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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과속하면 차 압수해 팔아버리겠다는 이 나라

최근 독일 시사지 슈피겔에 운전자들 등골 서늘해질 만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일 수도 있겠고, 어떤 이에게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뉴스가 아닐까 합니다. 기사 내용을 간단하게 한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속하면 차 뺏어 팔아버릴 겁니다'

 

무슨 소리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보죠. 오스트리아 기후환경∙에너지∙교통∙혁신 및 기술 연방장관 장관(;;;) 레오노레 게베슬러는 교통과 관련된 법을 하나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속 60km, 또는 시 외곽에서 시속 70km로 달리다 과속으로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면허 일시 정지 외에 자칫 자동차를 압류당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도로 전경  /  위키피디아  & Johannes Maximilian

 

관련 관청은 과속 단속에 걸린 운전자 교통 위반 이력을 검토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해당 운전자가 이전에도 과속으로 딱지를 끊은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면, 또는 제한속도를 크게 넘는 과속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차량을 아예 압수해 이를 경매 처분하겠다는 게 새로운 법안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만약 도시에서 더 속도를 올려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리다 걸렸거나 시 외곽에서 80km/h 이상으로 달리다 단속되었을 때는 관청에서 운전자 이력 조사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현장에서 바로 차량을 압수하게 됩니다. 참고로 오스트리아 시내 제한속도는 시속 50km, 시 외곽은 시속 60km입니다.   

 

도시에서 시속 60km 주행 단속 시 : 1개월 면허 정지 및 과거 이력 조사 후 압류 조치

도시에서 시속 70km 주행 단속 시 : 3개월 면허 정지 및 현장에서 차량 즉각 압류 조치

 

자료를 좀 찾아봤더니 오스트리아는 현재 도시에서 시속 60km 주행으로 과속 단속에 걸리면 1개월, 다시 또 같은 속도로 달리다 걸리면 3개월, 세 번째 걸리면 6개월 (최소), 4번 걸리면 4년까지 운전을 할 수 없도록 법을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압류 후 경매라뇨.

빈 도시 전경 / 사진=위키피디아 & Jorgo Franganillo

 

레오노레 게베슬러 장관은 경매 금액의 70%는 교통안전기금으로, 나머지는 지자체가 갖도록 하겠다고 구체적인 경매 금액 사용방법도 제시를 했는데요. 현재 관련 뉴스를 접한 독일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독일도 이런 법을 적용하자는 찬성파들부터, 너무 과한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쌓여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지난 11월 과속으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해당 운전자가 몰던 포르쉐를 강제로 매각된 경우가 있다고 슈피겔이 전했는데요. 또한 일수벌금제가 적용된 노르웨에서는 경우에 따라 억대의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며 독일도 과속에 대해 더 대응을 강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뉘앙스로 기사는 마무리됐습니다.

 

유럽의 전반적인 교통정책이 한국 도로 교통 환경 기준으로 보면 과한 부분이 많고, 어떤 면에서는 섬뜩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하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방향성에 동의합니다. 특히 과속이나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제한속도 10km, 20km 넘게 달렸다고 차를 경매에 넘기겠다는 계획은 과하다 싶고, 선뜻 지금으로선 동의가 쉽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뒤로 보이는 빈 도시 전경 / 사진=위키피디아 & Ninanuri

 

어쨌든 운전자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40대 중반의 젊은, 환경에 관심이 아주 높은 장관의 야심 찬(?) 계획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놓치지 않고 결과까지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과속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그런 습관성 과속 드라이버들에겐 악몽 같은 법이 될 것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자전거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를 꾸려가려는 유럽의 요즘 분위기를 보여주는 소식이 아닌가도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