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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 벨로스터를 향한 칭찬 둘, 비판 셋



오늘 현대자동차에겐 두 가지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죠. 하나는 故 정주영 회장 10주기 행사였고, 다른 하나는 감각적인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겠다며 내놓은 벨로스터 신차발표회가 그것이었는데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신차발표회를 화려하게 치뤘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저도 런칭을 기념해 벨로스터가 갖는 긍정적 의미와 비판적인 면을 함께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럼 우선 벨로스터의 긍정적인 면을 보죠.


1. 새로운 시도

이번 벨로스터는 해치백 모델이며 동시에 쿠페의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쿠페하면 크게 두 가지 형태를 갖고 있죠. 2도어 아니면 4도어. 그런데 벨로스터는 3도어라는 비대칭 형태를 구현했죠. 어떤 분들은 원가 절감하려고 문을 세 개만 만든 게 아니냐고 하시는데, 만약 원가를 절감하려했다면 문을 두 짝만 만들어버리면 됐을 겁니다. 분명 현대차가 뭔가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자 했던 열망이 있었고,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벨로스터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차를 내놓으며 현대 관계자들은 그 동안 소홀했던 감상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차량의 칼라도 9가지나 준비를 했다는 걸 보면 확실히 이전에 스쿠프니 티뷰론이니 하는 차들과는 다른 접근이라고 보여집니다. 적어도 맨날 남들 하는 것, 안정적인 것에서만 안주하는 경향이 있던 현대차가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시도한 벨로스터이기에 인정을 해주고 싶습니다.




2. 비대칭, 그러나 안전성 확보

사실 처음에 저런 디자인으로 차가 나온다고 했을 때 엔지니어링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차체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을까 걱정을 했던 건 사실입니다. 차량의 좌와 우가 각각 힘을 받을 때 강성에 문제가 있어서 비틀림이 생기거나 추돌, 충돌 시 약점으로 작용을 하지 않을까 했던 것이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유럽이나 한국 내에서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습니다. 루프나 필라 쪽에 신경을 아주 많이 쓰지 않았나 짐작이 됩니다. 기술적으로 분명 일보 전진을 현대차가 이뤘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훔...그리고 뭔가 더 좋은 점을 얘기할 게 없나 고민을 좀 해봤는데 그닥 떠오르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아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디자인, 난감하네~

예전에 YF와 K5 디자인 얘기하면서 쏘나타에 비판을 가했을 때 욕도 많이 먹었었죠. 하지만 요즘은 대체적으로 현대의 디자인 정책에 문제가있다는 걸 소비자들도,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인정을 하는 분위기로 흐름이 바뀐 거 같습니다. 다만 i40 cw는 많은 개선을 이뤄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현대차에 대한 긍정적인 포스팅을 했었죠. 그런데 벨로스터는, 더 디자인에 방점을 둬야하는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보였습니다.

벨로스터는 앞과 뒤과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죠. 우선 앞은 익히(?) 봐서 알고 있는 헥사고날 모양의 그릴이 역시 적용이 되었는데요. 헤드램프에서 안개등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마치, 램프가 흘리는 눈물처럼 거슬렸습니다. 그게 다소 부드러워진 헥사고날의 이미지를 보강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만한 느낌으로 보이는 것이죠.

사실 직접 봐야 정확하겠지만 프론트 부분이 둥글한 것이 앞휀더와 연결이돼 살짝 뿔려진 느낌이랄까요? 암튼 부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군대 다녀온 분들은 잘 알겠지만 전투화코 쪽이 뭉툭하면 군대 용어(?)로 '자세'가  안나온다고 하죠. 벨로스터를 보면 마치 잘 안 빠진 전투화코가 연상이 됩니다.

이에 비하면 뒤태는 괜찮습니다. 휀더와 이어진 범퍼라인도 좋고, 루프에서 이어진 해치쪽 라인도 상당히 세련돼 보이는데요. 특히 머플러는 인상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역시 기아차나 현대차에서 계속적으로 거슬리는 게 있는데 바로 트렁크 손잡이 입니다.


전체적인 뒤태와도 안 어울리고 다소 생뚱맞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이렇게 할 바엔 BMW나 폴크스바겐처럼 아예 로고자체만으로 트렁크 손잡이를 만드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더군요.

실내 디자인의 경우는,


그냥...전체적으로...그냥... 좀, 심플하고 세련되게.. 다시 다 바꿔줬음 합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좋아졌지만 그립감을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두툼하게 해줬더라면 하는데요. 말하자면 너무 많아서 그냥..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ㅡㅡ;




2. 성능에 대한 아쉬움

오늘 포스팅의 핵심입니다. 사실 국내 고객들에게 가장 큰 아쉬움, 아니 불만이라고 한다면 바로 터보 엔진에, 현대가 그렇게 자랑하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 미션(DCT)도 모두 다 뺀 상태로 판매가 된다는 것이죠. 대신 유럽이나 미국 시장엔 이 두 가지가 다 들어갈 것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잘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벨로스터의 가격이, 베이스로 했다는 아반떼MD 보다 500여만 원 비싸다는 점인데요. 사실 저는 아반떼와 비교하는 건 좀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베이스로 했다고 해서 비슷한 가격으로 가기엔 여러가지 적용된 내용물들이 비쌉니다. 해치백이 세단 보다 원가가 더 들기도 하지만 벨로스터는 눈으로 봐도 아반떼 보다 돈을 더 들인 게 보이죠. 오죽하면 프리미엄 유스 랩이라는 이름을 붙였겠습니까.

