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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중국 중독? 늪에 빠진 독일 자동차 회사들

세계를 상대로 사업하는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얻는 이익이 매우 크다면, 이게 좋은 일일까요 아닐까요? 현재 독일 내에서는 그들 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분야가 너무 중국 의존도가 높아 걱정스럽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걸까요?

 

우선 구체적 자료를 보기에 앞서 올해 3분기까지 중국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판 자동차 브랜드 15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료는 독일 자동차 매체 아우토차이퉁의 것이고,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 폴크스바겐 (저가 브랜드 제타 포함 약 180만 대)

2 : 토요타 ( 135만 대)

3 : 비야디BYD ( 115만 대)

4 : 혼다 ( 107만 대)

5 : 장안 ( 77만 대)

6 : 닛산 ( 65만 대)

7 : 지리 ( 64만 대)

8 : BMW / 미니 ( 59만 대)

9 : 메르세데스 ( 56만 대)

10 : 우링 ( 53만 대)

11 : 체리 ( 51만 대)

12 : 아우디 ( 50만 대)

13 : 뷰익 ( 49만 대)

14 : GAC ( 44만 대)

15 : 하발 ( 42만 대)

중국에서 판매 중인 폴크스바겐 모델들 / 사진=VW

 

상위권 순위를 중국과 일본 브랜드 다수가 차지한 가운데,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모두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판매량 기준 폴크스바겐이 180만 대로 압도적인데요. 2019년에 중국 전용 브랜드 제타를 론칭하고 여기서 약 3개 정도의 신차를 내놓았는데 이 판매량도 포함이 되면서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타 브랜드 판매량을 굳이 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에서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놀랄 만한 수준이고 여기에 BMW와 메르세데스, 그리고 아우디까지 모두를 합친다면 약 345만 대에 이릅니다. 유럽에서 판매량이 코로나와 여러 이유로 등락의 폭이 크게 요동치는 것에 비하면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에서 매년 큰 편차 없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년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과 유럽 판매량 변화 (자료=아우토차이퉁)

 

2017

중국 : 452만 대

유럽 : 409만 대

 

2018

중국 : 472만 대

유럽 : 403만 대

 

2019

중국 : 491만 대

유럽 : 410만 대

 

2020

중국 : 467만 대

유럽 : 276만 대

 

2021

중국 : 424만 대

유럽 : 258만 대

 

아우토차이퉁에 따르면 올해도 독일 회사들은 중국에서 약 440만 대 이상의 신차를 판매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비해 유럽에서는 230만 대를 겨우 넘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은 독일 자동차 제조사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단일 시장이 되었습니다. 더 쉽게 독일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 중국 시장 중요성을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별 중국 시장 비중 (자료=아우토차이퉁)

 

BMW

중국 시장 : 33.9%

그 외 시장 : 66.1%

 

메르세데스

중국 시장 : 37.4%

그 외 시장 : 62.6%

 

폴크스바겐

중국 시장 : 40.4%

그 외 시장 : 59.6%

 

아우디

중국 시장 : 41.6%

그 외 시장 : 58.4%

사진=아우디

 

한 나라가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 최대 42%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습니다. 1984년 폴크스바겐이 처음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이제 독일 완성차 업체에게 중국은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곳이 되었고, 이런 이유로 많은 지적을 받는 중국 내 인권 문제 등에 애써 눈과 귀와 입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야 이런 엄청난 시장을 잃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니 침묵하는 그들 태도 또한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상황과는 다른, 뭔가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들은 이 거대 시장에서 과연 철수할 수 있을까요?

 

아우토차이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독일 업체들이 그곳에서 철수한 것처럼 중국이 만약 대만과 전쟁을 하게 될 경우 철수를 선언할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우선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엄청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자동차를 팔고 있는 시장에서 빠져 나왔을 때 이를 대신해줄 만한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중국에 그간 엄청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를 쉽게 놓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현지 여러 기업과 거미줄처럼 사업이 얽혀 있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상호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인데요. 예를 들면 메르세데스 그룹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SMART의 경우 현재는 중국에서만 생산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볼보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금까지 거의 20%에 가까운 메르세데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아주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중국 공장을 문 닫듯, 애플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듯 무언가를 실행하기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아우토차이퉁의 분석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베이징에 들어선 메르세데스 테크 센터 / 사진=메르세데스

 

더 문제는 전기차입니다. 전기차 판매에 있어서 독일 자동차 업체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기존 엔진 자동차와 달리 더 높다고 합니다. 아우토차이퉁이 예로 든 것은 폴크스바겐이었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폴크스바겐 ID. 시리즈는 약 20 7천 대가 판매되었고 그중에서 104,700대가 중국으로 갔습니다. 50.5%가 중국에서 팔린 겁니다. 엄청나죠?

 

이처럼 마치 늪처럼 중국에 더 빠져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기라도 했을 때 과연 제대로 된 비판과 대응을 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이 침략을 하게 되면 미국 등과 큰 갈등을 겪게 될 것이고, 서방의 압박은 물론, 전쟁으로 인한 경제 타격에 따른 판매량 급락 등도 염려할 부분입니다.

 

다행스럽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얘기치 못한 리스크에 발목을 잡힐지 모르는 일입니다. 따라서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가며 편식 없는, 다양한 시장에서 골고루 판매하는 그런 전략을 세워야 할 겁니다. 그런데 과연 독일 자동차 업계가 그런 의지와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상하이모터쇼의 폴크스바겐 부스 전경 / 사진=VW

 

독일 자동차 산업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독일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분야입니다. 러시아에 오랫동안 에너지를 의존하다 지금 그 고리가 끊기며 크게 고생하고 있는 현실을 교훈 삼아 자동차 업계는 만약을 대비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오죽 걱정이 되면 자동차 매체가 이런 민감한 이슈를 자꾸 이야기할까요. 달콤한 시장이 언제든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