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라고 하면 10인 정도의 사람을 태우기 위한 목적의 자동차, 또는 비교적 적은 용량의 화물을 싣기 위한 차 정도로 이해됩니다. 여기에 일부 모델은 캠핑카처럼 활용되기도 하죠. 그래서 다용도, 다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MPV(Multi Purpose Vehicle)라고도 합니다. 이후부터는 익숙한 표현인 승합차라고 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승합차 트렌드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흐름이 추가되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당할 듯한데요. 바로 고급스러운 승합차, 럭셔리 승합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차 사진 한 장 보겠습니다.
보자마자 “어우~”하게 되는 전면부 이미지입니다. 제겐 너무 부담스러운 인상의 이 승합차는 일본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가 만든 LM이라는 모델입니다. 2020년부터 판매가 되기 시작했으니까 비교적 최근에 나온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 2세대가 공개됐고, 유럽에서는 7월쯤엔가 판매가가 공개됐습니다.
이 차가 유럽 등에서 관심을 보인 것은 판매될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6인승의 경우 122,000유로부터 가격이 시작이 되고, 4인승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높은 147,000유로부터 판매가가 시작된다고 알려졌습니다. 환율로 계산을 하면 대략 최소가가 1억 7천만 원 수준이니까, 입이 떡 벌어집니다. ‘무슨 승합차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현지 물가 개념으로 보자면 적당한 옵션 포함해 1억 중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어쨌든, 승합차 가격이 아무리 렉서스라고 해도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모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토요타 알파드를 생각하면 더 그렇죠. 뭐 알파드도 싼 가격이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LM 실내를 보면 ‘비쌀 만하구나.’ 하게 됩니다.
뒷좌석의 경우 운전석과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은 물론, 48인치 대형 스크린이 장착돼 있습니다. 미니 냉장고도 있고, 시트는 당연히(?) 마사지 기능이 적용됐습니다. 시트는 승객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고려됐고, 차체 강성 보강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서스펜션의 편안함이야 말할 것도 없겠죠. 렉서스가 유럽에서 좀처럼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그리고 대중적이라 할 수 없는 이런 승합차에 왜 힘을 준 걸까요? 여기서 새로 나온 승합차 사진 하나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달입니다. 볼보가 처음으로 만든 MPV라며 EM90을 공개했습니다. 앞 오버행이 제법 있는 미니밴 타입의 모델입니다. 배터리 전기차이기도 하죠. 뜬금없이 볼보가 웬 승합차? 아무래도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그러면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러면서 실내 편안함을 강화하는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폴크스바겐도 진작 전기 승합차를 내놨습니다. 이미 T시리즈라는 좋은 승합차가 있지만 전기차 시대에 어울릴 만한 그런 미니밴을 새롭게 내놓은 것인데요. 바로 ID.버즈입니다. ‘불리’로 불린 전설의 폴크스바겐 마이크로버스 1세대와 2세대의 일종의 오마주 모델, 레트로 자동차입니다. 최근에는 휠베이스를 27cm나 늘린 LWB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추억은 추억대로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실용성과 활용성 모두를 고려한 LWB가 아닌가 합니다. (북미와 유럽의 불리 팬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메르세데스입니다. 다양한 MPV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 가장 고급 버전이랄 수 있는 V-클래스의 고급감을 더 강화했습니다. 전기차 버전인 EQV도 선보이며 현재와 미래의 고급 승합차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지배적 위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V-클래스는 다양한 튜너 손을 거치며 진정한 럭셔리 승합차로 이미 활약하고 있죠. 그리고 이런 튜닝 승합차는 계속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기저기서 고급 승합차를 내놓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키워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최근 아우토모빌보헤라는 독일 자동차 경제 전문지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전문가 발언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대학 교수이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경제학자인 페르디난트 두덴회퍼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럭셔리 승합차에 대한 관심이 유럽으로 확산하는 이유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럭셔리 밴의) 장거리 비행기의 비즈니스석과 같은 시트, 거대한 스크린, 이런 구성은 벤츠나 BMW,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도 따라 할 수 없다. 넓은 공간과 탑승자가 느끼는 편안함도 그렇다.”
해당 매체는 교통 체증이 심한 메트로폴리스 라이프스타일에 자동차 성능은 부차적인 요소이며 럭셔리 승합차는 공간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막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장점은 기존의 럭셔리 세단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교수의 발언을 추가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충분히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또 여러 방식의 고급화를 통해 높은 마진을 챙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자동차 이용에 안락함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런 럭셔리 승합차의 출현과 활약은 도시가 복잡해지고 거대해질수록 어쩌면 더 빠르게 펼쳐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은 얼마나 많은 자동차를 파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는 차를 많이 파느냐에 꽂혀 있습니다. SUV의 인기가 이를 증명했죠. 그리고 그들은 이제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듯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극대화해 여기서 많은 이익을 내는 전략, 뭐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시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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