휠도 더 좋고, 적용된 옵션들도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조명연동 버튼시동 스마트키 시스템이라는 짜증나게 이름도 긴 옵션이 들어가 있구요. 내비게이션도 훨씬 똑똑하게 더 좋은 놈으로 하나 넣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거기에 VSM, TPMS 등이 모두 기본 장착이더군요. 거기에 더 중요한 것은 140마력에 16.7kg.m의 토크 능력이면 동급 유럽 모델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힘을 자랑하고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오죽하면 미니 컨트리맨이 경쟁상대라고 말을 했을까요.

미니 컨트리맨이 122마력에 16.3kg.m 토크, 연비도 13.4km/L로 벨로스터 보다 2킬로 정도 더 낮는 등 전반적으로 벨로스터가 다 앞서고 있죠. 그런데 이건 정말 차 모르는 사람들 현혹하려는 비교밖에 안된다는 거, 현대차 관계자들이 더 잘지 않나요?

어떻게 스포티브한 쿠페형 해치백과 SUV를 경쟁상대 비교 대상으로 놓을 수 있는지 모르겠더군요. 더더군다나 제 블로그 자주 오셔서 비교테스트 내용들 자주 접한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단순히 마력과 토크, 연비만으로 더 낫다 아니다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거죠. 수십가지의 비교 항목들을 종합해 그 차의 성능을 봐야하기 때문에 실제로 비슷한 해치백 모델들과 성능의 우위를 이야기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독일차들 경우는 분명히 마력과 최고속도에서 무리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최고속도는 거의 모든 모델들에서 250km로 제한했고, 마력 역시 피에히 의장의 말처럼 무조건 높이는 것 보다는 그 차의 성격, 그리고 미션이나 그밖의 것들과의 적절한 조합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너무 마력에 목을 메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 이렇게 얘기를 하냐면 벨로스터의 베이스인 아반떼 자체가 140마력으로 이미 어지간한 동급 경쟁 모델들 보다 더 좋다는 것이죠. 

정리해볼께요.

옵션은 잔뜩 들어가 있죠. 기본적으로 제작 단가도 아반떼 보다 더 비쌀 겁니다. 거기다 충분한 마력과 토크를 보여주고 있고 여기다 고성능 모델들과 경쟁할 터보 엔진에 DCT 미션까지 집어넣어버리면...차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게 될 건 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력 부분에서 기존 엔진을 그대로 가고 대신 옵션을 화려하게 세팅한 것을 한국 시장에 내놓게 된 것이고, 반면에 유럽에는 제 짐작이지만 터보와 DCT 미션을 기본 장착하는 대신 한국에 적용시킨 옵션들을 상당부분 빼거나 선택옵션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즉, 한국에선 고성능 보다 고옵션(?)을 선택한 것이고, 유럽에선 고성능을 선택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입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 벨로스터가 경쟁할 고성능 모델들은 대부분 200마력 이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터보엔진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에선 큰 세그먼트가 아닌 이상엔 200마력 이상의 경쟁 모델들이 아직 없다는 점도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요인일 겁니다.

이런 이분법은 좋게 보면 현대의 진지한 고민일 결과일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한국시장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는 아닐까요? 스포츠형 쿠페라면 성능에 방점을 둬야하는 데 그게 아닌 거란 얘기죠. 만약 터보엔진이 무리라고 한다면 옵션으로라도 DCT 미션을 선택 할 수 있게 했어야 합니다. 프리미엄이라고 이름 붙여 놓고 옵션만, 색상만 화려하게 한다고 해서 그게 프리미엄의 가치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스럽습니다.





3. 신차발표회, 혹시 MINI 베낀 건 아니겠죠?

사실 언론에서 이번 벨로스터 신차발표회가 워낙 독특하고 대대적이라 그런지 현장사진을 몇 장 찍어 올렸더군요. 컨테이너 들 속에 벨로스터를 집어넣고 쇼윈도우 밖에서 관찰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거기다 블랙톤의 행사장 실내는 너무 MINI의 론칭스타일과 닮아 있더군요. 음료대 사진을 보고는 전 MINI 론칭쇼 사진이 아닌가 순간 헷갈릴 정도였으니까요.
 
여러분 좋아하시는 조이라이드 가서 미니 론칭사진들 보세요. 그러면 제 얘기가 뭘 의미하는지 아실 겁니다. 거기다 미니 컨트리맨을 공개적으로 경쟁모델로 언급한 것도 그렇고, 현대같은 대한민국 대표이자 세계 5대 메이커가 벤치마킹을 넘어 혹시 베낀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드는 론칭쇼를 기획했어야 하는지... (기획한 사람은 알겠죠. 아니길 바랍니다.)



결론

벨로스터는 현대가 새로운 시도를 펼친 의미 있는 모델입니다. 이건 인정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성적 접근과 새로운 시도가 디자인의 아쉬움과 함께, 무리한 세팅으로 인해 감당 못할 가격의 상승을 보인 나머지 한국시장에서는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성능의 업그레이드를 시도치 못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거기다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론칭쇼...제발 창의적으로 해주길 바랍니다. 남의 노래 베끼는 것 못지 않게 이런 것도 중요하지 않겠어요?

현대가 당차게 시도한 벨로스터.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들로 인해 역풍을 맞지 않을까 걱정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제가 아니어도 계속 여러곳을 통해 터져나올 거 같습니다. 만약, 나중에 터보 달고 DCT 장착된 모델이 유럽에서 좋은 평가 받았다는 내용을 제가 포스팅했을 때, 한국 고객들이 받을 허탈감은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