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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폭스바겐 한정판 모델, 정말 부럽다 부러워

 

자동차를 만들어 판다는 거, 저는 이 '차를 판다'는 행위에는 굉장히 많은 의미가 또한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멋지고 성능 좋은 차를 사람들에게 팔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 이라는 일반적 목표 이면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여러가지 필요조건들이 담겨 있다고 보는 거죠. 

 

오늘 포스팅은 그런 필요조건들 중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꼭 좀 갖추었으면 하는 그런 것 하나를 생각하며 준비를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포스팅을 할 때가 가장 마음이 움직이고 그렇습니다. 무슨 소식이기에 이러느냐고요? 작은 뉴스예요. 그것도 유럽, 제가 살고 있는 독일이 아닌 브라질에서 날아온 소식입니다.

 

웬 브라질?

그러게요. 그런데 독일에서 브라질 소식을, 그것도 자동차 관련한 소식을 전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폴크스바겐입니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 남미에 현지 법인과 공장을 두고 오래 전부터 그 쪽을 공략해 온 브랜드가 VW이거든요. 특히 브라질하면 요즘이야 좋은 차 비싼 차들이 많이 팔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차들이 경쟁을 많이 벌이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런 브라질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이 아주 오래 전부터 꾸준하게 판매를 해오고 있는 모델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에겐 마이크로버스로 잘 알려진, 혹은 불리로 잘 알려진 미니버스 T2가 그것인데요. 이제 영원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식이 제겐 왜 울림으로 와 닿았을까요? 이유를 설명드리기 전에, 판매되고 있는 T2의 모습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요 놈입니다! 귀엽죠?

브라질에선 콤비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는데요. 이게 정말 오~~~래 전에 나온 불리 2세대, 그러니까 마이크로버스 2세대 모델의 원형을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버스라 하면 제 블로그 대문에 보이는 빨간색 버스로 유명합니다. (혹시 못 읽은 분들은 제 블로그 메인페이지에서 '불리를 아십니까'를 한 번 읽어보세요.)

 

이 게 불리(마이크로버스의 애칭)의 1세대 모델입니다. 앞부분에 V자 형태의 디자인이 1세대 (T1)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데요. 저 위에 빨간 녀석은 지붕이 열리는(부분 개방의 소프트탑 형태) 고급 차종 '삼바'로 지금까지 불리의 대표적 모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950년부터 1969년까지 20년 동안 T1의 시대가 이어졌고, 이 때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부흥기가 도래했습니다. 그 시절 독일 경제의 발의 역할을 했던 아주 의미 깊은 녀석이죠. 이 1세대의 시대가 가고 등장한 불리 2세대 T2가 오늘 제일 처음 보여드린 브라질 미니버스 '콤비'가 됩니다. 

 

이게 T2의 모습입니다. 소박하지만 참 친근하고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있죠.  이 차가 처음엔 공랭식 박서엔진을 달고 있었어요. 그러다 수랭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계속해서 브라질에서 판매가 되어 왔습니다. 1957년부터 T1이 '콤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T2의 디자인과 플랫폼 그대로 브라질에서 판매가 되었습니다. 참 오랜 세월 함께 했죠.

 

T2 역시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됩니다. 지붕 올려 캠핑카로도 사용이 가능한 VW 승합차도 이때 본격화 되기 시작했죠. 사륜구동 모델도 있었습니다. 작은 놈이 할 수 있는 게 참 많았죠. 마지막 사진은 불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불리 전문 홈페이지(bulli.de)에 있는 실제 추억의 사진들 중 한 장인데요.

 

1972년 베른트 덱커스라는 사람이 여행 중 찍은 사진이네요. 파키스탄과 인도 여행 중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데, 보기 보다는 내구성이 좋아서 굉장히 터프한 여정에서도 많이 애용됐습니다. 현재 이 마이크로버스는 T5라는 이름의 승합차로 완전히 변신이 되었고 불리라는 애칭도 일반적으로 1,2세대까지의 모델에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불리가 1957년부터 브라질에서 지금껏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판매가 된 '콤비'도 이제 그 마지막을 맞게 됐네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차체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충돌 안전 테스트와는 맞지가 않는다는 거예요. 물론 최근 테스트에서도 통과를 하긴 했지만 낮은 수준의 안전성으로 인해 계속 단종 얘기가 되어 왔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콤비'가 사라진다고 하니까 참 많이 아쉬웠는데요. 그래도 VW이 한 가지 참 잘한 게 있었습니다. 떠나보내는 자신들의 장수모델을 위해 한정판을 만든 것이죠.

 

콤비 라스트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한정판 모델입니다. 이거 미니카 아니라 실제 자동차예요. 흰색과 하늘색 투톤이 참 잘 어울리죠? 앞에 검정색 그릴은 플라스틱이고요. 타이어 휠은 14인치입니다. 작아요. 작습니다. 그래서 더 귀엽네요.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 모습이죠? 실내는 그럼 어떨까요?

 

 

보시면 알겠지만 옛날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원형 그대로를 살려냈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양산 판매되던 것 그대로는 아니고요. 나름 힘을 좀 줬습니다.

 

오디오는 블루투스 기능도 되고 USB를 사용할 수 있는 신형이 장착됐고 계기판도 디지털화 시켰습니다. 또 오디오 위에는 한정판임을 알리는 넘버가 붙여지게 됩니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 한정판의 의미와 유행을 섞어 넣었습니다. 아주 적절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콤비'가 브라질에서는 약 16,000유로 정도의 가격에 팔리는데, 이번 한정판 600대는 27,600유로 정도에 팔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독일에서 골프 2.0 TDI 구입이 충분한 금액입니다. 의미 있는 모델치고는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과연 저 한정판이 브라질에서만 다 소비가 될까요? 탐내는 사람들이 많아서 법적으로 운행에 문제가 안되는 곳에서는 웃돈을 주고라도 구매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오리지널 모델이라는 가치가 더해지기 때문이 분명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능력만 된다면 저도  하나 구매해 슬렁슬렁 몰고 다녀도 참 좋겠네요.

 

무엇보다 저는 이 한정판 소식을 들으면서, VW이란 회사가 자신들이 만드는 자동차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차에 대한 의미 있는 마무리가  아닌가 싶었거든요.  콤비가 이어온 역사나 과정을 한정판을 통해 마무리 짓겠다는 그런 태도는 자동차를 팔아 돈 벌겠다는 생각만 해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라 봅니다.

 

이런 태도들이 모여 전통을 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좀 많은 생각을 했음 좋겠어요. 진짜 돈돈돈돈만 밝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아닌! '뭔가 소비자와 제조사가 서로 소통하고 있고, 차를 정말 사랑하는 이들이 차를 만드는구나' 라는 그런 가슴 따뜻해지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회사들 말입니다. 


작년인가 그럴 겁니다. 폴크스바겐에서 마이크로버스 전용 정비소를 문 열었습니다. 완전히 망가진 차도 기본적인 뼈대만 남아 있다면 복원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네요. 휴~ 부럽네요 부러워.


 아무튼 말입니다. 레트로카가 됐든, 이런 한정판이 됐든, 한국도 이런 시도들이 좀 제발이지 많아졌음 하는 바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