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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케치

평안의 뜰...독일의 공원묘지 스케치

 

최진실 씨 유골도난 사건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등의 기사들을 보면서 문득,

 

얼마 전에 찍었던 독일 공원묘지의 사진이 떠올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엔 거기가 묘지인지 모르고 입구에서 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냥, 잘 가꿔진 공원쯤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들어가려 입구에 섰는데 그 때서야 그곳이

 

영면의 장소, 독일식 묘지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난감했었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사진을 많이 찍기가 불편했고, 따라서 그냥 독일의 묘지가 이렇게 되어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게 몇 컷만  조심스레 담았다.

 

처음엔 공원 입구 쯤으로 알았다. 그러나..

 

예의를 갖추고 질서를 잘 지켜달라는 의미의 글귀를 보고서야 이곳이 묘역임을 알게됐다.

 

 

입구 쪽에 있는 자판기 모양의 저것들은...초자판기이다. 가족들이나 친지 등, 방문객들이 고인을

 

그리기 위한 방문 시, 초를 가지고 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독일어로 묘지는 Frieden(평화,평안) Hof(뜰)의 단어가 합쳐진 "Friedhof"이다.

 

우리 말로 바꿔보면, 평안의 뜰 정도가 아닐까?  정말 어느 하나 닮아보이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비석들이

 

엄청나게 넓은 공원 이곳 저곳에 세워져 있었고, 잘 가꿔져 있었다.

 

 

물론 방문객들을 위한 시계이겠지만 묘역에서 시계를 본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영면한 망자들에게 시간이 무슨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저 할머니는 누구의 묘를 저리 애틋하게 관리하고 계시는 걸까?...

 

조금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잠깐 그녀와 함께 누군지 모를 고인을 기린 후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 세월, 죽음, 가족, 인생 등이란 묵직한 단어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마 내게 공원묘지의 인상이  제법 깊게 남겨졌었나 보다.

 

뜻하지 않게 방문하게 되었던 『Friedhof』...

 

뙤약볕의 강렬함도 이곳에서만큼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