중 8대 정도는 보행자를 발견하고 정확하게 정지선에서 멈춰섰다고 합니다. 여기서 보행자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간 차들이 있겠죠? 이 차들을 묶어봤더니 대부분이 고급 차들이었다고 하네요. 소형급과 준중형급 차들이 가장 정지선에 잘 멈춰섰고, 중형을 넘어선 오버클래스, 그러니까 준중형급 이상의 고급 모델들, BMW 포르쉐 벤츠 등이 오히려 그냥 지나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차량들 중에서 브랜드로는 BMW가 가장 많이 횡단보도 보행자를 무시했다고 하는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과속이나 운전의 재미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닌 법규의 문제에서 BMW가 그닥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기게 됐네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도요타 프리우스를 타는 하이브리드 운전자들이 있어요. 흔히 프리우스 오너들 하면 미국 영화 등에서 중산층의 고학력 30~40대 맞벌이 가정에 정치적으론 미 민주당 지지층인 이들로 포장이 많이 됩니다. 그런데 이 테스트 결과를 보면 어쨌든 이들도 그리 썩 좋은 운전자들이 아닌 모양입니다. 이런 경향은 사거리 테스트에서도 또 증명이 됐다고 하는데요.

 

 

사거리 테스트

교통이 복잡한 도심 사거리에서 신호등에 반응하는 차량들을 조사했습니다. 차량 종류, 운전자 성별, 대략적인 연령대, 뭐 이런 식으로 세분화 해서 얼마나 사거리에서 제대로 운전을 하는지 체크했는데 여기서도 역시 고급차들이 더 많이 신호를 무시하고 법규를 어겼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하이브리드 운전자들도 비율적으로 소형이나 콤팩트 클래스 운전자들 보다 더 법규 위반이 많았고요.

 

그리고 남녀 운전자들을 나눠 결과를 봤더니 두 가지 테스트 모두에서 남자 운전자들 보다 여성이 법규를 잘 지켰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김여사들 하면서 놀리기도 하지만, 운전의 스킬이 아닌 운전 법규를 지키는 태도적인 측면에서는 적어도 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 보다 나았다는 거죠. (이런 얘기하면 또 발끈해서 한국과 미국은 면허 따는 것부터 다르잖아욧! 막 이러며 흥분하는 분들 계시는데, 그런 건 알고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테스트 내용 중엔 이런 것도 있었다고 하네요. 횡단보도 보행자가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운전자들의 대응이 달랐다는 겁니다. 이건 또 뭔 소릴까요? 여성이 보행자일 경우에는 남성이 횡단할 때 보다 더 정지선에 차들이 잘 멈춰섰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여성에 대한 배려라고 봐야 하는 건지 어떤지,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해봐야 하는 걸까요?

 

여하튼 이 연구를 진행한 폴 피프라는 사람은 '경제력이 크고 좋은 차를 탈수록  운전 태도는 이기적이다.'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비단 운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흐름이 아니겠느냐고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한마디로 돈 있는 자들이 사회적 약속에 대한 책임 의식이 더 떨어졌다. 뭐 이런 얘긴 거 같습니다.

과연 이게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을 시킬 수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은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합니다. 부와 권력, 명예를 가진 이들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가치가 있다는 뭐 그런 얘기.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본주의가 급작스럽게 구축이 되고 자본의 축적 과정에 비판적 시각이 많은 사회에서는 더더욱 이런 요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꼭 좋은 차를 타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회적 리더라고 할 순 없을 거예요. 차로 사람의 경제적 등급을 짐작할 순 있어도 차를 가지고 사람의 가치와 인격을 가늠할 순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차를 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전을 하느냐가 아닐까 해요.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돈이 많고 적고, 남이 운전을 어떻게 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나만이라도 제대로 잘 하자는 마음만 갖고 있다면 거창한 귀족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단계까지 갈 필요도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BMW 오너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요즘 수입차 붐이 많이 일고 있고 좋은, 비싼 차를 통해 성취감 만족감 많이 느끼는 분들 계시는데, 그럴수록 여러분 운전에서 좀 더 본이 되어 주셨음 좋겠습니다. 오늘 너무 선생님 같은 이야기였나요? ^^ 좋은 금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