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이었죠?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알파로메오에서 33 스트라달레라는 이름의 스포츠카를 공개했습니다. 스트라달레(Stradale)는 스트리트, 그러니까 도로를 의미합니다. 레이싱용 모델을 공도에서 달릴 수 있게끔 다듬어 내놓았다고 보면 됩니다.
티포 33 스트라달레라는 이름이 있지만 보통은 그냥 33 스트라달레라고 부릅니다. 원래는 1967년에 만들어졌던 모델인데 이걸 새롭게 해석해 2023년에 공개했습니다. 1967년부터 1969년까지 원형 33 스트라달레는 12대 정도만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희귀 모델이죠. 그런데 워낙 인상적이었던 자동차라서 알파 로메오의 대표 모델로 얘기됩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스타일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쿠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곡선과 커다란 눈망울(?)이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버터플라이 도어도 멋지고요. 알파로메오는 이 차를 왜 지금 다시 내놓은 걸까요? 하나의 시대(엔진)가 가고 또 하나의 시대(배터리)가 온다는 것을 상징해서 이런 구성을 했답니다. (참고로 이 차는 고객의 선택에 따라 순수 전기차와 V6 엔진이 들어간 내연기관 자동차로 출시됩니다.)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신형 33 스트라달레는 알파 로메오라는 브랜드가 미래로 가기 위한 상징적인 모델이면서 동시에 과거를 기념하는 모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전기차와 내연기관 자동차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상징 같은 헤드램프의 귀여움을 온전히 맛을 내지 못한 건 좀 아쉽지만 이건 이것대로 멋있어 보입니다. 특히 밤에 보면 넋 놓고 계속 보게 될 듯한 그런 전면부 분위기입니다.
후면 또한 정말 멋지고, 측면 역시 상당히 멋집니다. 그냥 멋짐 그 자체로 똘똘 뭉친 모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유의 휠 디자인에서 약간 취향이 갈릴 수 있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스타일리시한 자동차의 디자인 완성은 실내에서 이뤄졌다고 봅니다. 시트와 휠의 색감을 맞춘 것이나, 시트 디자인, 기어박스의 소재와 디자인, 계기반 디자인 등, 무엇 하나 멋지지 않은 게 없습니다.
통일감도 뛰어나죠. '이게 정말 양산되는 디자인이라고? 콘셉트 아니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을 정도입니다. 고성능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까지 잘 버무려져 최고의 실내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차에서 정말 내리기 싫겠는데요?
그런데 재밌습니다. 이 차는 33대만 팔릴 한정판 모델로 8월 30일 공개됐지만 주문은 이미 공개 전에 다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제작은 내년 여름부터 시작이 됩니다. 알파 로메오 관계자의 해외 언론 인터뷰를 보니 33대 중 대부분이 엔진이 들어간 모델로 주문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작 전이기 때문에 엔진과 배터리 비율은 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기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과 팬덤이 쌓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알파 로메오는 자동차 좀 아는 분들, 차 매니아들에게는 익숙한 브랜드입니다. 그 얘기는 대중에겐 잘 안 알려져 있다는 뜻이죠. (물론 유럽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차이긴 합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대부분은 잘 모릅니다. 그래도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진정한 디자인 맛집'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고, 밀라노에서 머무는 시간이 있고, 자동차 박물관 좀 가볼까? 싶은 분이라면 알파 로메오 박물관을 꼭 가보길 권합니다. 유럽 유수의 자동차 박물관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습니다. 그곳에서 얼마나 알파 로메오가 레이싱에 진심이었는지, 또한 자동차 개발과 디자인에 있어 뛰어난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디자인의 멋짐이 뭔지를 잘 보여준 33 스트라달레 얘기 짧게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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