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전문지들은 앞으로 어떤 차들이 나올지, 신차 출시 예정 소식을 꽤나 자주 전합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구입 일정을 미리 계획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죠. 물론 독일 매체들인지라 자국산 브랜드 소식에 관심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소식 중,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그리고 포르쉐에서 나올 신차 일정을 다룬 내용을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최근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2025년까지 폴크스바겐그룹이 내놓을 신차 (페이스리프트 포함) 출시 일정을 정리해 소개했습니다. 모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라기보다는 대략적인 출시 일정과 방향성 등에 관련한 것이었는데요. 세아트나 스코다처럼 한국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브랜드는 제외했고, 주요 모델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폴크스바겐은 전기 승합차(혹은 미니밴) ID.버즈를 올 하반기 공개하고 선주문을 받게 됩니다. 우리에겐 승합차라고 불릴 것이고 유럽에선 미니밴, 패밀리밴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그런 모델이죠. 현재 이 영역에선 트랜트포터 시리즈가 있습니다. 폴크스바겐이 유럽 승합차 시장을 선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이죠.
불리라는 애칭으로 불린 T1과 T2를 전기차로 재해석한 이 모델에 대해 VW 측은 진정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폴크스바겐 전기차들 중 가장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에 가까운 그런 모델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과연 자부한 만큼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2023년
폴크스바겐엔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입니다. 일단 전기차 ID.7이 공개됩니다. 파사트 전기차 버전으로 보시면 될 듯한데요. 세단은 ID.7, 왜건은 ID.7 투어러라는 이름으로 구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콘셉트카 ID.스페이스 비전이나 ID. 에어로 콘셉트 등을 통해 어떤 형태의 자동차가 될지 보여줬습니다. 콘셉트카들은 전장이 거의 5m에 육박했는데 같은 덩치를 보일지도 궁금하고, 유럽 기준 최대 600km 전후로 완충 후 달릴 수 있다는데 과연 실제로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 될지도 궁금합니다.
파사트 전기차 버전이 등장할 내년, 폴크스바겐은 파사트 신형도 함께 선보입니다. 내연기관 중형 세단과 전기차 중형 세단이 같은 해에 모두 나오게 되는 것이죠. 과연 힘을 잃어가고 있는 파사트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전기차 버전인 ID.7이 새롭게 파사트의 대안으로 선택받을지, 시장 반응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내년에는 신형 티구안도 나올 예정입니다. 독일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유럽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린 모델이지만 T-Roc과 같은 콤팩트한 SUV가 급격하게 성장하며 한 체급 위인 티구안은 피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예전만큼 강력한 지지세를 구축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신형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시장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는데 일정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아우디의 경우 내년에 e-트론 부분변경 모델이 공개됩니다. e-트론은 아우디의 첫 번째 전기차이자 고가의 전기 SUV로는 독일 내에서 스테디셀러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배터리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면 흠잡을 게 거의 없는 그런 훌륭한 전기차인데 이번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아우디는 e-트론의 배터리 경쟁력을 바짝 끌어올리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포르쉐는 카이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지만 진짜 관심 모델은 911 사파리가 아닐까 합니다. 이미 지난해 지상고가 높은 992 기반의 911 사파리가 위장막을 쓴 채 테스트 중인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포르쉐 사파리 모델은 랠리용 모델로 만들어졌던 것인데 지상고 올린 911에 대한 팬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거 랠리용 모델 이름 사파리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911의 그 놀라운 스포츠카 능력을 온전히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911을 일상용 스포츠카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할 변형 모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섞인 전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상고 높은 911 변형 모델에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저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2024년
폴크스바겐은 2024년 골프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게 되는데요. 사실 폴크스바겐그룹 전체로 봐서는 골프 부분변경보다는 Q6 e-트론과 A6 e-트론, 그리고 마칸 전기차 버전의 등장이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합니다. Q6 e-트론과 E-마칸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나오게 되는 중형급 전기 SUV죠. 우선 포르쉐 마칸 전기차가 공개되고 그 뒤를 이어 바로 아우디 Q6 e-트론이 나오게 됩니다. E-마칸은 포르쉐 전기차의 대중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결정적 모델이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전기차 시대의 포르쉐 캐시카우가 되어 줄 것인지, 평가받게 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아우디의 경우 콤팩트 전기 SUV Q4 e-트론이 있기 때문에 마칸 전기차만큼 부담은 덜하겠지만 A6 e-트론과 함께 아우디 핵심 전기차 모델로 앞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라 아우디의 부담감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A6 e-트론이 기대가 됩니다. 콘셉트카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양산형이 콘셉트카처럼 나와준다면 구매를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우디는 또한 중형 모델 A4 신형도 함께 선보이게 되는데요. 엔진이 들어간 A4를 만나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기에 관심도는 그 어느 해보다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5년
작년에 뮌헨모터쇼에서 공개된 폴크스바겐 ID.라이프라는 모델 기억하시죠? 도심형 소형 전기차이자 가격 부담이 덜한 경제적인 폴크스바겐의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독일 등 유럽에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ID.라이프의 양산 모델 ID.2가 2025년 첫선을 보입니다. 원래 세운 계획보다 더 빠르게 출시가 된다고 하는데, 그만큼 폴크스바겐이 이 작은 전기차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가격대 역시 2만 유로 중반 수준이면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가격에 맞춰 실용적인 구성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기준 최대 완충 후 400km까지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게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아우디는 A6 신형을 내놓습니다. 역시 엔진이 들어간 마지막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큰데요. 이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공개된 A6 e-트론과 고객층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며, 만약 A6 e-트론이 콘셉트카에 준하는 멋진 스타일에 (유럽 기준) 완충 후 최대 700km까지 달릴 수 있는 게 증명된다면 A6에 대한 관심도는 기대만큼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부터도 엔진이 들어간 A6보다는 전기차 A6에 더 기대를 하고 있으니까요…
포르쉐는 718 박스터와 카이맨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게 됩니다. 핫한 소식이죠? 현재 얘기되는 것은 유럽 기준 완충 후 최대 400km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하는데, 배터리 성능도 성능이지만 박스터와 카이맨의 그 운전 재미가 어떻게 전기차 버전에서 구현될지, 이 부분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출시될 때까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르쉐에 기대하는 건 역시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그런 운전의 맛일 겁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타이칸을 통해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 실력을 봤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2025년까지 폴크스바겐, 아우디, 그리고 포르쉐에서 나올 모델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가볍게 살펴봤습니다. 전기차 시대에 살아남고 그룹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폴크스바겐그룹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체 배터리공장까지 만들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통 강한 게 아닙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을 통한 디지털 자체 생태계를 얼마나 잘 구축할지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그들에게 부담입니다. 과연 독일 자동차 제국은 팬들의 기대에 맞는 그런 차를 내놓게 될까요? 흥미로운 여정을 관심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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